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4일 토요일

MB 방송장악에 맞서 언론인들의 반격 시작됐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03일자 기사 'MB 방송장악에 맞서 언론인들의 반격 시작됐다'를 퍼왔습니다.

ⓒ민중의소리 지난 2010년 KBS새노조는 '공정방송' 실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 파업은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끊이 않던 언론계에 '반격'이 벌어지고 있음을 상징하는 날이기도 했다.

2010년 7월 1일 KBS 기자, PD, 아나운서 등이 여의도 본관 앞 계단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파업에 동참한 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이었다. 긴장한 듯 주변을 기웃거리던 새노조 조합원들의 얼굴에선 비장함이 묻어났다.

새노조 조합원들이 계단에 오르려고 하자 사측 청원 경찰들이 제지했다. 정연주 사장 해임 반대 투쟁에 앞장서다 징계를 당한 성재호 PD가 계단을 오르며 “우리는 공영방송을 지키려고 파업을 시작했다. 우리를 방해하지 마라”고 일갈했다. 다른 조합원들도 경찰들을 밀어내고 ‘KBS를 살리겠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들었다. KBS 새노조(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공정방송’을 외치며 파업에 돌입하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이 끊이지 않던 언론계에서 ‘반격’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날이기도 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의 상황은 언론계에게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돌발영상,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등 정권의 치부를 드러내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폐지됐고 노종면, 우장균 기자, 이근행 PD 등 ‘낙하산 사장’ 반대 구호를 외친 언론인들은 줄줄이 해고됐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는 언론인의 목을 조여 왔다. 광우병 쇠고기를 파헤치던 PD수첩 제작진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으며 미디어법 반대 투쟁을 이끌어 온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부인과 초등학생 자녀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체포됐다. KBS의 이강택 PD, 김현석 기자 등 ‘낙하산 사장’을 반대했던 핵심 인물들은 지방으로 발령받아 ‘유배’ 아닌 ‘유배생활’을 해야만 했다.


ⓒ민중의소리 지난 2009년 미디어법 반대 투쟁을 이끌어온 최상재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체포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출범 5년째에 접어들며 모든 상황은 뒤바뀌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벼르고 벼른 언론인들은 임기 마지막 해에 ‘종결 투쟁’을 선언했다. ‘낙하산 사장’ 체제를 거부하고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공영성을 회복하겠다는 움직임이 정권 말기와 맞물리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시작은 MBC였다. MBC기자들은 지난달 25일 뉴스 정상화를 위해 전영배 보도본부장, 문철호 보도국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30일에는 노조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지난 2010년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39일간 파업을 벌인지 2년만이었다. PD수첩 최승호 PD에 대한 비제작부서 발령 등 줄곧 논란이 된 인사와 아이템 검열 강화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면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 취임 이후 다섯 번째 총파업이었다. ‘김재철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파업을 풀지 않겠다’는 끝장 파업임에도 70% 가까운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MBC노조 이용마 홍보국장은 “파업열기가 예상보다 더 높았다”고 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김재철 사장이 퇴진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파업할 것이다”라며 “파업의 결과 징계를 받아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 제가 나가면 사장도 나가야 한다. 김재철 사장에게 MBC 망치지 말고 같이 나가자고 할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양지웅 기자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중인 MBC노조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열린 MBC 공영방송 복원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에서 대열을 지어 행진하고 있다.

KBS도 최근 사측이 2010년 파업을 벌였던 새노조 집행부 13명을 무더기로 징계하면서 투쟁의 불씨가 피어올랐다. 

새노조 조합원 100여명은 지난 1일 사내에서 부당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끝난 이후에는 KBS 신관 입구 옆에 천막을 치며 농성에 들어갔다. 새노조는 “징계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김인규 사장 퇴진 투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최근 새노조는 고대영 보도본부장 해임과 박갑진 시청자본부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이후 고대영 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노조는 “정치적 균형성과 공정보도의 의지를 갖춘 인물이 새 보도본부장이 되지 않는다면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그리고 이 경고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이승빈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일 정오 전임집행부 13명에 대한 징계와 관련 사측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의 투쟁은 이명박 정권 체제 하에서 이뤄진 방송장악 논란을 해소하고 ‘공정방송을 사수하겠다’는 점에서 목표가 동일하다. 여기에 YTN노조에서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배석규 사장 연임 반대 투쟁에 들어가면서 방송사들의 공동 투쟁도 준비된 상황이다.

이들의 투쟁은 세 방향으로 진행된다. 먼저 이명박 정부 동안 실추된 ‘저널리즘’을 복원하는 일이다. 노종면 기자, 이근행 PD 등 각 방송사들에서 해고된 언론인들이 모여 ‘뉴스타파’를 만든 것은 ‘저널리즘 복원’의 일환이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장악으로 저널리즘 자체가 붕괴되면서 편파적인 보도, 흥미위주로 방송이 흘러하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언론 존립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한다”고 ‘뉴스타파’ 제작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미 ‘뉴스파타’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투표소가 옮겨 진 과정을 심층 취재하면서 ‘불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MBC, KBS, YTN 등 이명박 정권에 시달렸던 방송3사 노조는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공동투쟁에 돌입한다. 이강택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가장 시급한 것이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낙하산 사장과 낙하산 사장에 빌붙었던 인사들을 퇴출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방송사들이 7일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연대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사 내부에 공정성을 회복한 이후에는 이명박 정부 때 시행됐던 각종 미디어 관련 법들에 대해 재정비에 들어간다. 4월 총선에서 야권의 승리로 끝날 경우 종편 청문회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강택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때 언론 생태계가 최악으로 망가졌다”며 “총선, 대선에서 제대로 보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대선이 끝난 이후 언론 개혁을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정혜규 기자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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