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3일자 사설 '대학의 도덕적 해이, 이러고도 자율을 말하나'를 퍼왔습니다.
감독의 무풍지대에서 대학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48년 만에 전국 200여개 4년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일제 감사의 중간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반값등록금’이 범국민적 현안으로 떠오르자 감사원은 등록금의 원가를 따져보겠다며 대학의 재정운용 실태에 처음으로 국가차원의 감사를 실시했다. 비록 감사원이 등록금 원가산정의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등록금 감사’라는 별명이 무색해지기는 했지만, 이번 감사 결과는 대학마다 재정운영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음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대학의 예산편성은 지극히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35곳의 5년간 예·결산을 살펴본 결과 대학들은 연평균 187억원의 예산을 덜 쓰고도 이듬해 예산편성에서 지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는 수법으로 등록금을 따박따박 올렸다고 한다. 대학마다 재정상황과 교육여건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이런 재정이 등록금 인상과 무관하다고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구나 캠퍼스 증·개축에 돈을 쏟아부으며 겉치장 경쟁을 벌였던 사립대의 경우 법정 전입금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최근 5년간 법인에서 받은 자산 전입금이 건설비의 1%도 안되는 곳이 감사대상의 절반에 달했다. 이는 명백한 위법이고, 회계의 마술을 부렸다고 해도 편법이다. 이러니 등록금이 안 오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자의적 예산편성의 꼼수만 문제가 아니다. 감사대상 113곳 가운데 50여곳에서 이사장과 총장, 교수의 교비 횡령 등의 비리가 적발됐다. 어떤 비리사학에선 이사장 일가가 부동산 매입을 위해 교비 160억원을 횡령했다. 시설비나 장학금으로 기부를 받아놓고 그 돈을 엉뚱한 곳에 전용한 양심불량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대학의 운영을 감독해야 할 교육과학기술부의 고위관리가 생선가게 고양이처럼 행세한 사례도 있다. 직원 승진청탁으로 뒷돈을 챙겼는가 하면 직원들과 상습 도박판을 벌였다고 한다. 대학과 감독당국이 공범관계였다는 뜻이다.
기실 이번 감사 결과는 대학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감사원이 등록금 원가산정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던 애초의 약속에서 발을 뺀 것은 용두사미다. 이번 일제감사에 대해 대학자율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내는 등 사학의 집단반발에 물러선 것이라면 감사원의 직무유기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대학자율과 공적감독의 관계에 대한 최종 유권해석은 헌재의 소관이다. 하지만 이처럼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 상황에서 대학들이 자율을 얘기할 수 있는지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대학의 자율이 편법과 불법의 자율일 수는 없다. 대학과 감독당국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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