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사설]‘경쟁력 키우면 된다’는 무책임한 FTA 피해대책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4일자 사설 '[사설]‘경쟁력 키우면 된다’는 무책임한 FTA 피해대책'를 퍼왔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날치기 처리된 이후 정부와 여당은 ‘이제 남은 것은 후속대책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관계장관회의에서 피해 예상분야에 대한 지원대책을 주문한 데 이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민주당이 요구한 방안의 100%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속대책은 결국 기존 FTA 피해대책의 지원액을 얼마간 늘리는 것이 될 공산이 크다. 협정 발효를 기정사실화하고 피해계층의 FTA 반대를 혈세로 무마하려 한다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미 FTA 피해대책은 전혀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지원액을 늘린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 대표적인 피해분야인 농축산업의 대책을 보면 피해 추정에서부터 부실의혹을 받는다. 우리는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 농산물 수입이 연평균 4억2000만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미국 농무부가 추정한 한국에 대한 수출증가액은 2조1000억원으로 우리 추정치의 5배다. 이 같은 허술한 피해 추정을 바탕으로 정부는 지난 8월 22조원 규모의 피해대책을 발표했다. 그나마 수년째 이미 시행 중인 지원사업, 농어민 숙원사업 등 한·미 FTA에 따른 피해보전과 거리가 먼 갖가지 지원책을 쓸어담아 22조원을 채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피해보전 직불제를 제외하면 사실상 융자 형태의 지원이 대부분이다. 농업 다음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제약업계도 정부의 피해 추정치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까스로 마련된 유통법·상생법이 한·미 FTA 발효로 무력화될 경우 중소 유통상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마저 없어지게 된다.

피해산업·피해계층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단순하고 무책임하다. ‘개방 파고에 맞서 경쟁력을 높이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역시 농업이다. 역대 정권은 시장 개방 때마다 ‘농업도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며 수십조원의 혈세를 퍼부었다. 복지정책·농촌정책·농업정책이 혼재된 ‘돈으로 때우는’ 정책의 결과 농업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인 채 농민들만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됐다. 한국 농업의 미래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는 개방 반대를 그때그때 혈세로 무마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개방’ 얘기만 나와도 사색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는 것이 정부 논리다. 이 대통령은 그제 관계장관회의에서 “농업이라고 세계 최고가 되지 말란 법 없다. 농민들도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농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적극적 자세를 갖는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이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세계 최고의 농업이 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지적에 공감하고 희망을 가질 농민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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