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2-12일자 사설 '[사설]민주당,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엊그제 4·11 총선 공천신청 접수를 마감했다. 713명이 몰려 평균 2.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18대 총선 당시 2 대 1에 비하면 경쟁률이 상당히 높아졌다. 양과 질에서 모두 인물난을 겪고 있는 새누리당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민주통합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을 앞서는 데다, 대선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까지 치솟고 있다. 어느 걸그룹의 히트곡 제목처럼 ‘내가 제일 잘나가’라고 외칠 법하다. 총선 승리도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할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통합당을 두고 “아직 권력을 잡지 못했는데, 권력을 이미 잡은 것처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일갈했다. 적확한 지적이다. 민주통합당은 아직 의석이 89석에 불과한 야당일 뿐이다. 최근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부결 과정에서도 보지 않았는가. 174석을 가진 거대 여당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민주통합당은 치밀한 전략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 말이다. 당 지지율 상승도 여권의 잇단 ‘자살골’에 힘입은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디도스 테러, 돈봉투 파문과 이상득·최시중·박영준씨 등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잇따르지 않았다면 민주통합당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터이다.
한명숙 대표는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이번 선거는 만만치 않은 선거다.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가까이 국민에게 가서 확실한 정책을 가지고 진정성을 보일 때만 승리할 수 있다”며 총선 낙관론을 경계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의 모습은 한 대표가 말한 것과 반대로 가고 있다. 예금자보호법의 원칙을 허무는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안’을 새누리당과 야합해 국회 정무위에서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현직 의원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는 부인이나 아들을 ‘대리 출격’시키는 치졸한 행태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차떼기당’ 낙인과 탄핵 역풍으로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개헌 저지선(100석)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구원투수로 나선 박근혜 대표가 천막당사로 옮기는 등 쇄신 드라이브를 걸면서 121석을 확보하고 당의 존립을 지켜냈다. 한때 200석도 가능하다던 열린우리당은 제1당을 위협받는 처지로까지 몰렸다가 간신히 과반(152석)을 얻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민주통합당이 ‘반MB’ 정서에 안주한다면 이번 총선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유권자는 호락호락하지 않고, 4월11일까지 남은 58일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늦게나마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과 총선연대 논의에 착수키로 한 것은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징후로 보인다. 민주통합당은 착시현상에서 오는 오만을 벗고, 공천혁명과 야권연대에 당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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