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0일 월요일

[사설]설계 오류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19일자 사설 '[사설]설계 오류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해야'를 퍼왔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크루즈 입·출항 기술검증위가 현재의 설계대로라면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에 건설 중인 복합형 항구에 15만t급 크루즈 선박이 자유롭게 운항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검증위가 지난주 총리실에 제출한 기술검증 결과 보고서에서 사실상 설계상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보고서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운항 난도가 높아지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공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검증위 스스로 보고서 내용을 평가절하하도록 유도하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는 정부의 행태에 두려움마저 느낀다. 

보고서의 결론은 두 가지다. 보고서는 현재의 설계가 항만의 입·출항 한계풍속, 크루즈 선박의 횡풍압 면적, 선박 간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항로법선 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설계를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항만구조물 재배치 등을 반영해 선박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전자를 무시하고 후자만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선박 사고는 조금의 허점도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달 이탈리아 근해에서 일어난 대형 크루즈선 ‘콩코르디아호’ 좌초 사건이 좋은 예다. 설계상 위험요소가 명백하게 존재하는데도 이를 애써 못 본 체하면서 공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는 행위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강정마을에서는 정부의 기지 건설공사 강행에 맞서 연일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집회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불상사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제는 카약을 타고 해상 시위를 벌이던 문규현 신부 등 14명이 경찰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자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대규모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보고서의 내용이 알려진 이후 ‘평화의 섬’ 제주도를 감도는 긴장과 분노의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계속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인다면 충돌은 앞으로 격화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정부는 2014년 말까지 계획대로 1단계 공사를 완료하려면 공사 강행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격다짐으로 추진되는 공사가 제대로 진척될 리 없다. 법원이 지난해 8월 말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한 이후 정부는 공사장 주위에 울타리를 치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공사 진척도는 미미하다. 정부도 잘 알다시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검증위를 동원해 설계에 오류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정부의 그러한 행위는 오히려 정부와 검증위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어리석은 일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제점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공사를 밀어붙이는 것은 여론만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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