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2일 일요일

수사·기소권 분리, 상호 견제감시해야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2일자 기사 '수사·기소권 분리, 상호 견제감시해야'를  퍼왔습니다.
[기획] 검찰개혁의 고삐를 당기자  
검찰개혁은 이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란 세간의 우려가 현실로 굳어질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 공동 기획한 ‘검찰개혁의 과제’를 세 차례로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
검찰이 형사절차에서 갖는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 수사권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재판을 준비하기 위하여 범죄혐의의 유무 및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확보하기 위하여 갖는 수사기관의 권한이다. 범죄가 발생하면 수사를 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인권이 침해받는다. 구속이나 압수수색과 같은 경우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수사 방법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수사의 개시 및 수사방법의 선택은 범인이나 무고한 자나 일단 수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불이익이 된다.
기소권 역시 국민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기소권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또 처벌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 유죄판결을 청구하는 권한을 말한다. 재판을 청구하는 기소는 수사보다도 더한 불이익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공개재판의 원칙 때문에 혐의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소권을 위법, 부당하게 행사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이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서는 각각 견제와 감시 장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수사권과 기소권 사이에서도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수사과정의 위법은 반드시 공소제기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국민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형사절차 진행 중에 조금이라도 위법, 부당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중단되어야 한다. 수사와 재판과정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매번 위법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장애물경기와 유사하다.

위법한 수사로 얻은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공소제기되어서는 안 된다. 부족한 증거로 공소제기를 하여 국민을 곤경에 처하게 해서도 안 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되어 있으면 수사가 부족, 부당하거나 위법하더라도 재판까지 그대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검찰개혁 추진을 위한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로써 수사권과 기소권의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한 국민의 인권보호는 어렵게 된다. 검찰이 경찰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수사지휘권을 통한 것이고 수사권을 검찰이 가지고 있는 이상 수사권에 대한 통제는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검 중수부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검찰이 수사한 사건에서는 기소과정에서 그 문제점을 검토할 수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예정된 것으로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참여정부가 구체적으로 진행한 바 있는 사안이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검경수사권조정협의체와 조정자문위원회를 통하여 상당히 진전되었다.
참여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합의된 부분은 의외로 많다. 다만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법경찰의 독자적 수사주체성 인정 및 상호 대등협력관계, 수사지휘 대상 인적범위 확대 방안, 사법경찰 통합 운영 방안, 사법경찰에 대한 징계소추권 등 검찰에 의한 통제 문제 등은 합의되지 못했다. 합의된 부분이 많다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쉽게 되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합의내용이 많았다는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증명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의 5원칙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논의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와 아무런 관계없는 권한 다툼이나 권한 배분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의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는 이러한 경향이 있는데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하여 얻어야 하는 것은 권한의 배분이 아니라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통한 국민의 인권옹호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경수사권 조정은 권력기관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 그치게 된다. 최근 검찰과 경찰의 다툼은 이러한 경향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근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토론회인 ‘형사 소송법 개정 대통령령 총리안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복도까지 가득 메운 방청객들이 패널들의 열띤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수사권한의 총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지금도 한국의 수사기관은 막강한 수사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고 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견제장치를 없애거나 혹은 기존의 수사권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의 권한이 확장되어 국민의 인권이 위험해 진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수사권한의 증가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권리 강화, 변호인의 확충, 법원에 의한 통제, 경미한 범죄의 비범죄화, 수사의 과학화, 인권친화적 수사개혁 등을 통하여 견제하여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장기적으로 분리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순차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중간단계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보유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갖는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강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과 어긋나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개시권 부여를 이유로 검찰이 경찰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방향과 일치할 수 없다.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확충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경찰과 검찰 두 기관 사이의 평등을 전제로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면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으로 경찰을 견제, 감시하게 된다. 한편 경찰은 자체적인 수사권한을 가지고 검찰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이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평등한 관계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경의 불평등한 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평등을 통한 상호 견제와 감시 시스템의 구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강화되는 경찰의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명백히 경찰권한의 강화를 의미한다. 경찰의 불철저한 개혁 정도나 수사과정의 인권침해적 요소, 경찰의 중앙집권성,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생각하면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는 필수이다. 그러나 검찰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 자치경찰제를 실시함으로써 국가경찰이 갖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경찰위원회 등을 통한 문민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 내부의 감찰기능을 강화하고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감사위원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고위직 경찰의 비리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도 필요하다 또한 수사의 인권친화적 개혁 작업도 강도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에는 검찰과 경찰 이외에 여러 기관과 전문가, 국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가적 권력 재편과제이다. 따라서 최종적인 결정은 검찰과 경찰에 이해관계를 갖는 부처와 기관,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과 경찰 양자의 합의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이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는 검찰과 경찰의 자발적인 합의에만 너무 의존한 것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검경수사권 조정은 매우 불완전하다. 검찰과 경찰의 권한 다툼으로 전락하여 검경수사권 조정의 원래의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현 정부가 검경수사권 조정을 할 만한 의지와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초기에 검경수사권 조정을 하지 않고 미루다가 국회에서 이를 추진하자 마지못해 뒷수습을 하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실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제대로 된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현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해낼만한 실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검경수사권 조정의 큰 방향을 법률적으로 해결했다면 행정부는 이를 집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검경수사권 조정의 원칙과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검찰에 휘둘려 국회의 의사를 사실상 무시하는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의지도 박약하고 실력도 없는 상태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시도하니 오히려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약화시키고 검찰의 힘을 강화하는 역주행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니 경찰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최근 경찰의 이기적인 태도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이 현 정부의 무의지와 무능력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관료주의 혁파’ 등 중장기 과제
남은 검찰개혁 과제로는 법무부의 탈검찰화 및 검찰의 관료주의 혁파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 과제로 검찰권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방검사장을 직접 국민이 선출하는 방안 역시 남아 있다. 이러한 개혁과제는 검찰개혁 과제로서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인적풀의 부족, 한국 관료주의의 현실, 지방자치의 현실 등을 이유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될 수 밖에 없다. 당장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검사를 보충할 경력있는 법률전문가는 부족하다.
검찰의 관료주의도 문제이지만 다른 공무원 조직의 관료주의가 함께 개혁되지 않으면 검찰의 관료주의를 철저하게 개혁하기는 어렵다. 검찰의 자치와 지방검사장 선출은 검찰의 권한을 충분히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다음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이나 도지사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검찰기구가 탄생할 수 있다.
결국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먼저 해야 할 검찰개혁 과제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 정치검찰의 청산, 검경수사권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이 세 가지 과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공감대도 높은 상태이다. 집권을 준비하는 세력이라면 이러한 개혁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어야 하다. 그리고 그 청사진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에만 집권 초기의 귀중한 시기에 개혁 작업을 집중할 수 있으며 검찰개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인회 (인하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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