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2-09일자 사설 '[사설]새누리당 실체 드러낸 조용환 재판관 부결'을 퍼왔습니다.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이로써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헌법 위반”으로 규정한 ‘8인 재판관 체제’는 오늘로 218일째를 맞게 됐다. 2월 임시국회가 18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회기인 만큼, 19대 국회가 구성되는 6월까지 헌법재판관 공백 사태가 지속될 우려가 커졌다.
조용환 후보자 선출안 부결 사태의 책임은 다수당인 새누리당에 있다. 헌법이 정당의 헌법재판관 추천권을 규정한 것은 헌재 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해 소수자의 목소리까지 헌법재판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에 따라 헌재 창설 이후 야당이 추천한 재판관 후보자는 모두 무리없이 인준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다수의 힘과 무기명 투표라는 선출방식을 이용해 헌법정신과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조 후보자의 법률가적 자질이나 도덕성을 문제삼은 게 아니라 ‘사상 검증’을 했다는 점이다. 조 후보자는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임을 확신하느냐고 묻자 “확신할 수 없다기보다는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것을 전제로 분명히 밝혔음에도, 새누리당은 시대착오적 색깔론의 잣대를 들이대며 선출안 표결을 미뤘다. 어제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원내 지도부는 “정치관행에 따른 예의”를 언급했을 뿐 선출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30일, 유연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정강·정책을 발표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에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오늘이야말로 당의 실질적 내용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 발언은 허언(虛言)에 불과했음이 열흘 만에 드러났다.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뇌 구조’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냉전·수구적 정당이 변화니 유연성이니 말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조 후보자 선출안 부결 사태는 새누리당의 실체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당명과 로고와 상징색을 바꾸고, 국회의원 오래 한 몇몇 사람이 금배지를 포기한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해 7월8일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위헌적 상황’은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것이다. 이로 인해 빚어질 모든 사태는 새누리당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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