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30일 수요일

[사설]물가는 못 잡고 꼼수부리는 한심한 물가당국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9일자 사설 '[사설]물가는 못 잡고 꼼수부리는 한심한 물가당국'을 퍼왔습니다.
통계청이 어제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안을 발표했다. 물가지수 개편은 소비행태 등 경제·사회 변화를 반영해 조사대상 품목 등을 조정하는 식으로 5년마다 실시하는데 이번 개편으로 올 1~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4%에서 4.0%로 낮아지게 됐다. 이로 인해 11·12월을 포함한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지수개편으로 물가 상승률이 크게 떨어지게 된 데 대해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 해명하지만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이 꼼수를 부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논란이 됐던 금반지는 결국 전체 조사대상 품목을 489개에서 481개로 줄이는 과정에서 빠졌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시세 폭등으로 물가지수를 크게 끌어올린 금반지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7%포인트나 낮아지게 됐다. 귀금속 등을 ‘자산’으로 분류하는 국제연합(UN) 기준에 따라 금반지를 제외했다는 설명이지만 이 기준은 이미 1993년에 나온 것이다. 금반지 대신 조사대상에 넣은 14K 미만 금제품 등 장신구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효과는 0.02%포인트에 그쳤다. 그것도 14K ‘이하’가 아니라 ‘미만’이다. 올 들어 값이 크게 올랐던 쌀은 1인당 소비가 줄었다며 가중치를 14.0에서 6.2로 크게 낮췄다.

국제기준에 따랐다는 조사대상 가중치·규격 변경도 모두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쪽으로만 작용했다. 가중치 모집단 가구를 1인 이상 ‘도시가구’에서 ‘전국가구’로 확대한 결과 최근 고물가의 주범인 농축수산물 가중치가 크게 낮아졌다. 조사규격이 2개 이상인 품목의 경우 기하평균방식을 적용해 국산 고춧가루 값이 뛰면 값이 싼 수입 고춧가루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를 지수에 반영했다고 한다. 결국 금반지 개편으로 0.25%포인트, 품목·가중치 조정으로 0.12%포인트, 기하평균방식 적용으로 0.02%포인트의 물가 상승률을 낮췄다. 정부가 새 물가지수 반영 시기를 12월에서 11월로 앞당긴 것도 연간 물가 상승률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서민가계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는데 정부가 고작 물가지수를 주물러 ‘착시효과’나 노린다면 실망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지표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가 크다는 불만이 많은데 지표를 현실과 더욱 멀어지도록 만드는 꼴이다. 엉터리 실업률 통계를 놓고 ‘고용대박’이라더니 이제는 물가통계까지 엉터리로 만들어 놓고 무슨 물가를 잡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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