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시민에겐 강한 조현오 청장, 권력 앞에선 약해"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1-24일자 기사 '"시민에겐 강한 조현오 청장, 권력 앞에선 약해"'를 퍼왔습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검찰, 경찰 수사권 문제로 조현오 경찰청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 구성원의 염원을 잘 대변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으며 외부에서는 ‘시민들에겐 강하게 대처하더니 정작 권력 앞에서 약한 것 아니냐’는 힐난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발표된 국무총리실 조정안은 사실상 경찰의 ‘참패’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조정안에는 수사권 독립은커녕 경찰 내사에 대해 검찰의 지휘권을 강화시키는 내용들이 담겨있다.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조사를 벌인 후 입건하지 않은 사건의 경우도 피의자신문조서를 비롯한 각종 증거물을 검사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검사 비리에 대해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방안도 제외하면서 균형과 견제는 물건너 갔다.

상황이 이렇게 번지자 경찰 내부에서도 조현오 경찰청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간 조현오 청장은 성과주의 등을 내세우며 경찰 내부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해왔다. 엄격한 관리와 통제 때문에 때론 일선 경찰의 반발을 불렀고 이에 항의하다 파면당한 경찰이 생길 정도였다
.
조 청장은 최근 장례식장 비리나 인천조폭 난동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일선 경찰들을 엄격하게 문책하는 등 내부 단속을 강화했지만 정작 조직 구성원의 의사를 대변해야할 순간에는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일선에서 20여 년 간 근무한 한 경찰 관계자는 “관례를 보면 경찰청장이라는 위치 자체가 정치 쪽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찰을 대변하거나 소신있는 활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그간 조현오 청장은 내부 비판에 귀를 닫는 모습을 보여왔다. 경찰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지휘부를 구성하고 수사권 독립 협상에 다시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은 권력 견제와 균형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사이에서 수사권 독립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표시했다.

‘국무총리실 조정안’이 알려진 이후 네티즌들은 SNS 등을 통해 정권 말기 정부와 검찰의 결탁에 대해 의심을 품으면서도 “조현오 경찰청장은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간 촛불집회에서 물대포를 쏘고 연행한 것에 대해 먼저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등 경찰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도 굉장히 답답하다. 경찰이 군사독재 시절 정권의 가림막 역할을 많이 했는데 조현오 청장이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보다는 신뢰를 잃어버리는 행동을 많이 했다”며 “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정권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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