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4일 화요일

[사설]‘재벌 봐주기’ 반발 자초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13일자 사설 '[사설]‘재벌 봐주기’ 반발 자초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퍼왔습니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의 정부 측 위원인 지홍민 이화여대 교수와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어제 자진사퇴했다. 국민연금이 이날 열린 하이닉스반도체 주주총회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 건에 대해 ‘중립’ 의견을 냄으로써 사실상 최 회장의 이사 선임을 밀어준 데 대한 반발이 사퇴의 배경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지난 10일 의결권행사위 회의를 열어 의결정족수에는 포함되지만 출석 주주들의 의결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의 결정은 자체 의결권 행사 지침, 최 회장이 처한 상황,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의 일관성 등 어떤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SK·SK이노베이션 주총에서 과거 최 회장의 분식회계 전력을 이유로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현재 최 회장은 거액의 횡령혐의로 기소된 상태여서 이사 선임에 지난해보다 더 불리한 입장이다. 국민연금은 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이사 선임 건도 같은 근거로 반대한 바 있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최 회장이 기소돼 재판받는 상황이므로 자격이 안되며 실형 선고 시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이사 선임에 반대했고, 주총의안을 분석해 권고하는 세계적인 기관인 ISS도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했다고 한다.

국민연금은 대부분 국내 대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금융시장의 ‘큰손’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최대주주로서의 상징성도 클뿐더러 다른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제기되는 사안마다 의결권 행사 지침에 충실하게 입각해 원칙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연금에 돈을 맡긴 국민도 발뻗고 잘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활성화 방침을 밝혔을 때 원론적으로 이에 찬성하면서도 연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책임성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이사회나 주총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한국의 기업 현실을 고려할 때 지배주주가 아닌 일반 주주들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연기금의 책임은 막중하다. 국민연금이 이번처럼 적극적인 책임의식을 망각한 채 안이한 결정을 되풀이한다면 의결권 행사는 신뢰받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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