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9일 토요일

[사설] 우려되는 대법원 구성의 ‘균형 상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18일자 사설 '[사설] 우려되는 대법원 구성의 ‘균형 상실’'을 퍼왔습니다.
임기를 마치고 어제 퇴임한 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진보 성향의 소수의견을 많이 제기해온 대법관들이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이홍훈·김영란·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라고도 불렸다. 이들은 비슷한 학력과 경력에 보수 성향 일색이던 대법원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이제는 내년 6월 퇴임하는 전수안 대법관만 남게 됐다.
박 대법관 등으로 상징되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가 가져온 변화는 최근 참여연대가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의 판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건수가 전임 대법원장 시절보다 20여건 늘어났고, 판결에서 다룬 쟁점도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는 사회의 여러 현안에 대해 대법원이 그만큼 진지하게 검토하고 다양한 의견을 냈다는 이야기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 보호, 기본권과 관련된 사건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담은 판결도 많이 나왔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배제한다는 원칙이 확립됐고, 국가보안법 규정에 대한 해석도 훨씬 엄밀해졌다.
법원, 특히 대법원의 인적 구성이 시대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반영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것은 필연적 명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나타난 흐름은 오히려 정반대다. ‘서울대 출신의 보수 성향 남성’ 중심의 과거형으로 돌아갔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장이 여성 출신 박보영 변호사를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것은 나름대로 평가할 대목이지만 그 정도로는 미흡하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는 단지 출신 대학이나 출신 지역의 다양화 정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런 기계적 다양화를 훨씬 뛰어넘어 사회적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 구석구석의 목소리를 골고루 반영할 수 있는 가치관의 다양화가 더욱 중요하다. 이 점에서 박시환 대법관이 최근 와 한 인터뷰에서 “대법원 구성이 다양성을 갖추려면 가치관의 다양성이 중요하고 가치관이 다양하려면 그 사람이 살아온 경로와 경험이 다양해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또 “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보통의 법관 중에서 여러 다른 자질을 갖춘 법관을 대법관으로 선발함으로써 엘리트주의나 법원의 관료화를 완화”시키는 방안도 제안했다. 사법부 수뇌부가 깊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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