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사설]“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겠다”는 검사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9일자 사설 '[사설]“창피해서 얼굴도 못 들겠다”는 검사들'을 퍼왔습니다.
부산에서 발생한 ‘벤츠 여검사’ 사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제의 검사가 벤츠 승용차와 540만원짜리 샤넬 명품 백을 받은 데 이어 변호사를 통해 자신의 인사를 청탁한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그제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그룹을 살리기 위해 검사장급 11명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비망록이 공개되고, 검찰이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며 또 다른 여검사가 사표를 제출해 검찰의 명예가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검찰이 맞고 있는 현 상황은 ‘총체적 위기’라는 상투어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이런 검찰에 어떻게 거악척결과 정의구현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국민들의 장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국민의 분노와 우려를 아직도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은 이미 7월에 진정이 접수돼 있었음에도 4달 가까이 사실상 감찰 조사를 벌이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사건이 터진 뒤에도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은 채 사표를 받았다. 비위 공직자 처리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사건을 묻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한상대 검찰총장이 내부 비리 척결을 외친 것이 시늉에 지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안이한 태도는 이 사건 수사를 맡고 있는 부산지검의 태도에서도 묻어난다. 부산지검은 여검사가 벤츠를 제공한 변호사를 통해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제대로 규명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뒤늦게 어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지만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며 여검사가 사표를 내는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검찰은 묵묵부답, 오불관언의 태도다. 검사의 도덕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검찰의 엄정한 중립은 검사들의 높은 도덕성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제 검찰은 스스로가 다른 조직보다 우월하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검찰은 수사권 다툼을 벌일 때마다 경찰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뇌물과 사건 조작이 횡행할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국민의 눈에 비친 모습은 난형난제다. 검찰의 중립성과 도덕성 유지는 감찰을 통한 내부 감시나 검사들의 자정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이번 사건은 입증하고 있다. 결국 해결책은 검찰에 대한 외부 견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개인의 선의에 맡길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진정 “얼굴을 들고 다니기 부끄럽다”면 검찰은 이런 견제 장치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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