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사설]‘꼼수’로 FTA 후폭풍 모면할 수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5일자 사설 '[사설]‘꼼수’로 FTA 후폭풍 모면할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처리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과 저항이 거세지자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각종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을 통한 부자증세, 비정규직 대책 강화, 민생예산 증액, FTA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특위 구성 등 갖가지 안을 내놓으면서 민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민심수습용 대책은 국민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채 허공에 떠돌고 있는 듯하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진정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내놓고 있는 대책들은 하나같이 그동안 자신들이 견지해온 정책들과 상충되는 내용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4년의 집권기간 동안 각종 부자감세 정책과 소극적인 비정규직 대책,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민심이반을 자초했다. 한나라당이 한마디 반성이나 사과도 없이 기존 정책과 전혀 다른 방향의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힌다면 어떻게 국민이 그런 정책과 정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한나라당이 지난 22일 날치기로 비준 처리한 FTA는 내용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문제점투성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한나라당이 오직 한·미 FTA 비준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사탕발림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꼼수’로 후폭풍을 모면하려는 한나라당의 모습에 분노를 넘어 측은함마저 느낀다. 

한나라당이 FTA 비준안을 날치기로 처리할 때 부활시킨 ‘저작인접권’이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저작인접권은 창작자인 작사·작곡자들의 저작권과 별도로 가수와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들이 갖는 권리로 2007년 8월로 소멸됐다. 이후 몇 차례 일부 국회의원들이 저작인접권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추가적인 온라인 음원 사용료 등으로 인한 국민부담 증가를 이유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지난 3월 재발의한 저작인접권 연장을 위한 저작권법개정안도 관련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법안 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이런 법안이 FTA 이행법률안 처리 과정에서 통과됐다. 소속 의원들이 법안 내용을 제대로 알았을 리 없다. 한나라당이 거수기 정당임을 또 한번 입증한 사례다. 
우리 속담에 ‘바늘허리 꿰어 못 쓴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바빠도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편법을 동원한다면 결국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를 바로잡는 방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허리에 묶은 실을 풀어 제대로 바늘귀에 꿰어 사용하는 것이 유일하다. 바느질의 이치가 이런데 하물며 나랏일은 일러 무엇 하겠는가.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날치기 처리에 대해 사과하고 FTA 처리 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꼼수로는 결코 후폭풍을 잠재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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