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16일자 사설 '[사설]건보 반대론자에게 어떻게 공단 맡길 수 있나'를 퍼왔습니다.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미국무역대표부(USTA)에 보낸 공식 보고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한국 내 영리병원 설립의 장애물이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의료기관과 실무자의 권리가 한층 강화돼 한국의 입법자들이나 행정가들이 국내법을 변경해 미국의 이익을 제거하기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미 FTA를 앞세워 국민건강보험을 초토화하려는 마당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국익을 지키기는커녕 미국의 이익에 봉사할 궁리만 하고 있다. 황당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인사가 그렇다.
건보공단 이사장에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이 임명됐다. 현행 통합건강보험 체제에 반대해 직권면직됐던 인물에게 건보공단을 맡긴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직장과 지역으로 건강보험을 나누고 전 국민이 동일한 의료보장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건강보다 의료산업화를 중시하는 인물에게 공단의 책임을 맡긴 것은 상식 밖이다. 더구나 공단 이사장 공모 과정에서 복지부 차관이 당사자를 대신해 응모서류를 대리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민영화의 걸림돌인 건보공단의 반발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꼼수 인사이자,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건보통합 반대의 신념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물론 이사장 독단으로 건보체계를 흔들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의 한·미 FTA 밀어붙이기와 영리병원을 통한 의료민영화 추진과 겹쳐본다면 이번 인사는 예사롭지 않다. 이미 경제관료로 잔뼈가 굵은 영리병원 찬성론자가 복지부 장관에 앉았다. 의료복지를 책임진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을 수호해야 할 건보공단의 수장이 모두 주어진 업무의 특성과 철학에 배치되는 인물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복지부와 건보공단을 의료산업화 지지자로 포위한다면 의료민영화는 내친걸음이 되고, 건보체계가 망가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책은 사회적 합리성과 경제적 합리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의료는 절대적으로 사회적 합리성에 바탕을 두어야 하는 공공재이다. 경제적 합리성만 좇고,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 건보통합에 대해서도 소신이라며 반대하는 인물을 건보공단 이사장에 앉힌 잘못된 인사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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