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2-17일자 사설 '[사설]폴리페서, 공천 심사에서 걸러낼 수 없나'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4·11 총선 공천 신청자 명단을 보면 올해도 이른바 ‘폴리페서’ 논란이 불가피할 듯하다. 각 당에 공천을 신청한 현직 대학교수(전임)들은 최소한 30명을 넘어선다. 이 중에는 이미 국회의원이나 임명직 공직으로 4년 이상 학교를 비운 사람들도 있다. 또 선거 때마다 공천을 신청하는 단골 교수들의 이름도 눈에 띈다. 교수가 직업인지, 정치가 직업인지 모를 사람들이 많다.
교수들의 공천 신청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전문지식을 현실 정치에 직접 적용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들이 교수직을 휴직한 채 공직을 맡을 경우 학생들은 수업권 침해를 받으며 신진 학자들은 학교 진출의 기회를 봉쇄당한다. 학교들이 정치판에 나선 교수 대신 새로운 교수를 임용하지 않고 시간강사 등으로 수업을 땜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와 학교에 동시에 적을 두는 폴리페서들의 양다리 걸치기로 인해 학생과 후배 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부산 수영구에 공천을 신청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2004년 국회에 진출했으며 2008년부터 현 정권의 핵심 브레인으로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만일 이번에 그가 국회에 진출하면 12년째 소속 학교를 비우는 것이다. 동아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여전히 동아대 교수다.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인 나성린(한양대)·박영아(명지대) 의원과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동서대) 등은 2008년 정계에 나왔다. 이들이 국회에 진출하면 연속 8년을 휴직할 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폴리페서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그러한 노력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많은 대학들이 2008년 폴리페서 논쟁이 터졌을 때 기준을 마련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시늉만 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유는 교수들의 공직 진출이 학교 이미지를 제고하고 산학 협력·연구 수주·예산 확보 등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학교가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국회도 2008년 ‘폴리페서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으나 유야무야 넘어갔다. 폴리페서들의 힘이 작용했다.
각 당이 본격적으로 공천 심사에 들어갔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각 당이 심사 과정에서 폴리페서 논란 발생 요인을 아예 없애 버리는 것이다. 공천 또는 당선 후 사임 약속을 공천 조건으로 삼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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