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사설] FTA 날치기 비판했다고 윤리위 회부하는 대법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25일자 사설 '[사설] FTA 날치기 비판했다고 윤리위 회부하는 대법원'을 퍼왔습니다.
한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날치기 처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데 대해 대법원이 어제 공직자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조선일보)가 어제 해당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간부’라며 비판하는 투의 기사를 실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대법원의 조처는 법원과 법관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커 매우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공보관은 “에스엔에스에서의 법관들 언행의 일반적 기준 마련의 필요 여부와 보도된 게시글의 표현과 내용의 적절성 등 법관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 내용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판사도 사적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헌법적 권리다.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사랑방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수준”으로 했다는 얘기를 끄집어내 공개하고 문제삼기 시작하면 에스엔에스 자체가 존립할 공간이 없어진다.
더구나 그가 올린 글 내용은 아무리 따져봐도 지금 대한민국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동아일보)의 여론조사에서조차 날치기 처리가 다수당의 횡포라는 의견이 51%로 나오지 않았는가. 조선일보는 대통령에 대해 ‘뼛속까지 친미’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꼬투리 잡고 있으나 이 역시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이 주한 미국대사에게 자랑한답시고 한 말 아닌가.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내용을 마치 금기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떠는 언론 자체가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대법원 수뇌부에 있다. 조선일보가 우리법연구회 간부라는 것을 부각한 것은 판사의 성향을 문제삼겠다는 저의로 보인다. 이런 태도야말로 매우 위험하다. 촛불시위 재판에 노골적으로 간섭한 신영철 대법관은 못 본 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사상검증 하듯 잡도리했던 게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수구언론들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이번 보도도 판사 길들이기의 혐의가 짙다. 보수라면 무슨 짓을 해도 보호해주고 진보는 입만 뻥긋해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이런 행태는 사법부의 독립을 심각하게 해칠 뿐 아니라 사실상 판사들에 대한 협박이다. 사법부의 균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에 부화뇌동해 보도가 나오기 무섭게 곧바로 판사를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건 사법부 수장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당장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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