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3일 수요일

[사설]원전 미망(迷妄)에 사로잡힌 정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22일자 사설 '[사설]원전 미망(迷妄)에 사로잡힌 정부'를 퍼왔습니다.
정부의 원자력발전 집착은 미망(迷妄)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정부는 엊그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2016년까지 세계 3대 원자력 수출강국이 되겠다는 원전강화 계획을 의결했다. 현재 가동 중인 21기를 2022년까지 32기로 늘리고 원전 비중도 36%에서 59%로 끌어올린다는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 구상에 수출을 도드라지게 강조한 것에 불과하다. 사양길에 접어든 원전산업을 녹색성장과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포장한 정책감각도 한심스럽거니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확산되는 탈(脫)원전의 지구적 대세를 거스르겠다는 어깃장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전 르네상스는 정부의 독단과 독주로 일관한다는 점에서 ‘4대강’과 꼭 닮았다. 성장만능주의에 사로잡힌 허망한 짝사랑일 뿐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선진국은 자랑이 아니라 불안과 재앙의 진원지를 뜻하는 오명이 됐다. 또한 원전보다 값싸고 깨끗하며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없다는 원전 지지자들의 주장은 허위로 판명되고 있다. 결국 원전 수출의 3대 강국이 되겠다는 것은 ‘지구적 왕따’를 자처하는 셈이다. 세계 3대 원전강국인 일본은 14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했고, 독일은 2022년까지 무(無)원전을 확정했다. 최대 원전 보유국인 미국도 원전 중독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원전 수출을 늘리겠다는 것은 세계적인 비웃음만 살 뿐이다. 

원전은 소수의 전문가나 정부의 독단에 맡겨질 사안이 아니다. 한번 시작되면 중도에 돌이키기 힘든 까닭이다. 설계수명 30년에 폐원자로 안정화까지 50년을 더하면 원전의 처리는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짐이 된다. 더 큰 문제는 더 늦기 전에 가야 할 ‘탈원전’의 길을 정부의 원전 집착이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의 사회적 합의가 절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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