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한미FTA, 비준 후 재협상은 새빨간 거짓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20일자 기사 '"한미FTA, 비준 후 재협상은 새빨간 거짓말"'을 퍼왔습니다.
[인터뷰]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한미FTA 본질은 상위 1%를 위한 특혜"

“한국 정부가 계속 국익을 얘기하는데, 그 때의 국익은 누구의 이익인가. 우리의 이익, 미국의 이익을 얘기할 때 그 우리가 도대체 누구냐는 거다. 그건 1%를 말한다는 거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한미 FTA가 ‘1%를 위한 협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미 FTA가 미국과 한국 중 누구의 ‘국익’에 더 도움이 되는지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우 실장은 “한미 FTA는 미국의 재벌과 한국의 재벌들을 위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활동가이자 의사이기도 한 그는 특히 '전공 분야'인 의료민영화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한미 FTA가 “미국제도의 이식”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만약 발효되면 의료민영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앞 다퉈 내놓고 있는 ‘복지국가 공약’도 한미 FTA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보건서비스 분야는 ‘미래유보’로 빠져 있어 한미 FTA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다.
우 실장은 “끊임없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조금씩 후퇴하다 보면 결국은 (정부여당에게) 강행처리의 명분을 주게 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미 FTA 범국민저지운동본부에서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기도 한 그를 18일 성동구 성수의원에서 만났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며칠 전 국회를 방문해 “’선 비준’ 해주면 ISD 문제를 3개월 내에 재협상 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떻게 봐야 하나.
“전체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이야기다. 첫째로, 일단 비준을 해주고 재협상도 아니고 ‘재협의’를 한다는 건데, 그 내용은 한미 FTA 협정문 22조에 이미 들어가 있다. 협정문에 보면, 공동위원회를 두고 한 쪽이 협의를 요청하면 이를 들어줘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미국 측 통상관계자가 (ISD 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원래 한미 FTA 협정문 내에 나온 거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한미 FTA 협정문대로 할 수 있다’는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거다. 그야말로 립서비스다. 이명박 정부의 입지를 강화시킴으로써 비준안을 통과시키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말을 해준 것이다.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말일 뿐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은 ISD가 필요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이다. 재협상이 되겠나.
문제는 또 있다. 미국은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승인절차)’이 끝났다. 한미 FTA가 마지막이었고, ‘TPA(Trade Promotion Authority)’라고 무역촉진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는 법안이 올 해 미국 상원에서 부결됐다. 이 때문에 예전처럼 협정문을 USTR(미국 무역대표부)이 다 결정하고 그걸 의회에 가져가서 90일 내에 비준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의회에서 하나하나 다 고치게 된다. 물론 지금도 USTR이 의회와 일부 상의를 하면서 협상을 하지만, 앞으로는 완전히 다른 코스로 간다는 거다. 의회에서 협정문 내용을 고치면 다시 협상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의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을 다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이 ‘(협정문의 ISD 부분을) 바꿔주겠다’고 하더라도 의회에서 안 된다고 할 수가 있다는 거다. 행정부에 일시 양도했던 권한이 의회로 넘어갔기 때문에. 재협상이 더욱더 어려워진 것이고, 따라서 (이 대통령의 말은) 실효성이 없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민주당이 이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양국 장관급 이상 명의의 문서로 담아 오라”고 당론을 정했다. 일각에선 기존 당론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후퇴한 거다. 일단 명확하지도 않다. 폐기를 전제로 협상을 하자는 건지, 폐기협상을 하자는 건 명확하지 않다. 또 방금 얘기한 것처럼, 양국 통상장관이 설사 폐기하겠다고 하더라도 의회에서 안하겠다고 하면 못하는 거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미국이 재협상에서 손해 보는 협상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페루나 콜롬비아 같은 경우에는 국회에서 비준을 했는데도 미국이 (협정문을) 바꿔서 또 비준을 해야 했다. 반대로 미국이 한 번 비준을 했는데 미국의 방침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비준을 다시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의 이번 당론은 ‘선(先) 폐기 후(後) 비준’이라는 기존 입장보다도 더 후퇴한 것이고, 사실은 ‘10+2재재협상’이라는 애초 당론 에서 ‘ISD폐기’로 정한 것도 후퇴다. 여기에서 ‘선 비준 후 폐기약속 협상’ 비슷하게 된 것이야말로 확실한 후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의 이런 입장 후퇴가 정부의 강경 대응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이 사실은 가장 큰 문제라고 보인다. 특히 협상파들이 나서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반 정도는 사실 (한미 FTA에) 찬성하는 것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의 선의를 믿는 것 아니냐’ 하는 인식을 심어준 거다. 국민들이 보기에도 황당한 이 대통령의 약속에 대해 민주당 의원의 반 정도가 ‘저 정도면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절충안으로 나오는 게 ‘선 비준 후 폐기약속 협상’인 거다. 이렇게 조금씩 후퇴하다 보면 결국은 정부여당에게 강행처리의 명분을 주게 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해 전술적으로 ISD 문제에 집중한 거라고 설명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실제로 민주당의 당론이 후퇴하는 과정들을 보면 (이와 같은 설명은) 사후 합리화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가만히 뒀으면 (협상파인) 김동철 의원이 하자는 대로 갔을 거다. 끝장토론도 거의 비준을 위한 요식행위로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협상파에 민주당이 끌려가겠다 싶어서 범국본에서 제대로 안 하면 나가버린다고 했고, 실제로도 정태인 원장과 송기호 변호사가 중간에 나온 적도 있다. 그 때 내가 옆에 있었다.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면 ISD를 전술적으로 들고 나왔다고 보기 어렵다. 일례로 김진표 원내대표가 (10월 31일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당론과 배치되는 합의문을 만들어서 오지 않았나. 명백히 당령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건데, 그 정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원내대표를 그만두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그냥 두고 있지 않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로 ISD만 빼면 되는 건지도 궁금해 하는 시민들이 많다.
“ISD는 한미 FTA 협정 자체를 강제하는 조항 중 하나일 뿐이다. 협정 전체가 독소조항이고, ISD는 그것을 강제하는 조항인 거다. 설사 ISD를 뺀다 하더라도 국가가 기업을 대신해서 제소하는 방법도 있다. 한EU FTA에는 ISD가 없는데 어떻게 강제되느냐. 국제중재기구로 정부가 대신해서 가져갈 수 있다. 국회에서 유통법·상생법을 만들 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이건 한EU FTA 위반이다’라고 얘기했다. 국내에 들어와있는 홈플러스의 상당수 지분을 영국의 테스코가 가지고 있다. 만약 ISD가 있다면 테스코가 직접 한국정부를 제소하겠지만, 없다면 영국 정부가 그 기업을 대신해 국제중재기구에 회부하게 된다. 결국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ISD를 뺀다고 해서 한미 FTA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민주당에서 노무현 정부의 ’착한 FTA’와 이명박 정부의 ’좋은 FTA’를 나누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민주당의 기본 당론이 10+2 아닌가. 거기에는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 내용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은 참여정부때 체결된 내용이다. ISD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그건 노무현 정부가 체결했던 게 맞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반대하려면 한미 FTA를 체결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고 얘기하는 게 맞다고 본다.
‘좋은 FTA’와 ‘나쁜 FTA’라는 것은 FTA의 전체 역사를 봤을 때 맞지 않는 이야기다. 크게 보면 WTO 전체협상 과정에서 WTO 플러스, 즉 DDA(도하개발어젠다), GATS(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 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 등의 여러 가지 협정들을 WTO에서 통과를 시키려고 했던 게 2003년 2005년까지의 미국과 EU의 정책이었다. 그런데 그게 안 되다 보니까 2003년에 미국이 정책을 바꿔서 FTA로 약한 나라부터 잡자고 했던 거다. WTO로 한꺼번에 하려다가 잘 안 되니까 전략을 바꾼 거다. 그래서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미국,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코스타리카)이 추진됐고, 칠레(미-칠레 FTA), 에콰도르 페루 콜롬비아(미-안데안 FTA)와도 FTA를 했다. 이른바 군사적·정치적으로 (미국에) 종속적인 나라부터 잡기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WTO 구도 안에서) 당시 개발도상국들이 거부한, 그리고 세계적으로 거부된 협상인데 미국이 자신의 우월한 관계나 지위를 이용해서 관철해왔던 거다.
미국식 FTA는 하나의 판본이 있고, 거기에서 다 찍어낸다. 거기에서 나라마다 일부가 바뀔 뿐이다. 나프타(NATFA) 11장과 한미 FTA 11장이 유사한 것처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거의 비슷하다. 이런 협정을 스위스가 거부했고, 중동 FTA가 좌절됐고, 아프리카 관세동맹이 좌절됐고, 태국과도 좌절됐다. 결국 미국이 맺은 FTA는 싱가포르, 요르단, 이스라엘, 호주, 모로코, 중미, 북미(캐나다, 멕시코)와 남미의 미국에 종속된 몇 나라뿐인데 거기에 한국이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서 ‘좋은 FTA’를 거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 병원 사무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허완 기자

-정부에선 지금까지 충분히 토론을 했으니 이제 그만 비준하자고 하는데. 직접 끝장토론에도 나가셨고, 여러 차례 토론회에도 나가셨는데, 충분히 토론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나.
“일단 이전에도 충분히 토론된 바가 없다. 한미 FTA는 거의 헌법에 준할 정도의 협정이다. 여기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라면 얼마나 해야 하겠나. 단지 무역협정이나 관세협정이 아니다.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한미 FTA의 목적이라고 미국 정부가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다. 여기에서 비관세장벽은 한국의 사회제도를 말한다. 법과 제도를 전체적으로 다 바꿔야 되는 문제다. 캐나다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면 나프타를 ‘비밀헌법’이라고까지 부르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백보를 양보해서 처음부터 토론이 잘 됐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의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 않나. 미국의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전 세계가 경제위기를 겪었다. 근데 한미 FTA는 그 이전에 금융서비스의 ‘네거티브리스트’에서 보듯, 서비스 개방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협정이다. 신자유주의적인 한계를 정확히 보여준 게 바로 2008년 세계금융위기였고, 그 위기가 지금까지 유로존 위기까지 계속 온 거다. 지금 상황에서 한미 FTA가 뭘까. 이 부분에 대한 토론은 이뤄진 바 없다. ‘끝장토론’에서도 이 토론이 이뤄진 바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현재 경제위기 상황에 ‘자유무역 협정’이 과연 어떤 의미인가도 따져봐야 한다. 크루그먼조차도 지금의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세 번째 위기라고 말한다. 19세기 말, 1930년대, 그리고 지금. 현재의 위기가 작은 일과적인 위기가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과연 1930년대에 어떤 일들이 일어났나. 일단 환율전쟁이 있었고, 폐쇄적 지역 블록화의 움직임 있었고, 근린궁핍화정책(beggar-my-neighbor policy)이 있었다. 이런 것들로 인해 경제적으로 충돌하다가 결국 2차대전까지 겪었다. 지금의 자유무역협정은 미국의 근린궁핍화정책, 이른바 한국에게 미국의 경제위기를 떠넘기는 협정이다. 그 부분이 더욱더 강화된 것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재협상의 내용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격화되는 미중간 대립 갈등 속에서 한미 FTA가 과연 무슨 의미를 지니느냐에 대해서도 전혀 토론된 바 없다. 다시 말해 협정문의 각 내용에 대한 토론도 거의 안 됐고, 2008년 이후 새롭게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도, 경제위기 속에서 한미 FTA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미중간 대립 상황에 대해서도 토론된 바 없다. 토론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라다.”
-정부 주장 중 하나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건데.
“서비스산업이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얘기하는 것은 금융서비스다. 그런데 경제위기를 가장 심하게 겪은 나라들을 보면 미국식 금융서비스를 도입한 나라들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미국식 금융서비스를 가진 나라들이 위기를 당했다. 아일랜드와 영국이 대표적이다. 금융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게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저축은행사태에서도 보듯 제2금융권의 부실은 사실 정부가 메우고 있을 뿐이지 심각하다. 부동산 PF대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완화한다는 건 한국경제를 사실상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겠다는 거다. 금융서비스의 선진화라는 게 미국식 금융서비스를 따라간다는 건데, 지금 그게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닌가.
보다 더 중요하게는 서비스 선진화가 뭐냐는 게 중요하다. ‘선진화’라는 말속에 숨어있는 것들이 과연 무엇이냐는 거다. 예를 들어 기업형슈퍼가 하나 들어오면 그 동네 상점들이 다 망한다. 정육점, 야채가게, 치킨집 통닭집까지 다 망한다. 한국정부의 눈에는 SSM의 도입이 경쟁력 강화이고, 이걸 서비스 선진화라고 하는 거다. 그런데 영세상인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하나도 없도록 하는 게 선진화다. 서비스 선진화가 과연 누구한테 이득이 되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06년 2월에 처음에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할 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는 지금까지의 제도를 버리고, 미국의 선진적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게 한미 FTA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영세상인 보호조치를 경쟁력 강화를 방해하는 규제장치로 보는 미국식 제도를 이식하는 거다. 그건 누구를 위한 거냐. 그야말로 1%를 위한 것이다. 결국 99%의 희생을 바탕으로 1%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거다.”
-정부는 한미 FTA로 공공정책의 자율성이 침해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얘기한다. ISD에 대해서도, ISD는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 하는데.
“일단 ‘ISD가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그거야말로 거짓말이다. ISD 자체가 국가의 정책을 대상으로 기업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다. 국가가 기업의 이익을 침해하는 게 공공정책 말고 뭐가 있나. ISD는 공공정책의 예외가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다.
실제로 보건정책 환경정책들은 다 ISD의 대상이 됐다. (정부는) 다 예외라고 하는데, 수용보상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일례로 미국의 에틸(Ethyl)이라는 회사가 망간이 섞인 휘발유 첨가제를 팔았다. 그런데 캐나다 정부가 이 물질이 아이들의 지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보고 판매를 금지 시켰다. 그랬더니 이건 영업이익 침해다, 왜 허가를 해주고 금지하느냐 해서 결국은 캐나다 정부가 허용하게 됐다. 캐나다 정부는 사전예방조치 때문에 금지한 거지 막상 정말로 증명하라고 하면 증명하기 어렵다. 입증 책임이 소송을 거는 쪽에 있는 게 아니라 당하는 쪽에 있다. 국가가 입증해야 한다. 보건정책, 환경정책. 대표적인 공공정책 아닌가. 다 ISD의 대상이 됐다. ISD야 말로 공공정책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 동아일보 11월 3일자 4면.

공공정책이 한미 FTA의 예외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모든 공공정책은 다 예외로 해 놨다, 미래유보로 해놨다고 말한다. 그런데 ‘수용 및 보상(수용보상)’과 ‘최소기준대우’에는 다 포함이 된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포함된다. 이 두 가지로 ISD로 제소되는 게 80%가 넘는다. 예를 들어 정부가 수도나 가스는 전체를 미래유보로 해 놨다. 한국 정부가 되돌릴 수 있다. 그렇지만 만약 되돌리려면 수용보상을 해줘야 한다. 수도를 민영화했다고 하자. 보통 30년 단위로 계약을 하게 되는데, 5년 정도 해보니 수도요금이 오른다. 그래서 정부가 다시 국유화하겠다고 할 수는 있다. 다만 남은 계약 기간에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정부가 보상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수용보상을 하는 게 나을지, 민영화를 그대로 두는 게 나을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한국(법)에서는 적절한 보상을 하면 그만이지만, 한미 FTA에서는 간접수용의 원칙에 따라 앞으로의 이득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한다. 전기처럼 현재유보로 되어 있으면 ‘래칫(역진방지조항)’ 때문에 아예 되돌릴 수도 없다.”
-의료부분은 어떤가. 정부는 약값이 오르고 영리병원이 확산돼 병원비가 오른다는 등의 우려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는데.
“미국은 약값이 가장 비싼 나라다. 유럽의 1.5배가량 된다. 1년에 약 하나를 1조원어치 팔면 ‘블록버스터’라고 부른다. 특허를 1년 연장하면 1조원을 버는 거다. (한국에 도입되는) 허가특허연계제도에 (제약회사들이) 목숨을 거는 거다. 여기에 따르면,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제약회사가 소송만 내면 복제약 제조가 자동 금지 된다. 특허가 침해 됐다고 판결이 난 뒤에 금지 되는 게 아니라, 침해당했다고 소송을 내는 즉시 복제약 제조가 금지되니까 사실상 특허가 연장되는 효과를 지닌다. 미국은 워낙 연장이 많아서 30개월로 제한해놨고, 한국은 1년으로 해놨다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약값이 오른다. 정확하게 말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돈을 더 벌지만 환자들이 돈을 더 내거나 아니면 건강보험에서 더 내야 하는 거다. 이렇게 국민의 돈과 건강보험 재정을 털어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갖다 바치는 게 한미 FTA다.
게다가 미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이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기 때문에 약값을 정부가 결정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민영보험회사하고 제약회사하고 약값을 정한다. 한국에선 약값을 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이 정한다. 그런데 한국에 이번에 ‘독립적검토기구’라는 게 도입된다. 정부는 여기에 들어갈 수 없고,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도 못 들어간다. 미국은 제약회사가 여기에 들어가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 (제약회사가) 들어가게 될 거다. 한국이 처음이다. 호주가 가장 유사한 경우인데, 호주는 독립적검토‘절차’라고만 되어 있는데, 한국은 ‘인디펜던트 리뷰 바디(기구)’ 라고 돼 있다. 약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건강보험료는 올라가고, 건강보험 재정이 나가는 거고,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거다.
호주 정부가 미-호주FTA에 포함된 의약품 관련 조항의 효과가 완전히 발생하면 1년에 30%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고 예상했었다. 말이 30%지, 약값의 30%가 뛴다고 생각해봐라. 물론 당장은 30%가 뛰진 않을 거다. 한미 FTA 집회에서 내건 슬로건 중에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말라’는 게 있던데, 맞는 애기다.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앞으로 그렇게 될 거다.


▲ "우리의 미래를 거래하지 마라" ⓒ허완 기자

영리병원도 마찬가지다. 의료제도는 한미 FTA의 예외라고 했는데, 건강보험재정의 30%가 약값으로 나간다. 근데 어떻게 의료와 한미 FTA가 상관이 없나. 완전히 거짓말이다. 협정문 제5장이 의약품 얘기다.
미래유보 조항에 ‘한국의 보건의료서비스는 한국이 결정권을 갖는다. 단,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과 약국은 예외로 한다’고 되어 있다. 이미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과 약국은 래칫에 걸려서 취소할 수 없게 된다. 여기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지금 단순 맹장염이 170여만 원, 복잡 맹장염이 대학병원에서 210여만 원 한다. 시민들은 건강보험 적용해서 3-40만원을 (치료비로) 지불한다. 영리병원은 다 1인실 병실이고 건강보험 적용 안 된다. 이 병원들은 치료비를 네 배쯤 받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170-210만원에서 곱하기 4내지 7을 해야 한다. 최소 네 배로 친다고 하더라도 800만원 900만원 금방 나온다. 괴담이 아니다.
그럼 누가 거길 가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VIP 보험’이 생길 거다. 그 병원에 가기 위해서 평소에 얼마씩 돈을 내는 거다. 이 사람들은 나는 VIP 보험에 들었고, 그 영리병원에 가는데 왜 내가 가지도 않은 건강보험에 돈을 내야 하느냐 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원적 의료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 문제는 영리병원이 경제자유구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이 이미 6개인데 또 늘어났다. 한미 FTA 체결할 땐 3개였는데, 지금은 제주도까지 해서 7개다.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거다. 충북하고 강원도가 빠져 있는데, 정부가 ‘3차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한다고 3곳을 늘린다고 이미 계획하고 있다. 계속 늘어나면 이 자체로 전국화가 되고, 더 안 늘어난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경제자유구역 바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게 의료와 교육의 특징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의 등록금이 올라가면 영월군 정선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고 전국의 모든 사립고에 다 영향을 미친다. 의료도 마찬가지로 한 군데서 올리면 뱀파이어 효과, 또는 파급효과라고 부르는 게 있어서 전국의 사립병원 의료비도 덩달아 올라간다. 이미 다 증명된 얘기다. 우린 왜 저렇게 못 받느냐, 역차별 아니냐라는 식으로 문제가 된다. 의료비가 당장 폭등하진 않겠지만 미래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 중앙일보 11월 1일자 3면.

심지어는 어디까지 걸릴 수 있냐면 금융부문의 보험상품까지 수용보상에 걸릴 수가 있다. 민영보험회사에서 암보험도 팔고, 중대생명보험, 실손형보험도 판다. 그런데 최근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공약하는 게 복지공약 아닌가. 그 복지 공약에서 대표적인 게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거다. 암 걸리거나 중병에 걸려도 1년에 백만 원만 내게 해주겠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면 사람들이 민간 암보험에 들겠나. 있는 것도 빼지 않겠나. 그러면 보험회사들이 왜 우리의 영업이익을 침해하느냐고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조처 자체에 대해 수용보상으로 ISD를 걸 수 있다. 정부에서는 건강보험도 예외라고 하는데, 미래유보는 되어 있지만 수용보상에서는 빠져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민영보험 규제 못한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미국의 ‘센츄리온’이라는 영리병원 기업 하나가 캐나다의 연방보건법이 자신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를 걸었다. 캐나다 연방보건법에 의하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이고 무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캐나다 정부가 정한 의료비 외에 환자한테 별도의 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센츄리온사이) 그게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2009년에 ISD를 이용해 소송을 걸었다. 문제는 이게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랑 똑같다는 거다. 한국의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는 전국의 의료행위에 대해서 똑같은 가격을 매기는 제도다. 그게 가장 큰 기능이다. 더 받을 수가 없다. 돈을 더 받으면 위반이다. 바로 그게 건강보험당연지정제도인데, ‘우리는 돈 더 받을래’ 할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영리병원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에 제소 당했다는 거다. ISD는 걸면 걸린다. 자동 동의조항이 있다. 94년 나프타 이전의 ISD에는 자동동의조항이 없었다. 지금의 ISD에 따르면, 국가는 무조건 (소송에) 응해야 한다.
근데 그렇게 되면 연금은 안 걸리겠나. 공적연금 강화하면 당장 민영 보험회사에서 하는 연금보험이 걸릴 텐데. 복지를 강화할 때마다 한미 FTA의 시각으로 보면 다 이게 공공보험하고 시장이 경쟁하는 분야가 된다. 복지의 시각으로 보면 복지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지만, 한미 FTA 시작으로 보면 이게 다 기업의 영업 이익을 침해하는 거다.
이게 문제가 되냐 안 되냐를 따져야 한다는 거다. 수용보상에 걸리는지 안 걸리는지 끊임없이 따져야 한다는 게 한국의 앞날에 드리운 미래다. 이렇게 되면 미국 보험회사만 이익이 아니라 한국 보험회사들도 이득이다. 한국 재벌 중에 보험회사를 안 가진 곳이 어디 있나. 이런 보험회사들 전체가 다 이득을 보기 때문에 전경련, 경총은 한미 FTA 찬성이다. 미국에 반도체 수출하는 건 이미 관세가 없다. 자동차 수출 늘어난다? 관세가 떨어지긴 하겠지만, 현지생산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말하자면, 그걸로 얻는 이득보다 한국의 규제완화로 한국에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재벌과 기업들이 한미 FTA에 찬성하는 거다. 이 때문에 99%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1%의 한미 FTA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다. 미국의 대기업,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미국의 재벌과 한국의 재벌들을 위한 것이라는 거다. 한국 정부가 계속 국익을 얘기하는데, 그 때의 국익은 누구의 이익인가. 우리의 이익, 미국의 이익을 얘기할 때 그 우리가 도대체 누구냐는 거다. 그건 1%를 말한다는 거다. 서비스경쟁력 강화한다고 하면서 영세상인들 다 몰락하게 하고, 공공요금 오르고, 공기업은 민영화되고 의료비 오르고 약값 오르고 복지강화는 힘들어지고. 사회공공 정책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침해한다고 ISD로 문제가 되고. 한꺼번에 모든 것이 다 무력화된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굉장히 기업에게 유리한 조건이 들어온다는 건 확실하다. 이게 비준된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며칠 전에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바뀌었는데. 어떤 연관이 있다고 봐야 하나.
“김종대 씨가 (이사장으로) 들어오는 건 진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투쟁 때문에 노태우 대통령이 할 수 없이 전국민건강보험을 해줬다. 89년에 농민들이 건강보험증을 태우면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런 무수한 과정을 통해 건강보험이 통합된 거고, 그것도 그 이후에 10년이나 걸려서 된 거다. 그걸 막았던 사람이 김종대 씨다. 신임 이사장이 건보공단을 다시 조합화하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현 정부가 건보공단을 깨려고 하는 거다. 공단이 통합되기 전에는 조합 형식이었다. 지역별, 직장별로 나눠져 있었다. 이랬을 때 가난한 조합은 사람들한테 보험료를 못 걷으니까 보장성이 낮았다. 보장성을 다른 데도 높일 수 없으니까 다 하향평준화가 됐던 거다. 그래서 이 조합들을 하나로 통합 한 게 현재의 건강보험공단이다. 일종의 사회적 연대다. 신임 김종대 이사장이 ‘네덜란드형 (모델)’까지 언급을 했는데, 네덜란드는 공공보험과 민영의료보험을 경쟁시키는 체제다. 우리나라도 보험을 쪼갠 다음에 민영보험도 경쟁에 참여시키겠다는 얘기다. 경쟁을 시킨다는 것 자체가 돈을 누가 더 남기느냐를 두고 경쟁하는 거다. 그렇다면 돈을 어떤 조합이 돈을 더 남기느냐 경쟁이라면, 보험료를 더 걷든, 보장성을 낮추는 두 가지 방법밖에는 없다. 나머지는 없다. 그렇게 되면 이 자체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일단 민영보험에 이득이다.
이걸 다시 통합하려고 해도 누군가의 영업이익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 수도 있고, 나중에 정부가 다시 돌리려고 해도 못 돌린다. 12월에 대한의사협회가 건보통합은 위헌이라고 낸 소송 결과가 나온다. 건보공단 이사장이 건보통합에 대한 변호를 지원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아닌가. 건보공단에서 옹호를 하지 않는데 누가 옹호하겠나. 이라는 책이 있다. 언뜻 사회과학서적같은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다. 거기 보면 ‘한미 FTA는 한미 FTA 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 개방노력과 한미 FTA가 결합할 때 가장 큰 실질적 효과가 난다’고 나온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게 딱 그거다. 한미 FTA로 영리병원 허용하고 약값 올리고, 그 자체로 건강보험은 크게 약화될 텐데 거기에 더해 건보공단을 깬다. 이러면 완전히 민영보험 천국이 되는 거고 영리병원들은 앞으로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다. 이게 한미 FTA의 미래다.”
-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다. 언론이 검증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있는데.
“흔히 ‘경마식 보도’라고 하는 보도도 물론 필요하다. 민주당의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 한나라당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 뭐 이런 식의 정치기사들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그야말로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한미 FTA가 뭔지를 알아야 왜 협상을 하고 왜 누구는 반대하는 건지 국민들이 알 텐데 그런 보도가 없다. 이른바 보수 언론들은 한미 FTA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얘기는 완전히 괴담으로 치부를 하고 있다. 언론이라면 반대주장도 객관적으로는 보도해야 할 것 아닌가. 국민들이 이게 뭔지를 알아야 찬성하고 반대할 것 아닌가. 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시민들에게 판단기준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워낙 광범위한 분야여서 그렇다고 판단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의료, 환경, ISD, 이런 중요분야조차도 사실상 다 다루지 않고 있다. 안타깝다.


▲ 조선일보 11월 4일자 5면.

한미 FTA 자체 내용에 대해서 좀 더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한미 FTA가 한국에 미칠 영향, 한국의 여러 제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원가 넓은 분야이긴 하지만 분야별로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찬성 반대 의견에 대해서 심층적인 보도를 했으면 좋겠다. 워낙 분야가 많아서 저런 것도 있었냐고 할 정도다. 예를 들어, 한국에 환경독성물질이 얼마나 도입되는지에 대해 법의학자들, 독성물질 연구자들, 화학자들, 의학자들, 생물학자들, 법학자들이 다 모여서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해야 한다. 환경문제를 빼먹었는데, 자동차 배기가스가 한국의 환경기준에 안 맞아도 미국차를 수입하게 해 놨다. 이 배기가스가 한국인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해서 충분히 토론해야 하지 않나.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다 놓치고 있다. 그야말로 다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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