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4일자 사설 '‘교육난적(敎育亂賊)’ 오명 자초하는 이주호 장관'을 퍼왔습니다.
교육 행정이 말이 아니다. 정치는 물론 경제·복지·노동·외교도 그렇지만 작금의 교육정책은 너무 헝클어졌다. ‘총체적 난맥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의 난맥상은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핑곗거리라도 있다지만, 역사교육과정 논란에서 대학개혁에 이르기까지 뒤죽박죽인 교육 난맥상은 순전히 잘못된 정책 탓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난맥상이 교육의 근간을 뒤엎는 교육과학기술부 이주호 장관의 독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장관은 엊그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준 발표 시점을 2~3일 미룬다고도 했다. 잘못됐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꿈쩍도 않더니 이제와서 하루이틀 생각해서 바로잡겠다는 것인지, 재검토 흉내라도 내며 밀어붙일 명분을 쌓겠다는 것인지 오리무중이다. 무리하게 교육과정 개정을 서두른 것도, 정체불명의 정파적 단체가 뒷문으로 고친 역사교육과정 개정안의 고시를 강행한 것도 이 장관이다. 애초 역사학계의 검증을 무시한 채 소모적인 이념 논란을 불러놓고,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2~3일 재검토’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이 장관이 헝클어놓고 있는 건 역사교육만이 아니다. ‘사교육과의 전쟁’이라고 요란을 떨었던 교과부는 고교입시의 사교육 열풍을 조장하는 조치를 취했다. 설계가 잘못돼 빈사상태인 자율형사립고를 살려보겠다며 ‘선발 자율’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자사고도 살리고 사교육도 잡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이 장관의 교육자치 해코지는 도를 넘었다. 사사건건 민선교육감의 딴죽을 걸더니 급기야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에 교과부 대변인을 앉혔다. 혁신실험과 교육자치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대학개혁은 완전히 엉켰다. 비리척결을 외치면서 퇴출됐던 옛 비리재단에 복귀의 길을 터주고 있다. 부실대학을 솎아낸다며 하는 일도 가관이다. 취업률 잣대로 인문·예술 대학에 ‘부실’ 딱지를 남발하는가 하면, 법으로 정해진 국공립대 총장직선제를 없애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끊겠다고 겁박했다. 부실을 도려내랬더니 생살을 잘라내는 게 ‘이주호식 대학개혁’이다.
조선시대 성리학 정신과 질서를 문란케 하는 집단을 가리켜 ‘사문난적(斯文亂賊)’이라 했다. 요즘 역사학계는 역사교육과정을 문란케 한 이 장관을 ‘사학난적(史學亂賊)’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그뿐이 아니다. 교육자치가 훼손되고, 사학비리는 극성이고, 대학의 민주화가 후퇴하고, 교육격차는 더 벌어지고, 성적순 줄세우기의 고질은 더 덧나고 있다. 이런 교육 난맥이라면 이 장관은 ‘교육난적(敎育亂賊)’이란 오명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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