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7일 월요일

[사설]이 대통령, ‘국정쇄신’ 끝까지 외면할 텐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6일자 사설 '이 대통령, ‘국정쇄신’ 끝까지 외면할 텐가'를 퍼왔습니다.
한나라당 의원 25명이 어제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확인된 민심이반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비롯해 7·4·7공약 폐기, 청와대 참모진 교체, 비민주적 통치행위 근절 등 국정쇄신 5개항을 촉구했다. 선거 패배 후 말로는 자성했지만 실은 나몰라라 하는 대통령에게 행동을 직접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내년 총선 등 큰 정치일정을 앞둔 터여서인지 그 결기가 어느 때보다 드세 보인다.

쇄신파들의 요구는 현 정권의 많은 문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그간 독선과 자화자찬으로 민심을 저버린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편법과 꼼수로 재산을 증식하려 했다는 내곡동 사저 의혹까지 불거졌다. 내곡동 사저 문제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1억원짜리 피부관리’ 논란 등과 함께 2대 패인으로 꼽힐 만큼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7·4·7 공약은 ‘대기업 프렌들리’와 동의어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보니 ‘공정사회’니 ‘동반사회’니 해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2008년 촛불시위 때 ‘명박 산성’을 쌓았던 전 경찰총수를 경호처장으로 불러들이고, ‘4대강사업 전도사’를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임명했다. 이제는 오죽하면 측근들의 방패막이에 의탁하려 할까라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다.

정작 이 대통령이 이들의 쓴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서한을 접한 청와대 측은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을 포함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문제 제기는 유감’이라는 뜻도 밝혔다. 공동의 책임이며, 절차도 문제라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고 보면 이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밀어붙인 의중을 짐작할 만하다. 한·미 FTA 해결을 가시적 성과로 내세워 위기 탈출을 모색한 듯하다. 이 대통령이 귀국 직후 쇄신파들의 움직임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한·미 FTA 비준 지연을 안타까워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번 집단행동의 절차나 형식을 둘러싼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쩌다 이 정권이 이 지경에 이르렀나 하는 자성과 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정부가 무모하게 벌여놓은 일들을 바로잡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렇다고 그냥 방치하기엔 남은 시간이 짧지 않다. 쇄신파들의 주장대로 대통령에겐 이번이야말로 국정을 다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쇄신파들도 사즉생의 각오없이 총선을 겨냥한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이나 염두에 둔 ‘거사’라면 지금이라도 집어치워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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