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3일자 사설 '공인노무사 자격 시험에 사상검증이라니'를 퍼왔습니다.
지난달 15일 치러진 제20회 공인노무사 3차 면접시험에서 면접관들이 수험생들을 상대로 사상검증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면접관들이 “천안함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거나 “광우병 쇠고기 촛불집회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해 수험생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2차 합격자 251명을 대상으로 면접이 실시돼 이 중 7명이 불합격처리됐는데, 일부 불합격자가 인터넷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시대착오적인 사상 검증에 어이가 없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과 감독관청인 고용노동부는 “국가가 인정하는 공인자격증 시험에서 최소한의 국가관을 확인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입장이다. 공인노무사법 시행령도 ‘주요평정사항’에 국가관을 묻도록 명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헌법 19조에 있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국민은 누구나 개인의 판단이나 확신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당하지 않고,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할 자유가 있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그런데 면접관의 질문은 헌법 정신을 훼손함은 물론 최소한의 국가관 검증 수준도 넘어섰다. 한 수험생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있다”고 답했다가 ‘정부 발표를 못 믿겠다는 거냐’는 반박을 당한 뒤 ‘정부 발표에 수긍한다’고 말을 바꿨다고 실토했다. 다른 수험생은 ‘광우병과 관련해 언론에서 왜곡보도한 것이 밝혀졌고 은 사과했는데 촛불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동안 출제됐던 문제들도 부적절하기는 매한가지다. 2009년 시험 땐 면접관이 “이명박 정부가 3가지 국정기조로 삼는 것이 있는데 따뜻한 사회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이념에 맞춰야 합격할 수 있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노동자들과 접촉이 잦은 공인노무사의 사상을 검증하려 했다는 의심이 당연하다.
공인노무사 자격시험은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아니다. 노동자를 위해 권리구제에 관한 대행·대리를 맡거나 기업을 대상으로 노동관계 법령과 노무관리에 관한 상담·지도 업무 등을 수행하는 전문직을 뽑는 자격시험이다. 국가가 자격증을 준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국가관을 검증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한 수험생은 불합격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억울하게 탈락한 수험생이 있다면 구제해야 한다. 면접관 3명도 사상검증 질문을 한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는데, 고용노동부는 사실을 조사해 해당 면접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3년 전 입법예고한 대로 노무사 시험 3차 면접을 폐지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