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일 화요일

[사설]한명숙 무죄, ‘정치검찰’이 자초한 사필귀정이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0-31일자 사설 '[사설]한명숙 무죄, ‘정치검찰’이 자초한 사필귀정이다'를 퍼왔습니다.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무죄가 내려진 것은 무리한 기소와 수사로 일관했던 검찰에 대한 법원의 정면 경고라고 할 만하다. 또한 ‘야당 정치인 옥죄기’라는 정치적 목적에 눈이 멀어 객관적 합리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검찰의 수사관행은 더 이상 설 땅이 없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 주는 판결이기도 하다. 정치적 사건 재판을 엄격히 법률적으로 처리한 재판부의 결정 또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어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금품을 전달했다는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한 전 대표의 비밀장부와 채권목록은 금품수수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즉 검찰이 제시한 장부 등의 증거는 증거라고도 볼 수 없고, 한 전 대표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이라는 증거 아닌 증거는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검찰의 기소가 신빙성 없는 진술에 기초했다는 것을 지적하는 동시에 엉터리 기소와 부실 수사를 질타한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은 애당초 검찰이 한 전 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을 뇌물수수로 엮으려다 여의치 않자 엉겁결에 등장시킨 ‘핀치 히터’의 성격이 강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한 전 총리를 곽 전 사장으로부터 미화 5만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으나, 그때도 곽 전 사장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만 의존함으로써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혔으나 곽 전 사장은 법정에서 “의자에 두고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진짜 범인은 의자”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다. 심지어 재판부까지 검찰에 대해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다. 공소장이 엉망진창이니 다시 쓰라는 얘기였다. 법정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검찰은 한 전 총리가 1심 무죄 판결을 받기 5일 전 ‘한만호’라는 새로운, 그러나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는 카드를 내밀었던 것이다.

검찰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사법적 정의보다 정치적 타산을 앞세우는 그릇된 관행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중요 피의자를 밀실에서 윽박질러 얻어내는 진술은 증거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공판중심주의의 흐름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보수언론의 일그러진 보도 행태도 매섭게 비판받아야 한다. 검찰이 흘리는 미확인 정보를 대서특필하면서 야당 정치인의 ‘인격살인’에 앞장서는 것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행위일 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