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15일자 사설 '[사설]‘가진 자의 의무’ 실천한 안철수 1500억 사회환원'을 퍼왔습니다.
이른바 사회지도층이 마땅히 이행해야 할 도덕적 의무를 일러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의무를 실천하는 사례는 그다지 흔치 않다. 도덕적 의무를 다하기는커녕 온갖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 재부(財富)를 축적하는 사회지도층에 대해 대중들은 분노하고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땅불레스 돈불리주’라는 유행어는 힘세고 돈 많은 계층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이 어떠한 것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측면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엊그제 자신이 소유한 안철수연구소의 지분 절반을 사회에 내놓겠다고 밝힌 것은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려는 뜻깊은 선행이라고 할 만하다. 안 원장은 1500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장학금 등 사회공헌사업에 쓰겠다고 밝히면서 “의사와 기업인, 교수의 길을 걸으면서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과분한 은혜와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는 것”이라고도 했다. 재산의 사회 환원은 자신의 성취를 있게 한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보답하려는 것이며, 이 결정이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서둘러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일 터이다.
안 원장의 재산환원을 두고 정치권 등에서는 “본격적인 대권 행보”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 등의 정치적 분석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데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과는 대선후보 지지율 수위를 다투고 있는 ‘사실상의 대선주자급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이런 반응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나라당 홍정욱·김성식 의원의 “기부는 절대선” “국민적 민심을 보면 정치적 계산은 무의미하다”라는 언급처럼 우리는 안 원장의 기부행위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 선의와 진정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설령 그가 대선주자로서의 입지 확보라는 목적까지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이런 결정을 했다 하더라도 “사회의 은혜와 격려로 일군 것을 사회에 되돌려 보내려는” 당초의 취지 자체를 폄훼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안 원장의 기부가 의미를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가 “많은 분들의 동참”을 촉구하며 기부를 사회운동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가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라는 문제를 안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도 자신의 것을 마땅히 사회에 되돌려야 할 ‘많은 분들’이 그러한 도덕적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기부행위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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