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0일 일요일

'의료 야만국' 만드는 '교활한 여우'를 잡자!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18일자 기사 ' '의료 야만국' 만드는 '교활한 여우'를 잡자! '를 퍼왔습니다.
[윤재석의 '쾌도난마'] "김종대, 머리에 뿔난 거 맞거든?"

개그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빙자해 퀴즈 하나 내겠다.

지구상에서 보건의료시스템이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 '땡'
그렇다면 스칸디나비아 3국? 역시 '땡'
정답은 카리브해 연안의 공산국가 쿠바다.
'애정남'의 자의적 평가가 결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보증한 의료대국,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영국이 모델로 지정한 나라, 미국보다 유아사망률이 훨씬 낮은 나라가 쿠바다.

그럼 2위 국가는?
스칸디나비아 3국?
정답 코앞에 두고 엉뚱한 곳만 찍는다.
바로 '아! 대한민국'이다.

쿠바와 대한민국의 묘한 인연.
사탕수수 이민자 후손인 1000여 명의 꼬레아노(Coreano)들이 오순도순 사는 나라. 6·25전쟁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우리나라를 도운 나라.

세계 2위 의료선진국 대한민국

두 나라의 공통점.
21세기, 지구촌에서 가장 앞선 보건의료시스템을 가진 나라. 하지만 우리가 얘네 시스템 따라가려면 가랑이깨나 찢어질 거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 하나.
두 나라 모두 의료후진국인 미국 시민들이 치료받기 위해 즐겨 찾는 나라이기도 하다. 심지어 9·11테러 때 구조 활동에 나섰다가 부상한 구조요원을 미 당국이 팽개치자, 데려다 극진히 치료해 주기도 했다.
미국 이민 가 있는 피붙이에게 자기 건강보험증 빌려준 사람, 이 글 보면 뜨끔할 거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1000달러 대인 최빈국. 하지만 150명당 의사 1명의 가정주치의가 예방 의료를 담당하고, 의료비는 전액 무료다.
그래서 이웃의 앙숙, 엉클 샘도 기죽는 최첨단 의료시스템을 갖추게 된 경위와 현재 상황은 조만간 현지 취재를 통해 전하기로 하고 오늘은 우리 보건의료시스템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본다.

건보재정 문제, 시스템 정교화로 해결 가능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으로 통칭되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시스템, 정말 자랑스럽다.
쿠바만은 못하지만, 우리 백성들은 코만 훌쩍거려도 바로 내과의원을 찾는다. 가서 진료 받고 처방약 사봐야 환자부담은 총 1만여 원 남짓.
인간이라는 게 간사해서 건보 시스템이 이렇게 좋다보니, 진료 남용, 약물 남용으로 건보재정 바닥난다고 아우성이다.
그거야 보건복지부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알아서 정교한 체크시스템 만들어 시행하면 끝나는 거다.

건보 시스템 망치는 여우 '도둑 취임'

근데 공안 검사 출신 정형근 후임으로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 차지한 김종대라는 자, 어째 좀 껄쩍지근하다.
뭐?
"제가 (머리에) 뿔 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러 왔다"구?
누가 물어 봤냐고!

 ▲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 ⓒ연합

아무도 그 자가 머리에 뿔났는지 안 났는지 관심 없다. 그러니 어제(17일) 그 자가 국회를 찾았지만,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곽정숙이나 복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아무도 만나주지 않았지.
중요한 건 이 자가 세계 2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건보시스템을 망치려 한다는 거다.

15일 하와이에서 돌아온 MB로부터 임명장을 받자마자, 서울 마포 건보공단 지하 강당에서 '도둑 취임식'을 가진(뭔가 뒤가 구린 모양) 김종대는 취임사에서도 현행 통합 건강보험을 비판했단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에 따르면 그는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인 건강보험통합 위헌소송과 관련, 실무자들에게 '방어변론을 하지 말 것'도 지시했다고 한다. 위헌결정을 얻어내기 위한 야만적 행태 그 자체다. 하긴 이 위헌소송의 당사자니까.

이해를 돕기 위해 통합건보 시스템이 무언지 살펴보자.

통합건강보험은

2000년 이전 건강보험은 직장의료보험조합과 지역의료보험조합으로 나뉘어 있었다. DJ 정권은 이를 하나로 합쳤다. 앞서 6공(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 국회가 만장일치로 통합을 의결한 바 있다. 그러나 노태우는 거부권 행사로 이를 무산시켰다.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은 김종대였다. 때문에 건보 통합은 11년 뒤에 이뤄진다.

통합 전, 지역조합은 농어촌 지역 저소득층 노인들이 가입했다. 주로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백성들이 조합원이었다.

직장조합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안정된 직장인들이 가입했다. 지역 조합은 의료 소비가 많아 재정이 악화되기 일쑤였지만 직장 조합은 준비금이 쌓이는 등 건실한 재정을 유지했다. 재정이 취약한 지역조합과 재정이 건실한 직장조합을 통합해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을 배려하자는 것이 건보통합의 취지였다.

김종대 머리에 뿔난 거 맞다
김종대는 복지부로 돌아와서도 건강보험 통합에 적대적 스탠스를 고집했다. 그 때문에 99년 복지부 기획관리실장에서 면직된다. 10년간의 표랑객(漂浪客), 아니 호의호식자로 지내던 그는, 2009년 MB 측근이자 그의 든든한 후원자인 대한의사협회 회장 경만호 등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단일 보험으로 관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 소송을 제기하자 이를 앞장서 이끈다. 위헌 소송의 당위성을 받쳐주는 견강부회식 논리까지 공급하면서.

심지어 MB의 '낙하산'으로 대한적십자사 부총재 자리를 차고앉은 경만호 출판기념회에선 "헌법재판소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

다음 달로 예정된 헌재 판결에서 '위헌'으로 낙착될 경우, 건강보험은 지역조합과 직장조합으로 다시 쪼개져야 한다. MB가 '건보해체론자'인 김종대를 헌재 판결 한 달을 앞두고 서둘러 임명한 저의도 한 뻔쯤 곱씹어 볼 만하다.

의료 야만국으로 퇴화하는

뭐 곱씹어 볼 거까지도 없다.
MB 정권의 목표는 의료민영화, 그리고 영리법인 도입이니까. 그러고 보니까 이것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뿐인가. 재벌 계열 보험회사, 의료법인, 종편 채널, 기득 관료층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다름 아니다. 서민들이야 불쌍한 미국인들처럼 의료 사각지대에 내던져지건 말건, 저희끼리 잘 먹고 잘사는 파이만 거대하게 만들면 되니까.

구약성서 아가(雅歌)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 우리의 포도원에 꽃이 피었음이니라(2장 15절)

우리(백성)를 위하여 여우 곧 포도원(통합 건강보험)을 허는 '작은 여우'를 어떻게든 잡아야 할 터인데.
그러고 보니 조속히 잡아야 할 교활한 짐승이 한둘이 아니다.
쥐도 잡아야지.
하이에나도 잡아야지.
거기다 여우까지.
그다음엔 또 어떤 작은 짐승이 분탕질을 할 건가.

쿠바가 부럽다!

* 의료민영화, 영리법인 도입을 향한 '기득 카르텔(established cartel)의 꼼수'에 관해선 조만간 심층 분석으로 정리하겠습니다.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blest01@daum.net 입니다. 기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은 주저말고 메일 보내주세요.



/윤재석 언론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