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8일 금요일

[정동칼럼]트위터가 그들에게 불리한 이유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17일자 기사 '[정동칼럼]트위터가 그들에게 불리한 이유'를 퍼왔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죽이기 총 공세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트위터가 표적이다. 나설 수 있는 기관은 모조리 나섰다. 여당,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검찰, 선관위, 정부 출연연구원, 모든 공중파 방송과 모든 보수신문이 동시에 집중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심해지더니 선거결과가 박원순 시장의 승리로 나온 이후부터는 그야말로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트위터와 선거, 그리고 민주주의의 관계를 연구해온 내게도 매일 서너통씩의 전화가 걸려온다. 요청하는 내용은 약속이나 한 듯 똑같다. 트위터 상의 괴담, 루머, 트위터의 역기능, 소셜테이너의 나쁜 점에 대해 코멘트 해달라거나 발표해달라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트위터가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치명적으로 불리하며, 트위터를 그대로 두고는 내년 선거를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트위터를 매도하는 여론을 조성하거나 혹은 규제한다고 해서 여론이 돌아서지도 않을 것이고 규제가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말로 대책을 원한다면 효과도 없는 트위터 죽이기에 나설 일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점들을 진지하게 고심해볼 것을 권한다.


첫째, 온·오프라인을 함께 보아야 현실이 보인다. 트위터가 좌파의 온상이라고 말하기에 앞서 정부여당과 밀월관계를 형성하고 그 통제 아래 두었던 전통 미디어가 얼마나 수구의 온상이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기존 매체가 오른 쪽으로 심하게 치우칠수록 뉴미디어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균형과 견제의 원리다.

둘째, 루머니 괴담이니 하는 근거 없는 주장은 그만 거두어들일 것을 권한다. 소셜 미디어를 포함해서 모든 매체는 잘못된 정보를 전파한다. 문제는 그것이 얼마나 의도적인지, 결국에는 수정이 되는지, 얼마나 빨리 수정되는지 등이다.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트위터는 기존 매체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편집권 민주화와 집단지성이라는 두 개의 이유 때문이다. 한 사람이 편집권을 독점하고 있는 기존 매체는 종종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수정 요청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수정되더라도 긴 시간이 걸린다. 편집권이 완전히 분산된 트위터에서는 400만 이용자 중 누구도 의도적으로 왜곡할 능력이 없고, 잘못된 사실이 유포되었을 경우 400만명 중 누군가는 해당 분야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수정이 이루어진다. 몇 차례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거듭 확인된 사실이니, 트위터에 루머가 퍼진다는 주장은 그 자체가 루머일 뿐이다.

셋째, 규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규제하는 즉시 규제를 우회하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 분명하고, 공연히 유사한 국내 서비스들에 역차별만 가할 뿐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트위터를 규제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를 보자. 최근 필자의 학생 중 한 명이 전 세계에서 올라오는 중국어 트윗들을 수집해서 간자와 번자를 구분해 본 적이 있다. 간자는 주로 중국 본토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중국 내 트위터 사용 인구를 추정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중국어 트윗의 95%가 간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중국처럼 강력한 규제를 하더라도 도저히 막을 길이 없다는 뜻이다.

넷째, 트위터의 핵심은 소통, 공감, 연대이다. 전통미디어를 대상으로 할 때처럼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이 소통이 진정성이 있다면 트위터의 400만 네트워크는 비로소 공감하기 시작한다. 공감의 끝은 서로를 끌어안는 연대이다. 트위터의 등장 이후 상상할 수 없었던 놀랍고 감동적인 연대를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희망버스가 그랬고, 홍대앞 두리반이 그랬고, 명동 카페 마리가 그랬다. 이 모두가 작은 소통에서 시작해서 공감을 얻어내고 마침내 연대로 이어진 것들이다. 트위터 때문에 불리해지는 것이 싫다면 내가 일방적 홍보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진정한 소통을 시도하는지, 그 소통은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것인지, 또한 나는 99%와 연대하고 있는지 아니면 1%와 연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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