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일 화요일

[사설] 의혹만 키운 ‘기무사 민간인 사찰’ 수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0-31일자 사설 '의혹만 키운 ‘기무사 민간인 사찰’ 수사'를 퍼왔습니다.
국방부 조사본부가 어제 발표한 조선대 기광서 교수 이메일 해킹 사건 수사결과는 부실수사, 꼬리 자르기 수사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사건을 둘러싼 숱한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새로운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선 범행 동기부터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국방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기 교수가 현재도 상무대를 출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해킹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 교수가 상무대(육군보병학교)에 강사로 출강한 것은 벌써 10년째다. 더욱이 국방부 발표에 따르더라도 기무사는 2009년 경찰을 통해 기 교수의 범죄경력을 조회해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을 확인했으나 ‘특이 동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뒤 뒤늦게 ‘기초자료 수집’을 위해 해킹까지 했다는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군 당국의 늑장수사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방부는 윗선 개입 여부 등에 대해 “해킹 메일을 발송한 사이트의 계정 내용이 모두 삭제”돼 밝혀내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애초 군 헌병대가 한달 가까이 관련자를 구속하지 않고 늑장을 부리는 사이 중대한 증거인멸 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늑장 수사에 대한 외압 여부 등을 밝혀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두고는 ‘기 교수 사찰에 관련된 이들이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사찰을 한 인물들과 겹친다’ ‘기무사가 모종의 시국사건을 엮으려 했다’는 등의 여러 관측과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국방부의 조사결과는 이런 의혹들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군 헌병대가 기무부대를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이 사건은 국회 국정조사 등 다른 방식을 통해 진상을 규명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무사의 일탈 행위를 계속 봐주고 넘어가서는 불법 민간인 사찰의 사슬을 영원히 끊을 수 없음을 정부여당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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