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5일 토요일

[사설]한나라, 한·미 FTA 비준 서두를 이유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4일자 사설 '[사설]한나라, 한·미 FTA 비준 서두를 이유 없다'를 퍼왔습니다.
정부·여당이 당초 예정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비준은 일단 무위에 그쳤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하는 서한까지 보내며 비준을 독려했으나 국회는 대통령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야 간에 막후협상이 진행되기는 했지만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 핵심 현안은 물론 한·미 FTA를 둘러싼 본질적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도 한·미 FTA 비준 강행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에 따른 엄청난 후유증을 우려하기 때문일 터이다.

한·미 FTA 비준을 위한 1차 시도가 무산된 것을 계기로 이 협정이 갖는 위험성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ISD가 갖는 위험성은 이미 정부 내에서도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외국인 투자자가 국제 관습법상 공정·공평 대우 위반, 간접 수용(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할 경우 승소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측은 “내부 교육 자료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정부 관련부처가 ISD의 위험성을 인정한 것은 그 의미가 간단치 않다. 이런 우려는 비단 국내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관료를 지낸 일본의 한 경제학자는 ISD를 ‘독이 든 만두’라며 ‘일본이 한국의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한·미 FTA 체결의 성과만 내세우고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번 비준 무산을 둘러싼 여당의 내부 사정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그제 자신의 트위터에 “FTA 처리 문제에 있어 집토끼가 중요한 영남권은 속전속결을, 산토끼가 중요한 수도권은 합리적 처리를 주장”이라는 글을 올렸다. 보수 언론에다 공영방송까지 총동원해 한·미 FTA 여론몰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 여당 내에서조차 강행처리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마당이다. 급기야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미 FTA 반대를 반미·좌파 세력의 준동이라고 비난하며 색깔론까지 들고나왔다. 더 이상 논리 싸움을 포기한다는 실토나 다를 바 없다.

한·미 FTA와 같은 협정은 한번 가면 돌이킬 수 없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같다. 이것으로 야기될 수 있는 ‘어두운 미래’에 대해서는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장밋빛 미래만 선전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이성적인 태도다. 한나라당은 비준 무산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릴 게 아니다. 청와대가 밀어붙인다고 집권 여당이 계속 앞장서야 할 일인지 이제야말로 진지하게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한다. 여당 스스로 지금 역사의 심판대에 섰다는 절실한 자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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