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2-02일자 사설 '[사설]볼썽사나운 대통령과 각료들의 ‘재벌규제’ 비판'를 퍼왔습니다.
정치권의 재벌규제 움직임에 대해 경제 각료들의 비판 또는 반대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모든 정치환경이 기업을 위축되도록 만들고 있다. 기업을 너무 위축시키면 투자와 고용이 줄 수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같은 날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야당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필요성 제기에 대해 “일종의 정책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일 “출총제는 아날로그 방식의 획일적인 것”이라며 부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여야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식 공격은 국민간 편가르기를 심화할 우려가 있으며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재벌의 탐욕을 비판하고 규제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는 데 대해 ‘기업 때리기’라는 왜곡된 수사를 동원해 비난하고 견제에 나선 것이다. 대기업의 이익단체인 전경련 관계자의 발언이라고 해도 곧이들을 정도다.
물론 정치권 움직임에 대통령과 각료들은 비판도 하고 반대의사도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개혁의 도마에 올라있는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문어발식 확장·서민형 업종 침투 같은 문제들이 이명박 정권의 친재벌정책을 통해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정책 집행의 장본인인 대통령과 각료들이 재벌규제 움직임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진보언론이 법과 제도에 의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마다 이 대통령과 각료들은 공허하게도 재벌에게 자율적인 개선을 주문했다. 양극화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서도 ‘트리클다운 효과’ 운운하며 양극화를 확대하는 정책을 고수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 반성하고 총체적 책임을 져야 마땅한 대통령과 각료들이 이제 와서 재벌규제를 기업 때리기로 호도하고 경제 걱정을 늘어놓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재벌규제 방안들은 아직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어서 문제점을 안고 있거나 진정성이 의심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민의를 반영하는 과정이며 정치의 본래 기능이지 포퓰리즘 따위로 매도당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과 각료들이 할 일은 지금이라도 정책 자세를 바꿔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지 전경련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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