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1일자 사설 '[사설] 다시 묻는다, 누구를 위한 한·미 FTA인가'를 퍼왔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대로는 안된다”고 외쳐온 민주당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한 뒤 강행처리하려는 기색이 역력한데 민주당은 전략과 전술은 물론, 왜 막아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의 빈곤마저 노출하고 있다. 한쪽에선 여야 협상 성과를 내세우고 다른 쪽에선 결사저지를 외치니 FTA를 저지하겠다는 것인지, 저지하는 척만 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처리 유보에 동의한다면 FTA 비준에 응할 수도 있다는 태도가 그 대표적 사례다. ISD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국제 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우리 공공사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체계 등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주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도 2007년 ISD가 “한국의 사법주권 전체를 미국에 바친 것”이라며 극력 반대한 바 있다. 이 독소조항의 성격을 이해한다면 비준에 앞서 폐지해야지, 비준 후 재협의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은 FTA 체결로 우려되는 피해대책에 대해 여당의 양보를 받아냈다며 이를 협상 성과로 꼽지만 그것은 FTA의 본질문제와 별개일뿐더러 FTA 비준을 정당화하는 명분도 아니다. 그것마저 민주당이 당초 요구한 수준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이런 민주당의 자세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한·미 FTA에 대한 원죄 의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장 제일주의, 성장 지상주의로 무장한 정부·여당은 수출 확대, 일자리 창출 등을 FTA 추진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FTA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집단은 거대 다국적 기업인 반면, 농어민·노동자·중소상공인 등 다수 약자의 삶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변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국가권력을 시장에 넘겨주는 FTA는 시대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이런 근본 문제를 제쳐둔 채 FTA 보완 또는 피해대책만 논의하는 것 자체가 공허하다.
한·미 FTA는 경제의 대미 의존도 심화를 넘어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몰고올 파문을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경제영토’ 확대 운운하지만 미국은 FTA와 같은 쌍무협정에서 상대에게 밀린 적이 없는 나라다. 특히 이 같은 통상조약은 한번 맺으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분명한 것은 한·미 FTA가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절체절명의 시점에 우리는 국회와 여당 그리고 야당에 다시 묻는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한·미 FTA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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