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일 수요일

[사설] 기무사 민간인 사찰 의혹 국정조사로 규명하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1일자 사설 '[사설] 기무사 민간인 사찰 의혹 국정조사로 규명하라'를 퍼왔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그제 기무사 요원들의 조선대 기광서 교수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본부는 기 교수의 e메일을 해킹한 광주·전남 기무부대 소속 2명과 서울 송파 210(방첩)부대 소속 2명 등 현역 부사관 및 군무원 4명을 직권남용죄 등 혐의로 구속했다. 그러나 “광주·전남 기무부대 소속 한모 원사가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동료에게 부탁한 것이 다른 인접 동료와 연계돼 범법 행위를 통한 과도한 수집행위가 이뤄졌다”며 상부의 개입은 없었다고 밝혔다. 앞뒤가 맞지 않는 수사결과로 되레 의혹만 커지고 있다는 말이 제격이다. 

이번 수사결과는 누가 봐도 믿기 어렵게 돼 있다. 2개 이상의 부대에 4명의 기무사 요원이 연루됐는데 이를 지시한 상급자가 없다는 것이다. 기무사에서는 본디 상급자의 지시 없이 하급자들끼리 그것도 불법적인 수사를 할 수 없다. 작은 사건도 내사 착수와 동시에 상부로 보고한 뒤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들이 범행을 시인한 뒤 한 달이 다 된 후에야 구속한 점도 납득할 수 없다. 수사기관이 방치하는 사이 피의자들은 증거가 될 만한 e메일 계정과 컴퓨터 자료를 다 지웠다. 상급자의 지시 또는 묵인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법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사찰은 중대한 불법행위다.

기무사가 불법적으로 민간인의 뒷조사를 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9년 8월 쌍용자동차 파업 때도 기무사 신모 대위가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의 뒷조사를 하다가 현장에서 발각됐다. 이번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을 몇몇 개인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기 교수에 대한 사찰 외에 기무사 요원들이 얼마나 많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사찰활동을 벌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수사가 ‘꼬리자르기’ 식으로 귀결된 것은 예상된 바다. 헌병대가 기무부대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국방부 역시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아 진실 규명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했다. 조사본부는 피의자들과 상급부대의 연관성을 밝혀줄 연결고리인 송파지역 방첩부대에 대해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았다. 과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 망령을 되살린 이번 사건은 군기를 넘어 국기를 흔드는 사건이다. 이대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다른 수사기관의 개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진실을 밝혀낼 다른 방법은 국회가 국정조사에 나서는 것뿐이다. 기 교수 사찰뿐 아니라 쌍용차 파업 당시 사찰의 배후까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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