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사설]‘물가 잡겠다’ 큰소리치던 장관들 다 어디 갔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0일자 사설 '[사설]‘물가 잡겠다’ 큰소리치던 장관들 다 어디 갔나'를 퍼왔습니다.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서민층의 삶이 갈수록 궁색해지고 있다. 발표되는 가계 지표들마다 이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통령부터 장관들까지 연초부터 ‘물가 잡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물가는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가뜩이나 ‘없는 살림’을 더욱 쪼그라들게 하고 있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지난 3·4분기 중 기록적으로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엥겔계수는 22.8%로 7년 만에 최고를, 전체 가구의 엥겔계수는 3년 만에 최고인 15.0%를 기록했다. 값이 올라도 좀처럼 지출을 줄이기 어려운 것이 쌀값·반찬값 등 먹을거리 비용인데 그 부담이 기록적으로 커진 것이다. 농축수산물·가공식품값 등을 중심으로 3·4분기 소비자물가가 4.8%나 뛴 충격이 고스란히 서민 가계에 전해진 결과다.

전방위적인 고물가의 충격이 식료품비 부담을 키우는 수준에서 그칠 리 없다. 3·4분기 적자가구 비율이 28.2%로 6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의 적자가구 비율은 59.3%에 이르렀다. 전체로는 3가구 가운데 1가구, 저소득층 가구는 2가구 중 1가구꼴로 적자라는 얘기다. 명목소득(전국 2인 이상 가구)은 1년 전보다 6.5% 늘었지만 물가가 크게 뛰는 바람에 실질소득은 1.6% 증가에 그쳤다. 소득은 거의 제자리걸음인데 고물가로 씀씀이가 커지면 빚으로 적자를 메워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오른 물가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상승 압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 등 수입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대중교통요금 등의 인상이 대기 중이다. 결국 저임금 근로자·영세 자영업자 등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가고통으로 서민 가계는 점점 더 멍드는데 정부의 물가 잡으려는 의지는 사실상 실종된 듯하다. 대통령이 물가비상을 걸었던 연초만 하더라도 각 부처가 기업 팔목 비틀기 등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물가 잡기에 나서는 시늉이라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고물가에 둔감해진 탓인지 그런 모습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정부가 세운 연간 소비자물가 억제목표(4%)는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인데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없다. 고작 국제시세가 오른 금값을 물가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물가지수를 낮추려는 식의 꼼수나 도모하고 있다. 얼마 전 소비자시민모임은 올들어 기름값이 뛴 덕분에 정부가 더 걷은 세금이 6000억원이 넘었다고 발표했지만 정부는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유류세를 내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물가를 잡으려는 의지도, 서민의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도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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