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공공주택 vs 부채감축, 결과보다 과정 중시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2일자 기사 '"공공주택 vs 부채감축, 결과보다 과정 중시해야"'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조명래 단국대 교수 "박원순 시장, '시스템' 구축에 초점 맞춰야"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을 기치로 내걸고 닻을 올렸다. 박원순 시장은 당선되자 마자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하고 지하철 출근을 하며 이른바 서민 행보를 시작했다. 첫 직무수행으로 무상급식을 초등학교 5~6학년까지 확대하는 안에 결재하고 서울시립대 등록금은 '반값'으로 만들어 후보 시절 표방한 '사람 중심', '복지 중심'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취임식은 '온라인'으로 하는 등 연일 전임 시장들과는 다른 파격 행보를 보여 끊임없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식 자리에서 직접 설명한 '2012 희망 서울 살림살이' 예산안은 서민 생활 안정과 복지에 역점을 뒀다. 복지, 일자리, 시민안전 등 3대 분야의 예산이 파격적으로 늘었다는 점이 이번 예산안의 특징이다. 박 시장은 예산안에 대해 “전시성 토건 중심의 서울시정 패러다임을 사람 중심, 시민과 복지 중심으로 바꾸는 첫 단추”라고 설명했다. 

아직 '허니문'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동시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 남은 2년 8개월 여의 임기 동안 박원순 호는 얼마나 많은 성과들을 남길 수 있을까. 특히 박원순 호는 복지와 함께 핵심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서울시 부채 7조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하나는 돈을 풀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돈을 묶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민중의소리'는 박원순 호가 안고 있는 딜레마에 대해서 답을 듣고자 조명래 단국대 교수를 20일 서울 정동에서 직접 만났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정책 결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과정'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7조 부채감축'이라는 정책 목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래 교수는 먼저 공공임대주택 문제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3년 간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은 이전 서울시 실적을 봤을 때 쉽지 않은 목표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10년 간 연평균 5천4백 호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오세훈 전 시장 임기 때는 연평균 1만 호의 임대주택이 공급됐다. 반면 박원순 시장 공약 대로면 연간 2만5천 호를 확보해야 한다. 더욱이 핵심 주체인 SH공사는 17조 규모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박원순 캠프에서 말한 것처럼 공급방식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물론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SH공사를 통한 기본방식 말고도 매입임대, 전세임대, 원룸텔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하지만 공급이 늘어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관리·이용 대책이 따라가야 한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조 교수는 서울시에 지역 별 주택 이용체계, 관리 방법들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지속적인 통합 관리 시스템으로 '임대주택관리단'이나 'SH공사 활용'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특히 SH공사 개발 사업 역할을 최소화시키고 관리 역할로 전환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면서 동서남북 권역 별로 지역 공사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재정건전화는 재정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부채 7조를 줄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줄이는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줄여나가는 프로세스를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들이 함께 참여, 협력하고 결의해서 줄여나갈 때 7조가 5조가 됐다 해도 충분히 지지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즉, 공공주택과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결과도 중요하지만 '시스템'과 '과정'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거기서 핵심은 '시민'이다. 조명래 교수는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주의 코드를 제도정치권 내 작동원리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에는 이미 '녹색서울시민위원회'라는 시민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 모델이 있었다.

"녹색서울시민위원회는 서울시 대표, 시민사회 대표, 기업 대표, 이렇게 삼자 대표 선수들이 공동 위원장을 맡고 협의·운영했다. 이명박 시장 시절에 무력화됐지만 조순 시장 시절에 이미 그 원리를 가지고 시정 전반을 운영하려고 했다. 지금 정책 자문위원회 참여하는 일부 젊은 위원들 중 그 때 일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그들의 경험을 잘 살려서 일해 주었으면 한다."

여기서 기자는 조명래 교수가 만약 박원순 시장과 함께 공직에 있다면 가장 중점에 두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궁금해 질문을 했다. 

조 교수는 "시민 참여 시스템을 분야별 실·국 단위로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 토건주의 의제를 청산하고 사람 중심, 복지 중심 의제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인프라부터 만들자는 것이다"라고 답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시민들이 힘을 갖고 조례 제정, 예산 확보, 사업 기획 등의 시정에 참여를 하면 박원순 시장이 혼자 서울시를 연출하지 않아도 된다. 박 시장은 전략 회의, 사업 조정, 중앙정부 상대하는 일에 집중하면 되고 나머지 일상적인 과제는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조 교수는 이러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본의 '혁신자치제' 운동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혁신자치제 운동이란 관 주도가 아닌 시민 참여 행정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정을 펼치고자 했던 운동으로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동경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가나가와 지역의 '가나넷' 같은 생협을 구성하고 시정에도 참여, 예산 배분도 했으며 지방의회 의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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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민주의 코드는 '박원순 리더십'으로 귀결된다. 

"박원순 시장은 역사적 의식을 가져야 한다. 단순히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것이다. 지난 20년 간 보여준 중앙정부의 하청 정치가 아닌 시민 참여 리더십을 구현하는 시장이 되는 게 중요하다" 

조명래 교수는 마지막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당부를 잊지 않았다.

"파격적인 행보도 좋지만 '모노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면 안된다. 

차기도 생각하고 있는 만큼 뼈대 있으면서 개혁적인 일을 중심으로 다른 쪽 사람들도 만나야 한다. 

또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려 하지 말고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도 언제나 함께 해야 한다."

최명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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