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9일 화요일

한·미 FTA가 미국에 중요한 진짜 이유


이글은 시사인 2011-11-29일자 기사 '한·미 FTA가 미국에 중요한 진짜 이유'를 퍼왔습니다.
“한·미 FTA 비준 여부는, 전체 아시아·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미국이 경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지난 8월11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보고서는 미국 의회에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며 위와 같이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먼저 한국의 교역 상대국으로서 미국의 지위가 지난 10년간 계속 떨어져왔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던 미국이 지금은 교역량 기준으로 3~4위에 머무른다는 것. 1위는 중국이고 그 다음은 일본이다. EU와 미국이 비슷한 교역량을 기록하고 있으나, 한·EU FTA 비준 이후 EU의 한국 수출량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AP Photo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연단에 선 이)이 10월13일 국회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물론 한·미 FTA가 비준되면 한·미 간 교역량은 다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업적 이익보다 미국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을 물리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중 양국이 21세기 아·태 지역의 무역·투자 규범과 스탠더드를 둘러싸고 대결 중인 것으로 인식한다. ‘게임의 법칙’을 누가 결정하느냐의 문제다. 이 싸움에서 미국이 중국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TPP를 주도하려면 한·미 FTA를 반드시 비준시켜야 한다. “만약 한·미 FTA 비준에 실패한다면 미국의 지도력이 의심받게 되고, 이는 TPP 협상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칫 미국이 아·태 지역의 무역 시스템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은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일본을 TPP로 끌어들이는 구실도 맡고 있다. “한·미 FTA가 통과되는 즉시 한국은 TPP 논의에 참여할 것이 확실하다. 이는 일본의 TPP 참여를 자극할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제프리 쇼트 또한 한·미 FTA가 빨리 비준되어야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중국 때문이다”라고 정리했다. 이 외에도 여러 민간 싱크탱크들이 ‘중국 견제’를 이유로 한·미 FTA 비준을 미국 의회에 촉구했다. 결국 한·미 FTA는, 미국이 TPP를 성사시켜 아·태 지역의 헤게모니를 다시 장악하려는 프로젝트에서 결정적인 교두보 구실을 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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