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이권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이권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4월 12일 금요일

누가 전쟁으로 떼돈 벌었나


이글은 시사IN 2013-04-11일자 기사 '누가 전쟁으로 떼돈 벌었나'를 퍼왔습니다.

전쟁 이후 이라크 재건에 참여한 민간 업체들은 확실한 이권을 챙겼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분석에 따르면, 이라크 재건에 참여한 상위 10대 기업이 전쟁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 10년간 적어도 720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국의 자원개발 업체 할리버튼의 자회사이자 부시 정권의 딕 체니 부통령(사진)이 운영했던 KBR은 지난 10년간 395억 달러나 벌어들였다. 그 다음은 쿠웨이트 회사들로, 물류업체 아질리트 로지스틱과 쿠웨이트 석유공사다. 각각 72억 달러, 6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라크에는 미군이 모두 철수한 이후에도 여전히 1만4000개 업체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병력 5500명이 남아 있다.

ⓒAP Photo


그렇다면 이라크 전쟁으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챙긴 나라는 어디일까.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터키다. 전쟁 이후 터키의 대(對)이라크 수출은 매년 25%씩 증가해서 2012년에는 108억 달러에 달했다. 사설 경호업체들도 이라크 전쟁으로 떼돈을 벌었다. 방탄조끼나 헬멧 및 보안물품 제조업체, 위성 사업자, 시멘트 공급업자, 운송업체 등도 수혜자이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비난하던 이란도 이라크 전쟁으로 재미를 봤다. 1980년대에 100만여 사상자를 낸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 정권과 사담 후세인은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였다. 그러나 고맙게도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뒤 이란과 같은 종파인 시아파가 이라크의 정치권력을 차지하게 도와준 것이다.

쿠웨이트도 사담 후세인이 제거된 것을 매우 행복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후세인은 1991년 쿠웨이트를 불시에 침공해 걸프전쟁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쿠웨이트 처지에서 이라크 전쟁은 이 같은 후세인을 제거하고 재건 사업을 통해 돈도 벌게 해준 고마운 사건이었다. 이스라엘에게도 이라크 전쟁은 혜택이었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강자인 후세인이 제거된 이후, 안보 라인을 훨씬 수월하게 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라크에는 비극뿐이다. 전쟁 이후 이라크 경제 상황은 매우 열악해져 실업률이 중동 최고 수준(16%)이다. 더욱이 사담 후세인 시대에는 무상으로 제공되던 전기나 물이 끊어져 지금은 돈으로도 못 구하는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 그 많던 원조금은 모두 부패한 관리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이에 대해 영국 (인디펜던트)는 “현재 이라크는, 돈 없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없고, 죄 없어도 감옥에서 나올 수 없는 나라다”라고 논평했다.

이라크는 세계 2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산유국이다. 그러나 이 혜택을 누리는 것은 정부 고위 관료와 기업들뿐이다. 서민의 불만은 날로 커져간다. 심지어 ‘후세인 시절이 그립다’는 시민들도 있다. 전쟁은 서민을 피폐하게 만드는 반면 기득권자는 조용히 미소 짓게 하는 괴물인 것이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2년 6월 2일 토요일

권력교체기마다 사퇴 압력…“나 물러날 때도 김무성이 개입”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01일자 기사 '권력교체기마다 사퇴 압력…“나 물러날 때도 김무성이 개입”'을 퍼왔습니다.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은 박태준 전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1992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포스코를 이끌었으나 김영삼 정부의 압력으로 6개월만에 물러나야 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포스코 잔혹사, 황경로 전 회장 인터뷰

▶ 정부가 세우고 국민이 키운 포스코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는데도 포스코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최고권력과 권력에 줄을 대어 최고경영자 자리를 노리는 내부 인사들의 분열, 포스코의 창업자인 박태준 전 명예회장의 사후 ‘포스트 티제이(TJ)’ 자리를 노리는 실력자 등. 국민기업 포스코를 과연 누가 흔들고 있는지 파헤쳤다.

정부는 주식 한주도 없으면서
포스코를 전리품 취급
박태준 명예회장 없다고
아예 재벌에 팔아버릴까 걱정

퇴직임원 모임인 중우회가
정권 개입 막는 울타리 될 것
회장도 너무 오래할 생각 말고
후계자 키우는 시스템 갖춰야

지난 5월 말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현장 간부를 상대로 한 긴급 설명회가 열렸다. 권력 실세의 회장 인사 개입과 학교법인 포스텍의 저축은행 투자 손실, 파이시티 특혜 등 의혹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생산현장까지 동요하기 시작하자 차단에 나선 것이다. 경북 포항제철소에서도 한주 전 같은 행사가 열렸다.
최근 포스코 위기는 권력이라는 외부세력의 부당한 개입 의혹에 조직 내부의 분열이 중첩되면서 복잡하고도 미묘한 양상을 띠고 있다. 포스코 안에서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전혀 다르다. 는 포스코 위기의 실상과 해법을 사심 없이 듣기 위해 적임자를 찾다가 황경로 전 회장을 만나기로 했다. 그는 포스코 창립 멤버로, 퇴직임원 모임인 중우회 회장이다. 박태준 회장이 1992년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와이에스(YS·김영삼 전 대통령)와의 갈등으로 퇴진하자 그 뒤를 이어 2대 회장을 지냈다. 창업자인 박 전 명예회장이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난 뒤부터는 포스코의 가장 웃어른인 셈이다. 그는 김영삼 정부의 압력으로 6개월 만에 회장을 그만뒀다. 1968년 설립 이후 45년 동안 끊임없이 권력의 개입에 시달려온 포스코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황경로 전 포스코 회장과 전화 연결이 된 것은 지난 29일 밤늦은 시간이었다. 황 전 회장은 최근 포스코 사태에 관해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잘못 말하면 오비(퇴직임원)들이 간섭한다는 얘기만 듣는다”며 사양했다. 대일청구권 자금 일부인 7200만달러와 해외차관 5000만달러를 포함한 국민 혈세로 지어져 세계적 철강회사로 성장한 포스코가 1992~1993년 최고경영자(CEO) 연쇄교체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는데 원로들이 버팀목이 돼야 하지 않느냐고 졸랐다. 황 전 회장과의 인터뷰는 이처럼 20년 만에 재연되고 있는 국민기업 포스코의 최대 위기를 걱정하는 공감 속에서 어렵게 이뤄졌다. 다음날인 30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 식당에서 만난 황 전 회장은 1930년생(82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정했다.

역대 정권은 각종 이권을 챙기려 했다

-국민기업인 포스코가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회사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원자재값 급등과 중국의 덤핑공세, 현대제철이라는 경쟁자의 등장 등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매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이익도 꾸준히 내고 있다. 경영은 기본적으로 잘하고 있다. 하지만 자꾸 언론에 회사와 관련해 안 좋은 기사가 나니까 임직원이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것 같다.”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능력 3700만t으로 세계 6위의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한국경제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4월 현재 포스코는 계열사 70개에, 자산 80조6천억원으로 재계 6위에 올라 있다. 다른 재계 상위그룹은 모두 총수가 있는 재벌이지만, 포스코는 케이티(KT)와 함께 지배주주가 없는 말 그대로 ‘국민기업’이다.
특히 정부는 단 한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다. 경제 전문가들은 포스코에 권력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포스코 사태도 결국 권력 실세들이 2009년 회장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이 발단이 됐다. 정준양 회장과 함께 시이오 후보였던 윤석만 사장은 2009년 1월29일 시이오후보추천위원회에서 “(권력 실세로부터) 후보 사퇴 압력을 받았다”고 직접 폭로했다.
-권력이 포스코를 여전히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포스코는 45년간 주인 없는 회사로 경영이 잘 돼왔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정부가 개입만 안 한다면 이상적인 경영시스템이다. 지금 흔들린다고 해서 과거 국영기업 시절로 되돌아가거나, 재벌 오너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지분은 하나도 없고, 외국인 지분이 50%에 육박하는 기업에 권력이 개입하면 안 된다. 재벌들도 포스코가 주인 없는 회사여서 흔들린다고 부추기면 안 된다. 국민기업인 포스코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포스코 계열사의 한 고위 임원은 “역대 정권은 주인 없는 포스코를 당연히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종 이권을 챙기려 했다”며 “이것이 포스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게 된 근본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포스코 인사 개입의 배후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포스코의 전 고위 임원은 “이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포스코 간부들과의 한 모임에서 ‘이구택 회장이 야당 시절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며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4년간 권력 실세들의 먹잇감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구택 회장이 임기 중에 물러난 것은 정권 실세들이 포스코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이 회장을 정리한 셈이다.
권력 실세들의 최종 목표는 포스코의 이권을 챙기는 것이다. 포스코 주변에서는 그것이 주로 포스코건설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한다. 포스코의 한 전직 고위 임원은 “포스코는 나름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사회에서 감시의 눈이 많기 때문에 포스코건설을 활용한다”며 “건설업종 특성상 많은 협력사와 거래해, 이권을 챙기기도 쉽다”고 말했다. 이권을 챙기는 또다른 통로는 100여개에 이르는 포스코의 외주파트너사(협력업체)이다. 이들은 주로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포장, 정비보수 등 보조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외주파트너사는 포스코 간부 출신이 회사를 그만둔 뒤 몇년간 사장을 맡았다가 후배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게 일반적인데, 권력 실세의 줄을 잡은 사람들이 알짜배기 회사를 개인소유로 인수해 특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회장 교체시기는 정권 교체기와 정확히 일치

권력이 이권을 챙길 때는 옆에서 이를 도와주고 떡고물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포스코건설의 정동화 부회장과, 파이시티 사건에서 박영준 전 차관의 돈세탁 창구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조 제이앤테크 회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포스코 안에서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한 임원은 “누가 포스코 회장이 돼도 정치권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며 “때로는 회사에 더 큰 손실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이권은 양보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1992~1993년 불과 1년반 사이에 포스코의 최고경영자 4명(박태준-황경로-정명식-김만제)이 잇달아 바뀌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이후 20년 만의 최대 위기다. 당시에도 권력의 개입이 원인이었는데?
“박태준 회장의 퇴진은 1992년 대선에서 와이에스(YS)를 지원하지 않은 데 대한 정치보복이었다. 와이에스 정권이 들어선 뒤인 1993년에는 ‘박태준 사단’이라는 이유로 나를 포함해 7~8명이 한꺼번에 쫓겨났다.”
포스코의 최고경영자는 초대 박태준 회장을 시작으로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을 거쳐 현재의 정준양 회장까지 7번째다. 전임 회장 6명은 모두 임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했거나 타의에 의해 물러났을 정도로 포스코의 ‘시이오 잔혹사’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회장 교체 시기의 대부분이 정권 교체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포스코가 태생적으로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1992년 3당 합당으로 출범한 민자당의 김영삼 대통령 후보는 박태준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와이에스는 5분만 말해보면 바닥이 드러나는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거절했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박 회장은 1992년 10월5일 포스코에서 퇴진했고, 대신 황경로 회장-정명식 부회장-박득표 사장 체제가 들어섰다. 정권은 한번 눈 밖에 난 포스코를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황 회장 체제는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1993년 3월 주총에서 정명식 회장-조말수 사장 체제가 출범했다.
정권의 보복은 이어졌다. 포스코와 박태준 사단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박 회장은 일본으로 사실상 망명을 떠났다. 국세청과 검찰은 360억원에 이르는 박 회장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냈다고 발표했고, 황 회장과 유상부 부회장은 6개월간 감옥생활을 했다.
정명식 회장-조말수 사장 체제도 내부 갈등 끝에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것은 김만제 전 재무장관이 외부에서는 처음으로 포스코 회장으로 들어오는 빌미를 줬다. 1998년 디제이피(DJP) 연합을 통해 집권한 김대중 정부에서 박태준 명예회장이 총리를 맡으면서 외부환경은 180도 바뀌었다. 결국 김만제 회장은 임기를 못 끝낸 채 물러나고 유상부 회장이 1998년 3월에 취임했다. 유 회장은 2003년 연임을 추진했는데 주총 하루 전날 돌연 사임했다. 유 회장의 사임으로 가장 선임이었던 이구택 사장이 회장으로 선임됐다. 유 회장의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박 명예회장과 인사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다는 설과, 정권 교체기에 외부 인사를 시이오로 선임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설, 노무현 정부의 퇴진압력설이 엇갈린다.

황 전 회장이 지난 30일 서울 역삼동의 한 식당에서 이뤄진 <한겨레>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외풍 빌미 준 회장들의 개인비리 의혹은?

이구택 회장은 외부 입김 차단과 독립경영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된 시이오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 회장도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2009년 1월 전격 사임했다. 이 회장은 사퇴 직전까지 포스코의 국세청 세무조사 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설에 시달렸다.
-1993년 회장에서 물러날 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나?
“1992년 10월 회장이 될 때 (노태우)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 1993년 3월 주총에서도 결산보고까지 마쳤다. 하지만 권력 실세가 직접 개입하니 소용이 없었다.”
그 권력실세가 누구였는가?
“(잠시 멈칫하더니) YS의 측근이었던 김무성 전 의원이다.(김 전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실장을 거쳐 대통령 민정비서관과 사정비서관을 지냈다)”
2009년 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포스코 회장 인사에 입김을 작용했다. 두 사람은 회장이 선임되기 석달 전인 2008년 11월부터 당시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윤석만 사장과 정준양 사장은 물론 박태준 명예회장, 이구택 회장 등과 잇달아 만나 사전심사를 했다.
현 포스코 위기에는 권력의 개입 의혹과 함께 내부 분열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내부가 하나로 단결된 것은 아니다. 자기 생각을 과장해서 언론사에 퍼뜨려 회사를 흔드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포스코 안에서는 황 회장과 다른 시각도 있다. 현 경영진을 비판하는 쪽에서는 “원로 중에서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회사를 흔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추측은 한다. 한두 사람이 그런다.”
결국 선후배 사이일 텐데, 직접 만날 생각은 없는가?
“조만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충고를 할까 생각하고 있다.”
비판세력들은 현 경영진에 대해 회장 선임과정에서의 문제와 개인비리 의혹을 동시에 제기한다.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외풍에 흔들리는 것은 현 경영진이 그런 빌미를 줬기 때문”이라며 “경영진이 깨끗하다면 문제가 될 게 없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비판자들은 현 사태가 이미 선을 넘었다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현 경영진으로는 외풍을) 막을 수 없고, 막을 필요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태준 회장이 생전에 정준양 회장에 대해 물욕이 많아서 안 된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에게 다시 물어봤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박 명예회장이 생전에 정 회장을 가리켜 물욕이 많다고 한 적이 있나?
“능력은 있는데 말이 다소 많다는 얘기를 한 적은 있다. 하지만 물욕 얘기는 처음 듣는다.”
경영진 쪽에서는 회사를 흔드는 불순세력이라고 하지만 비판하는 쪽에서는 현 경영진이 태생부터 정통성이 없는데다 정권과 손잡은 부패세력이라고 비판한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현 경영진에) 비리가 있다면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겠지. 설령 있다고 해도 다른 회사보다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 정 회장이 연임의사를 비쳤을 때 선뜻 동의한 것도 그 때문이다. 처음 선임될 때 의문이 제기됐지만, 벌써 지난 일이고 그동안 경영성과를 냈기 때문에 특별히 바꿀 이유는 없다고 봤다.”
2009년 1월 시이오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에 정준양 회장 비리가 담긴 투서가 언론사에 전달됐고, 일부 언론은 이를 크게 보도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조사를 벌여 혐의가 없다는 점을 시이오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했고, 민주당에서 이후 같은 내용으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역시 무혐의로 나왔다”며 억울해한다. 계열사의 한 고위 임원은 “권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전임자를 퇴임시키는 데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새 회장 선임은 포스코의 시이오 선출절차로 볼 때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만약 정권이 시이오후보추천위원회에 압력을 넣었다면 박원순, 안철수 같은 사외이사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는 것이다. 포스코에서는 비리투서가 정 회장의 경쟁자 쪽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의심한다.
박태준은 YS에 찍혀 퇴장
황경로 6개월, 정명식 1년…
1년반동안 회장 무려 4번 교체
임기 채우고 떠난 회장 없어

엠비정부가 밀어준 정준양
한쪽선 “정권과 손잡은 부패세력
”경영진은 “회사 흔드는 불순세력
”외풍에서 내부 분열로 번져

‘재벌에 매각’ 꾸미지 않을지 경계해야

포스코의 창업자로 지난 45년 동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외부 입김을 막는 울타리 구실을 해온 박태준 회장이 지난해 말 세상을 떠났다. 일부에서 ‘포스트 티제이(TJ·박태준의 별칭)’를 노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태준 회장은 포스코를 창업하고, 숱한 어려움을 극복해, 오늘날의 포스코 성공 신화를 만든 주역이다. 개인 역량이나 회사에 대한 공헌도에서 박 회장에 비견될 만한 사람이 어디 있나. 나도 절대 ‘포스트 TJ’가 아니다. 제2의 박태준은 없다.”
경영진 쪽에서는 일부 인사가 포스코를 사유화하기 위해 ‘포스트 TJ’자리를 노린다고 경계한다. ‘포스트 TJ’를 노리는 인사로는 박태준 회장의 왼팔로 불렸던 이대공 포스코 교육재단 이사장이 꼽힌다. 이 이사장은 1998년부터 15년째 이 자리를 맡아왔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이미 지난해 가을 교육재단 이사진의 물갈이가 쟁점이 됐을 때부터 양쪽의 갈등이 표면화됐다고 말한다.
박태준 명예회장은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도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포스코를 보호하는 울타리 구실을 했지만, 동시에 ‘상왕’ 노릇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포스코의 전직 고위 임원은 “박 명예회장은 1992년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고, 차기회장 선임 등 인사에도 간여했다”며 “이 때문에 자기가 앉힌 회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대공 포스코 교육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박 명예회장은 포스코가 특정 세력이나 기업에 경영권을 뺏길까봐 가장 우려했다”며 “포스코는 박태준이 있었기에 그나마 정치 외풍에 적게 흔들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다시 정권 교체기가 다가오는데, 포스코가 권력의 개입을 받지 않기 위한 묘책은 없을까?
“회장이 후계자를 키우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회장이 너무 오래 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포스코의 위기가 더 깊어지면 포스코 현직 원로들과 퇴직임원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텐데.
“중우회가 포스코의 강한 울타리 역할을 할 생각이다. 그를 위해 당연직인 전임 회장과 사장을 포함해 25명 내외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시스템을 바꾸려고 한다. 이미 내부 합의는 끝났고, 가을 정기총회에서 구체화할 것이다. 앞으로 외부 입김에 강력 대처할 것이다.”
내년 정권 교체기에 대비하는 성격인가?
“그렇다. 과거 정권에서 포스코를 재벌에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 적이 있는데 박태준 회장이 살아 있어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재벌이 정부와 짜고 그런 일을 꾸미지는 않는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 박 회장이 죽은 뒤 내가 가장 신경을 쓰는 사안이다.”
황 회장은 “정치도 발전했으니 앞으로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 지금의 (포스코에 대한) 걱정이 기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창립멤버로서 죽는 날만 기다리는 처지에서 유일한 바람이니 언론에서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늙은 회장의 눈에서 국민기업 포스코가 박태준 회장 사후에도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독립해 홀로서기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읽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악순환 막으려면 대통령 의지가 중요”

지배구조 개선안 만든 장하성씨


“12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집권할 경우 포스코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장하성(사진) 전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지난 29일 와 한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포스코 회장 인사에 권력의 입김이 작용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 전 학장은 2006년 포스코가 투명하고 독립적인 최고경영자 선임을 위해 시이오(CEO)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할 때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직접 디자인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했던 장 전 학장은 현재 중국 상하이에 머물며 ‘한국형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포스코는 그동안 선진형 기업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어떻게 포스코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을 만들게 됐나?
“처음에는 3번이나 사양했다. 4번째는 이구택 회장이 직접 전화해서 부탁을 하더라.”
사고초려(四顧草廬)였던 셈인데, 결국 수락한 이유는?
“원래 기업 관련 프로젝트는 안 하는데, 이구택 회장과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프로젝트를 맡는 대신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는 나에게만 맡기면 편향될 수 있으니 다른 팀에게도 똑같은 프로젝트를 맡겨서 복수경쟁을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최종 결과가 나오면 그냥 서랍 속에 넣어 썩히지 말고 공청회를 거쳐 시행하자는 것이었다.”
이구택 회장이 승낙하던가?
“그러니까 맡았지. 나중에 2개의 보고서를 가지고 내부임원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토론회를 했다.”
그렇게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만든 지배구조인데, 2009년 회장 선임과정에 권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제도에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안 지키면 아무 소용 없다.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선의를 가지고 해야 한다.”
포스코는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기업이다. 포스코의 회장 선임과정에 권력의 입김설이 나오는 게 말이 되나?
“정부가 시장경제의 기본틀을 안 지키고 있다. 정부가 부당하게 인사개입을 하는 곳은 포스코만이 아니다.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케이티나 금융지주회사의 최고경영자 임명에도 개입하고 있지 않나.”
권력의 인사개입으로 포스코가 어떤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준양 회장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회사 안에서 영이 제대로 서겠나? 투자자들에게도 회사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최고경영자가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 기업인 포스코의 최고경영자가 회사 내부와 시장에서 모두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치명적이다.”
포스코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집권하면 포스코 회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지난해 초 포스코 시이오추천위원회에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명망 있는 분들이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 정도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권력의 입김이 작용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대통령이 어떤 의지와 철학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글 곽정수 선임기자

2012년 2월 12일 일요일

수사·기소권 분리, 상호 견제감시해야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12일자 기사 '수사·기소권 분리, 상호 견제감시해야'를  퍼왔습니다.
[기획] 검찰개혁의 고삐를 당기자  
검찰개혁은 이제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방치할 경우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란 세간의 우려가 현실로 굳어질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 공동 기획한 ‘검찰개혁의 과제’를 세 차례로 나누어 연재한다. [편집자]
검찰이 형사절차에서 갖는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 수사권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재판을 준비하기 위하여 범죄혐의의 유무 및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확보하기 위하여 갖는 수사기관의 권한이다. 범죄가 발생하면 수사를 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인권이 침해받는다. 구속이나 압수수색과 같은 경우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수사 방법이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수사의 개시 및 수사방법의 선택은 범인이나 무고한 자나 일단 수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불이익이 된다.
기소권 역시 국민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 기소권은 범죄혐의가 충분하고 또 처벌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때 유죄판결을 청구하는 권한을 말한다. 재판을 청구하는 기소는 수사보다도 더한 불이익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공개재판의 원칙 때문에 혐의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소권을 위법, 부당하게 행사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이에 대한 견제와 감시 장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서는 각각 견제와 감시 장치가 필요할 뿐 아니라 수사권과 기소권 사이에서도 견제와 감시가 필요하다. 수사과정의 위법은 반드시 공소제기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국민의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형사절차 진행 중에 조금이라도 위법, 부당한 점이 있다면 당연히 중단되어야 한다. 수사와 재판과정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달려야 하는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매번 위법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장애물경기와 유사하다.

위법한 수사로 얻은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공소제기되어서는 안 된다. 부족한 증거로 공소제기를 하여 국민을 곤경에 처하게 해서도 안 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결합되어 있으면 수사가 부족, 부당하거나 위법하더라도 재판까지 그대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검찰개혁 추진을 위한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현재 한국의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로써 수사권과 기소권의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한 국민의 인권보호는 어렵게 된다. 검찰이 경찰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수사지휘권을 통한 것이고 수사권을 검찰이 가지고 있는 이상 수사권에 대한 통제는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검 중수부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검찰이 수사한 사건에서는 기소과정에서 그 문제점을 검토할 수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현재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예정된 것으로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참여정부가 구체적으로 진행한 바 있는 사안이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검경수사권조정협의체와 조정자문위원회를 통하여 상당히 진전되었다.
참여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합의된 부분은 의외로 많다. 다만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법경찰의 독자적 수사주체성 인정 및 상호 대등협력관계, 수사지휘 대상 인적범위 확대 방안, 사법경찰 통합 운영 방안, 사법경찰에 대한 징계소추권 등 검찰에 의한 통제 문제 등은 합의되지 못했다. 합의된 부분이 많다고 검경수사권 조정이 쉽게 되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만큼 합의내용이 많았다는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정당성을 증명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의 5원칙
최근 검경수사권 조정논의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와 아무런 관계없는 권한 다툼이나 권한 배분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의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는 이러한 경향이 있는데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하여 얻어야 하는 것은 권한의 배분이 아니라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통한 국민의 인권옹호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검경수사권 조정은 권력기관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 그치게 된다. 최근 검찰과 경찰의 다툼은 이러한 경향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대한 근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토론회인 ‘형사 소송법 개정 대통령령 총리안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복도까지 가득 메운 방청객들이 패널들의 열띤 토론을 경청하고 있다.

  수사권한의 총량이 줄어들어야 한다. 지금도 한국의 수사기관은 막강한 수사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한다고 하면서 기존에 있었던 견제장치를 없애거나 혹은 기존의 수사권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의 권한이 확장되어 국민의 인권이 위험해 진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수사권한의 증가는 피의자와 피고인의 권리 강화, 변호인의 확충, 법원에 의한 통제, 경미한 범죄의 비범죄화, 수사의 과학화, 인권친화적 수사개혁 등을 통하여 견제하여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장기적으로 분리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순차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중간단계로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보유하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갖는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강화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과 어긋나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개시권 부여를 이유로 검찰이 경찰을 전면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방향과 일치할 수 없다.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확충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경찰과 검찰 두 기관 사이의 평등을 전제로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면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으로 경찰을 견제, 감시하게 된다. 한편 경찰은 자체적인 수사권한을 가지고 검찰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이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평등한 관계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경의 불평등한 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평등을 통한 상호 견제와 감시 시스템의 구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강화되는 경찰의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은 명백히 경찰권한의 강화를 의미한다. 경찰의 불철저한 개혁 정도나 수사과정의 인권침해적 요소, 경찰의 중앙집권성,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생각하면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는 필수이다. 그러나 검찰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 자치경찰제를 실시함으로써 국가경찰이 갖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경찰위원회 등을 통한 문민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 내부의 감찰기능을 강화하고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감사위원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고위직 경찰의 비리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도 필요하다 또한 수사의 인권친화적 개혁 작업도 강도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에는 검찰과 경찰 이외에 여러 기관과 전문가, 국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가적 권력 재편과제이다. 따라서 최종적인 결정은 검찰과 경찰에 이해관계를 갖는 부처와 기관,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 검찰과 경찰 양자의 합의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이어서는 안 된다. 참여정부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이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는 검찰과 경찰의 자발적인 합의에만 너무 의존한 것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검경수사권 조정은 매우 불완전하다. 검찰과 경찰의 권한 다툼으로 전락하여 검경수사권 조정의 원래의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이유는 현 정부가 검경수사권 조정을 할 만한 의지와 실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초기에 검경수사권 조정을 하지 않고 미루다가 국회에서 이를 추진하자 마지못해 뒷수습을 하고 있는 것이 현 정부의 실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힘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제대로 된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현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을 해낼만한 실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검경수사권 조정의 큰 방향을 법률적으로 해결했다면 행정부는 이를 집행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검경수사권 조정의 원칙과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검찰에 휘둘려 국회의 의사를 사실상 무시하는 시행령을 만들고 있다. 의지도 박약하고 실력도 없는 상태에서 검경수사권 조정을 시도하니 오히려 경찰의 수사주체성을 약화시키고 검찰의 힘을 강화하는 역주행을 하는 것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니 경찰도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최근 경찰의 이기적인 태도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이 현 정부의 무의지와 무능력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관료주의 혁파’ 등 중장기 과제
남은 검찰개혁 과제로는 법무부의 탈검찰화 및 검찰의 관료주의 혁파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 과제로 검찰권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방검사장을 직접 국민이 선출하는 방안 역시 남아 있다. 이러한 개혁과제는 검찰개혁 과제로서 매우 훌륭한 것이지만 인적풀의 부족, 한국 관료주의의 현실, 지방자치의 현실 등을 이유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될 수 밖에 없다. 당장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검사를 보충할 경력있는 법률전문가는 부족하다.
검찰의 관료주의도 문제이지만 다른 공무원 조직의 관료주의가 함께 개혁되지 않으면 검찰의 관료주의를 철저하게 개혁하기는 어렵다. 검찰의 자치와 지방검사장 선출은 검찰의 권한을 충분히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다음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이나 도지사보다 더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검찰기구가 탄생할 수 있다.
결국 민주정부가 들어서서 먼저 해야 할 검찰개혁 과제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 정치검찰의 청산, 검경수사권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한 이 세 가지 과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공감대도 높은 상태이다. 집권을 준비하는 세력이라면 이러한 개혁과제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어야 하다. 그리고 그 청사진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에만 집권 초기의 귀중한 시기에 개혁 작업을 집중할 수 있으며 검찰개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인회 (인하대 교수/변호사)

2012년 2월 8일 수요일

조폭이 악당? 전두환이야말로 진짜 악당이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07일자 기사 '조폭이 악당? 전두환이야말로 진짜 악당이다'를 퍼왔습니다.
[이태경 칼럼]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이 아이러니

개봉 중인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 속에는 조폭들이 휘두르는 폭력이 미화나 과장 없이 표현되고 있다. 영화 속 건달들의 폭력은 흉폭하고, 무자비하며, 무엇보다 불법적이다. 날 것의 폭력 앞에 노출된 민간인들은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다. 조폭들은 이권을 위해 또 자존심 때문에 위법행위를 자행하며, 범죄를 저지르고, 사람들을 겁박한다. 한 마디로 이들은 악당들이다.

하지만 극중에서 부산을 점령한 것처럼 활개치던 조폭들도 경찰과 검사가 행사하는 공권력 앞에는 고양이 앞의 쥐 신세가 된다. 헌법과 법률에 기초해 정당하게 행사되는 데다 비교불가의 막강한 물리력을 지닌 공권력이 불법을 저지르는 조폭들을 가볍게 제압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편 이 영화의 오프닝에는 노태우가 국민들을 상대로 발표하는 담화문 형식의 진짜 '범죄와의 전쟁'이 등장한다. '범죄와의 전쟁'발표 직후 욱일승천하던 최익현(최민식 분)과 최형배(하정우 분)이 몰락하는만큼 '범죄와의 전쟁'선포는 극중에서 중대한 계기적 사건에 해당한다. 이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것은 90년인데 당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노태우였다. 즉 정당한 공권력이 불법적 조폭들을 소탕할 당시 공권력의 최고 수장은 노태우였던 것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건 매우 기묘한 일이다.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을 중단시키고 국가권력을 탈취한 후 광주에서 무수히 많은 국민들을 학살한 전두환을 도운 사람이, 불법적으로 출범한 전두환의 5공화국을 승계해 6공화국의 수반이 된 사람이 노태우인데 그런 노태우가 정당한 공권력의 대리인이 돼 불법을 징치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도착적인가? 거대한 불법이 합법을 축출한 후 합법을 표방하며 작은 불법을 응징하는 건 정의관념과 윤리적 미감을 심하게 거스른다.     

정말 놀라운 건 건달들이 휘두르는 폭력은 누구나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광주에서 전두환 일당이 자행한 불법적 국가폭력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제법 된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지닌 이성이 이토록 무참할 수도 있다. 전도된 이성과 기억의 망각작용 덕분에 오늘도 학살의 원흉은 적지 않은 상징권력을 누리며 안온하게 지내고 있다.

불법과 범죄를 밥먹듯 하는 조폭들은 분명 악당들이지만, 군사반란, 민간인 학살, 민주주의 압살, 천문학적 수뢰 등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들을 저지른 전두환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전두환이야 말로 진짜 악당이다. 그리고 우리는 진짜 악당을 국가권력이 보호해주는 시대를 아직도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