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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9일 목요일

1조 6천억 '찔끔' 증세, 말로만 '재정건전성 확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08일자 기사 '1조 6천억 '찔끔' 증세, 말로만 '재정건전성 확보''를 퍼왔습니다.
[분석]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 비과세-감면 80% 연장

"오랫동안 기다리셨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거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도 '먹을 것 없는 잔치'라고 느꼈던 걸까. 세법 개정안 작업을 총괄 지휘했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멋쩍었는지 브리핑을 마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정부는 8일 일자리 늘리기와 내수 활성화, 서민 생활 안정과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2012년도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나온 세법 개정안으로 2013년에 1900억 원, 앞으로 5년 동안 1조66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발표된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동환

경제 활성화와 재정 건전성, 두 마리 토끼 잡기

기재부는 세법 개정안 배경으로 유럽발 재정위기를 꼽았다. 유럽에서 비롯된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출길이 막히고 실업율이 느는 등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으니 우선 국가 '곳간'을 채우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출 부진을 내수시장 활성화와 서민 생활 안정으로 극복하고 동시에 국가 성장 동력은 유지한다는 것도 개정안의 주요 목표로 지목했다.

세수를 확대하는 방안으로는 우선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5%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최저한세란 어떤 면세나 감세 혜택을 받든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말한다. 기재부는 과세표준이 1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최저한세를 1%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약 1000억 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4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낮추는 안도 제시했다. 이자나 배당 등의 방법으로 버는 돈이 연간 3000만 원이 넘으면 금융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6~38%의 종합소득세율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이 안이 실현되면 3만여 명이 추가로 소득세를 부담하게 돼 1200억 원 정도 세수가 늘어나게 된다.

개정안에는 3년 유예기간을 두고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하는 안도 포함됐다. 과세대상은 '코스피 200 선물·옵션' 등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내파생상품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2016년부터 선물 거래를 하는 사람은 약정금액의 0.001%를, 옵션 거래시에는 거래금액의 0.01%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저소득층 가구가 일해서 버는 소득만큼 정부가 지원해주는 근로장려세제는 홀몸 노인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내용을 수정키로 했다. 현재 근로장려세제는 배우자 또는 18세 미만의 부양자녀가 없으면 근로장려금 신청이 불가능하다. 변경되는 안에 따르면 부양자녀가 3인 이상이고 가구 소득이 2500만 원 미만이면 최대 연 200만 원까지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세금 감면 혜택 대부분 연장... 말로만 '재정건전성 확보'

이날 '깜짝' 소식은 개정안의 세부 내용이 아니었다. 굵직한 내용들은 대부분 지난 1일 여당인 새누리당과 한 당정 협의에서 미리 논의를 거친 후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정 협의 후 알려졌던 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는 연 1조 8000억 원. 그러나 박 장관은 모두 발언을 마치고 이 부분을 바로잡았다. 이번 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가 5년간 1조 66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었다.

항목별로는 ▲ 고용 창출 투자세액공제 개선(2800억 원) ▲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금액 인하(1200억 원) ▲ 파생상품 거래세 과세(1000억 원) 등에서 모두 합쳐 2조 5700억 원 세수가 증가한다. 반면 ▲ 재형저축·장기펀드 세제 지원(-2000억원) ▲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확대(-900억 원) ▲ 근로장려세제 적용 확대(-900억 원) 등의 항목에서는 9100억 원의 세수가 감소된다는 계산이다.

5년간 90조 원의 세금을 줄였던 '화끈한'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전면에 내걸고 작업한 개정안치고는 약소한 모양새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공언해온 것과는 달리 올해 말로 일몰시한이 끝나는 비과세·감면 제도 중 80% 가량을 연장시켰기 때문이다.

비과세·감면 제도란 정부가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이나 기업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감소시켜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유지되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총 201개. 연 32조 원 규모다. 이 중 103개의 일몰시한이 올해 말 끝날 예정이었다.

이들 항목이 모두 일몰될 경우 연간 약 8조 원 가량의 세수가 확보된다. 기업에 지원하는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 공제만도 2조 5994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연구 및 인력개발비를 포함한 79개 비과세·감면 제도의 일몰시한이 연장되며 5개 제도는 추가로 신설될 계획이다.

▲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기본방향과 추진전략.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정안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 기획재정부

비과세·감면 제도가 대부분 살아남으면 당장 내년도 정부 목표였던 균형재정 실현에도 먹구름이 낀다.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세금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마땅히 세원이 나올 곳은 없기 때문이다. 

통상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국가의 세금 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전체 세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이 경기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에서는 지난해 '2012 예산안 쟁점분석' 보고서에서 내년도 국세탄성치를 1.04 수준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질 때마다 국세 수입은 1.04% 떨어진다는 의미다.

정부가 균형재정을 천명하며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연 4.5%. 그러나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밝힌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6%다. 하반기 경기가 나아져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거칠게 계산하면 올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국세 수입은 약 3조 원 정도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2013년에 기대할 수 있는 세수 증대 효과는 고작 1900억 원. 이정도 수준의 개정안으로는 '재정건전성 제고'는커녕 균형 재정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기도 어렵다.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부동산 시장 살아날까?

한편 기재부는 이날 개정안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 2400억 원의 세금을 덜어주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1조 6500억 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에 담긴 86개의 항목을 요목조목 뜯어보면 여전히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내용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이다. 기재부는 해외골프 수요의 국내 전환 등을 위해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 소비세 등을 201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부자감세' 논란을 빚으며 지난 2일 새누리당에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정책이지만 기재부가 밀어붙였다.

논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상식적으로 1만2000원에 불과한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줬을 때 해외로 골프치러 가는 사람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이가 주택을 팔 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던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의 폐지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2010년 기준으로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다주택가구는 전체 가구수 중 8.3%에 불과하다. '부자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기재부는 주택시장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2014년까지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1년 내에 되팔아도 기본세율(6~38%)로 과세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비사업용 토지는 60%의 세금을 물리던 중과 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날 공개된 세법개정안은 8~9월 중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기재부는 9월 말경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동환(heaneye)

1조 6천억 '찔끔' 증세, 말로만 '재정건전성 확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08일자 기사 '1조 6천억 '찔끔' 증세, 말로만 '재정건전성 확보''를 퍼왔습니다.
[분석] 정부 세법개정안 발표... 비과세-감면 80% 연장

"오랫동안 기다리셨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거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도 '먹을 것 없는 잔치'라고 느꼈던 걸까. 세법 개정안 작업을 총괄 지휘했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멋쩍었는지 브리핑을 마치며 이렇게 덧붙였다.

정부는 8일 일자리 늘리기와 내수 활성화, 서민 생활 안정과 재정건전성 확보 등을 기본 방향으로 하는 2012년도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나온 세법 개정안으로 2013년에 1900억 원, 앞으로 5년 동안 1조660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발표된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김동환

경제 활성화와 재정 건전성, 두 마리 토끼 잡기

기재부는 세법 개정안 배경으로 유럽발 재정위기를 꼽았다. 유럽에서 비롯된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출길이 막히고 실업율이 느는 등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으니 우선 국가 '곳간'을 채우고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출 부진을 내수시장 활성화와 서민 생활 안정으로 극복하고 동시에 국가 성장 동력은 유지한다는 것도 개정안의 주요 목표로 지목했다.

세수를 확대하는 방안으로는 우선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5%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최저한세란 어떤 면세나 감세 혜택을 받든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말한다. 기재부는 과세표준이 10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의 최저한세를 1%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약 1000억 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4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낮추는 안도 제시했다. 이자나 배당 등의 방법으로 버는 돈이 연간 3000만 원이 넘으면 금융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6~38%의 종합소득세율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의미다. 이 안이 실현되면 3만여 명이 추가로 소득세를 부담하게 돼 1200억 원 정도 세수가 늘어나게 된다.

개정안에는 3년 유예기간을 두고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하는 안도 포함됐다. 과세대상은 '코스피 200 선물·옵션' 등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내파생상품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2016년부터 선물 거래를 하는 사람은 약정금액의 0.001%를, 옵션 거래시에는 거래금액의 0.01%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저소득층 가구가 일해서 버는 소득만큼 정부가 지원해주는 근로장려세제는 홀몸 노인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내용을 수정키로 했다. 현재 근로장려세제는 배우자 또는 18세 미만의 부양자녀가 없으면 근로장려금 신청이 불가능하다. 변경되는 안에 따르면 부양자녀가 3인 이상이고 가구 소득이 2500만 원 미만이면 최대 연 200만 원까지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세금 감면 혜택 대부분 연장... 말로만 '재정건전성 확보'

이날 '깜짝' 소식은 개정안의 세부 내용이 아니었다. 굵직한 내용들은 대부분 지난 1일 여당인 새누리당과 한 당정 협의에서 미리 논의를 거친 후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정 협의 후 알려졌던 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는 연 1조 8000억 원. 그러나 박 장관은 모두 발언을 마치고 이 부분을 바로잡았다. 이번 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가 5년간 1조 66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었다.

항목별로는 ▲ 고용 창출 투자세액공제 개선(2800억 원) ▲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금액 인하(1200억 원) ▲ 파생상품 거래세 과세(1000억 원) 등에서 모두 합쳐 2조 5700억 원 세수가 증가한다. 반면 ▲ 재형저축·장기펀드 세제 지원(-2000억원) ▲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확대(-900억 원) ▲ 근로장려세제 적용 확대(-900억 원) 등의 항목에서는 9100억 원의 세수가 감소된다는 계산이다.

5년간 90조 원의 세금을 줄였던 '화끈한' 정부가 재정건전성 확보를 전면에 내걸고 작업한 개정안치고는 약소한 모양새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공언해온 것과는 달리 올해 말로 일몰시한이 끝나는 비과세·감면 제도 중 80% 가량을 연장시켰기 때문이다.

비과세·감면 제도란 정부가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이나 기업이 부담해야 할 세금을 감소시켜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유지되는 비과세·감면 제도는 총 201개. 연 32조 원 규모다. 이 중 103개의 일몰시한이 올해 말 끝날 예정이었다.

이들 항목이 모두 일몰될 경우 연간 약 8조 원 가량의 세수가 확보된다. 기업에 지원하는 연구 및 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 공제만도 2조 5994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을 통해 연구 및 인력개발비를 포함한 79개 비과세·감면 제도의 일몰시한이 연장되며 5개 제도는 추가로 신설될 계획이다.

▲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기본방향과 추진전략.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정안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 기획재정부

비과세·감면 제도가 대부분 살아남으면 당장 내년도 정부 목표였던 균형재정 실현에도 먹구름이 낀다.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세금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마땅히 세원이 나올 곳은 없기 때문이다. 

통상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국가의 세금 수입도 줄어들게 된다. 전체 세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이 경기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에서는 지난해 '2012 예산안 쟁점분석' 보고서에서 내년도 국세탄성치를 1.04 수준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질 때마다 국세 수입은 1.04% 떨어진다는 의미다.

정부가 균형재정을 천명하며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연 4.5%. 그러나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밝힌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2.6%다. 하반기 경기가 나아져 올해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거칠게 계산하면 올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국세 수입은 약 3조 원 정도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2013년에 기대할 수 있는 세수 증대 효과는 고작 1900억 원. 이정도 수준의 개정안으로는 '재정건전성 제고'는커녕 균형 재정에 의미있는 기여를 하기도 어렵다.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부동산 시장 살아날까?

한편 기재부는 이날 개정안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에 2400억 원의 세금을 덜어주고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1조 6500억 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정안에 담긴 86개의 항목을 요목조목 뜯어보면 여전히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내용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회원제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이다. 기재부는 해외골프 수요의 국내 전환 등을 위해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 소비세 등을 2014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부자감세' 논란을 빚으며 지난 2일 새누리당에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정책이지만 기재부가 밀어붙였다.

논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상식적으로 1만2000원에 불과한 개별소비세를 감면해줬을 때 해외로 골프치러 가는 사람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이가 주택을 팔 때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던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의 폐지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2010년 기준으로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다주택가구는 전체 가구수 중 8.3%에 불과하다. '부자감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기재부는 주택시장 거래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2014년까지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1년 내에 되팔아도 기본세율(6~38%)로 과세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비사업용 토지는 60%의 세금을 물리던 중과 제도를 폐지하고 기본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날 공개된 세법개정안은 8~9월 중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기재부는 9월 말경 정기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동환(heaneye)

2012년 5월 3일 목요일

강남3구 투기지역 곧 해제…부동산 거품 다시 키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2일자 기사 '강남3구 투기지역 곧 해제…부동산 거품 다시 키운다'를 퍼왔습니다.

기획재정부가 국토해양부가 주장해온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주택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서초구의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겨레>자료사진

재정부 “이달 발표”…DTI 40→50%로 완화
주택대출 증가로 가계부채 부실확대 우려 

정부가 서초·강남·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주택 투기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침체된 주택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전문가들은 당장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거품이 서서히 걷히던 주택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칫 부동산 관련 대출을 부채질해 가계부채를 더 키울 수도 있다.
2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가급적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해제의 필요성은 국토해양부가 계속 제기해온 사안이다.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현재 재정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마지막 빗장’마저 풀려는 까닭은 주택시장의 거래 부진에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1분기(1~3월)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서울에서는 40.2%, 전국적으로는 26.8% 줄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의 송인호 박사는 “투기지역 해제를 비롯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남 3구가 투기지역에서 해제될 경우 가장 큰 변화는 대출을 연소득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이 현행 40%에서 50%로 완화된다는 점이다. 상한이 높아지는 만큼 집을 살 때 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집값의 일정 비율 안에서 대출하는 담보대출인정비율(LTV)도 40%에서 50%로 늘어나고,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담도 10%포인트가량 줄어든다. 정부는 이런 규제 완화가 거래를 촉진시킬 것으로 본다.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부동산 투기대책과 관련한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 때문에 재정부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2003년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의 하나로 도입한 투기지역 지정제도가 처음 적용된 곳은 강남 3구다. 이후 투기지역 지정이 여러 곳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위기 대책의 하나로 강남 3구 외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모두 해제할 때에도 강남 3구에는 손대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그 자체의 경제적 효과보다도 시장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한다.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이 해제되면 전국에 투기지역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된다.
이러한 규제 완화가 투기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 관계자들은 거래량이 늘더라도 가격을 크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거래량과 가격은 비례하는 만큼 거래가 늘어나면 가격도 따라 올라갈 수 있다”며 “투기지역 해제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강남은 언제든지 전체 부동산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시장에 실질적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시장에 ‘돈 더 빌려줄 테니 집을 사라’라는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여섯번의 부동산 부양책을 내놨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대출의 비중은 수도권의 경우 약 65%에 이른다.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자칫 858조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의 폭발성을 더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부채경제학’ 보고서에서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안정을 통해 가격상승 기대를 억제함으로써 가계의 차입(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축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류이근 최종훈 최현준 기자 ryuyigeun@hani.co.kr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사설]‘FTA 효과’ 불리하게 나오자 보고서 감춘 정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17일자 사설 '[사설]‘FTA 효과’ 불리하게 나오자 보고서 감춘 정부'를 퍼왔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의 물가하락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가격변동을 조사했던 정부가 기대와 달리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결과가 나오자 보고서를 ‘비공개’로 돌렸던 사실이 드러났다. 정책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시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이런 태도는 단순한 ‘양심불량’ 차원을 넘어 정책 불신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이후의 소비자가격 동향을 조사한 자료를 내놓았다. 유럽산 삼겹살과 와인 값 등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고, 두 달쯤 지나면 국산 삼겹살·유제품·화장품·주방용품 등의 값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자 재정부는 한국소비자원에 FTA의 물가하락 효과를 본격 조사하도록 1000만원짜리 용역을 줬다. ‘FTA 맺으면 물가가 크게 떨어져 소비자 후생이 증진된다’며 FTA 찬성 여론몰이에 열중하던 정부가 FTA 효과를 홍보할 호재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두 달 뒤 나온 조사 결과는 재정부의 기대와 달랐다. 삼겹살 등 14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유럽연합 FTA 발효 전후 4개월간의 가격 변동을 조사한 결과 가격인하 효과가 크지도 않았고, 일부 품목은 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FTA 영향보다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칫국부터 마셨다가 낭패를 본 재정부는 ‘공개’ 대상으로 했던 용역 보고서를 ‘비공개’로 돌려놓고 있다가 최근 정보공개가 청구되면서 자료를 내놓았다.

정책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큰 경우 정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료를 제시해 국민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정책 방향이 결정돼야 민주적 정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옹호 논리만 폄으로써 논란이 평행선을 달리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 FTA다. FTA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 결과를 제시해 국민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일방적인 홍보에만 열을 올려 불신을 자초했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FTA 체결에 따른 국토·해양정책 방향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미 한·미, 한·유럽연합 FTA 체결에 앞서 충분히 검토됐어야 할 사안이다. FTA 체결 전에는 정책주권 훼손 가능성에 대해 ‘아무 문제 없다’며 찬성 홍보에만 열중하다 협정이 발효되자 뒤늦게 ‘행정환경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대비책을 세운다는 것이다. 양심불량에다 일의 선후도 모르는 정부를 국민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2012년 4월 11일 수요일

나라빚 420조 넘었다…MB정부 4년간 12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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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돌파…GDP 대비 34%
중앙과 지방 정부가 짊어진 국가채무가 지난 한해 약 28조원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국가채무는 299조원에서 420조원으로 121조원이 늘어나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10일 발표한 ‘2011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전년도보다 28조5000억원 증가한 420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방정부의 채무(잠정치)는 소폭 감소했으나 중앙정부의 채무가 크게 증가했다. 국가채무의 적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33.4%에서 34%로 높아졌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0년 0.4%포인트 낮아졌으나, 지난해 다시 상승했다.
우범기 재정부 재정관리총괄과장은 “지난해 국내총생산 증가율(3.6%)이 당초 전망치(4.5%)보다 낮아지면서 지난해 국가채무 비율이 전년도보다 다소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 나라 살림살이를 엿볼 수 있는 지표인 ‘관리대상수지’가 13조5000억원(국내총생산 대비 1.1%)의 적자를 보인 것도 국가채무를 키웠다. 관리대상수지란 정부 일반·특별 회계와 기금을 합친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지를 말한다. 국가채무의 대부분은 부족한 세입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발행한 국채(약 397조원)가 차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한해 국채의 이자 부담도 19조원에 이르렀다.
국가채무 증가의 원인은 2008년 금융위기와 4대강 등 대형 국책사업이 꼽힌다. 이재은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대규모 재정지출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동시에 대대적인 감세로 세입 기반을 약화시킨 것은 재정 운용상의 문제였다”며 “4대강 사업도 꼭 필요한 사업이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채무에는 4대강 예산 가운데 8조원을 떠안은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부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2011 회계연도 국가결산은 감사원의 검사를 거쳐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2012년 4월 5일 목요일

선관위 "정부의 복지공약 268조 발표는 선거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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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정부에 자제 요청해왔으나 강행하자 발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전날 기획재정부가 복지공약 분석결과를 발표한 데 대해 "공직선거법 9조의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오전 10시 긴급 전체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판단했다.

선관위는 "선거운동은 정당 간에 자유롭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정당간의 자유경쟁관계가 정부의 개입에 의하여 왜곡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이 공직선거법 제9조의 취지"라며 "선거기간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한다는 국가기관의 의무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단 이유를 밝혔다. 

선관위는 특히 "선거일을 불과 7일 남겨둔 시점에서 기획재정부가 선거에 참여한 정당의 선거공약을 특정 부분에 한정하여 그 소요예산의 추계액이 과다하다는 점만을 부각시켜서 공표한 행위는 그 이유가 어떠하든지 간에 유권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선거결과를 왜곡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경고조치를 내렸다. 

앞서 지난 4일 기획재정부는 '복지공약 재정소요 및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제3차 복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정치권의 266개 복지공약을 모두 집행하려면 기존 복지 예산 92조6천억원 외에도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발표, 민주통합당이 정부의 선거개입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중앙선관위가 이처럼 긴급회의까지 열어 정부의 행위를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한 것은 지난달말부터 기재부에 대해 이같은 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청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가 발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은 중앙선관위 판단과 관련, "기획재정부가 선거법을 위반한 전례가 없을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이 새누리당의 선거대책본부를 자임하고 있는 것"이라고 기재부를 질타한 뒤, "민주통합당은 정부 부처가 조직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엄정하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기재부, 또 '선거개입' 사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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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경고에도 복지 '딴지'..."정치권 복지공약에 최소 268조원"


ⓒ민중의소리/뉴시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1차관, 김동연 2차관

기획재정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 2월 '복지TF'를 꾸린 기재부는 정치권의 복지공약이행에 268조원이 더 소요된다고 4일 밝혔다. 

기재부 복지TF는 이날 과천청사에서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3차 회의를 열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복지공약 266개를 모두 집행하려면 기존 복지 예산 92조6천억원 외에도 5년간 최소 268조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복지TF를 이끄는 김동연 2차관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다. 나라 살림을 맡았다는 책임을 다하도록 복지공약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양당의 재원조달방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그대로 실현되기도 어렵다. 재원을 끌어와도 추가로 추계한 재정소요와 격차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는 정치권의 복지재원 조달방안에 대한 평가 자료도 준비했지만 발표하지는 않았다. 김 차관은 "복지재원 추계에서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밝히면 특정 정당에 유불리할 수 있어 발표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월20일 1차 복지TF회의에서도 정당 보도자료와 언론 보도로 드러난 복지공약을 모아 추계한 비용은 연간 43조~67조원, 5년간 220조~34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에도 김동연 2차관 "현재 정치권의 공약들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하는 수준"이라며 "한정된 재원 여건에서 정제되지 않은 복지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꼭 필요한 서민복지가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1차 발표 때부터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복지TF가 선관위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2차 발표를 강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선거 이후로 발표를 연기하라고 여러 차례 구두로 경고한 선관위는 복지TF의 발표에 대해 5일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법 위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총선 이후에도 복지TF의 활동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차관은 총선 이후 재원조달방안에 대한 평가 공개 여부에 대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은 "중앙선관위가 선거기간 특정 정당에 의도하지 않게 유.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자제하라고 권유했음에도 기재부가 복지정책에 시비를 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런 행태를 즉시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 의장은 기재부의 발표에 대해 "복지정책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것으로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중지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가 강행한 4대강 사업이나 부자감세가 국가 재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않던 관료들이 양극화 극복을 위한 복지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지난 2월 열린 기재부 복지TF 1차 회의

한편 기획재정부의 선거 개입이 사실상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기재부 수뇌부의 의중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재완 장관은 지난 2월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선거를 앞두고 다듬어지지 않은 복지공약이 양산되고 있다"며 "재정의 부담능력을 넘어서는 복지공약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장관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 출신으로 MB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정무수석을 지내다 노동부 장관에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해 6월 취임 때부터 '선거를 앞둔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취임사에서는 "우후죽순의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최정예 전사처럼 테레모필레 협곡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밖에 신제윤 기재부 1차관도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 포퓰리즘 때문에 웃음을 잃었다"며 "공무원 생활 30여년을 했는데 선거를 여러번 치뤄봤지만 요새가 가장 심한 것 같다"며 "관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2012년 2월 3일 금요일

[사설]볼썽사나운 대통령과 각료들의 ‘재벌규제’ 비판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02일자 사설 '[사설]볼썽사나운 대통령과 각료들의 ‘재벌규제’ 비판'를 퍼왔습니다.
정치권의 재벌규제 움직임에 대해 경제 각료들의 비판 또는 반대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모든 정치환경이 기업을 위축되도록 만들고 있다. 기업을 너무 위축시키면 투자와 고용이 줄 수 있다”고 정치권을 비판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같은 날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야당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필요성 제기에 대해 “일종의 정책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고,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일 “출총제는 아날로그 방식의 획일적인 것”이라며 부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여야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식 공격은 국민간 편가르기를 심화할 우려가 있으며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재벌의 탐욕을 비판하고 규제방안들을 쏟아내고 있는 데 대해 ‘기업 때리기’라는 왜곡된 수사를 동원해 비난하고 견제에 나선 것이다. 대기업의 이익단체인 전경련 관계자의 발언이라고 해도 곧이들을 정도다.

물론 정치권 움직임에 대통령과 각료들은 비판도 하고 반대의사도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개혁의 도마에 올라있는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문어발식 확장·서민형 업종 침투 같은 문제들이 이명박 정권의 친재벌정책을 통해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정책 집행의 장본인인 대통령과 각료들이 재벌규제 움직임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진보언론이 법과 제도에 의한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마다 이 대통령과 각료들은 공허하게도 재벌에게 자율적인 개선을 주문했다. 양극화가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서도 ‘트리클다운 효과’ 운운하며 양극화를 확대하는 정책을 고수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 반성하고 총체적 책임을 져야 마땅한 대통령과 각료들이 이제 와서 재벌규제를 기업 때리기로 호도하고 경제 걱정을 늘어놓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재벌규제 방안들은 아직 정교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것이어서 문제점을 안고 있거나 진정성이 의심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민의를 반영하는 과정이며 정치의 본래 기능이지 포퓰리즘 따위로 매도당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과 각료들이 할 일은 지금이라도 정책 자세를 바꿔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지 전경련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2012년 1월 4일 수요일

[사설] 위기라면서 실효성 있는 서민 대책이 없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02일자 사설 '[사설]비정규직 대책 허구성 드러낸 공공부문 해고사태'를 퍼왔습니다.
새해 초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노사발전재단, 서울고법, 서울 구로보건소 등 공공부문 거의 전 분야에서 해고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천공항세관에서 수하물에 전자태그를 붙이는 일을 하는 하청노동자 34명은 지난해 12월31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새로 하청을 맡은 용역업체가 고용을 승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도 최근 비정규직 31명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비정규직 차별 시정 업무를 하는 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집단 해고한 것은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의 청소용역 노동자 6명, 구로보건소의 방문간호사 2명도 지난해 말 해고됐다.

2011년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모두 34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29%인 9만9000여명이 파견·용역·외주 등 간접고용 형태이다. 공공부문의 간접고용은 2006년 6만4000여명보다 8.5%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한 비정규직을 기간 제한 없이 고용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용역업체가 교체되더라도 원칙적으로 고용을 승계토록 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발표했다. 이채필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남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우리는 ‘공공부문 선진화’란 이름의 잘못된 정책기조 자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허구성은 일련의 해고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지만, 노사발전재단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단 4개월 앞두고 있던 노동자를 해고했다. 고용주가 피해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둔 대책은 대책이 아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같은 일을 하면서 불합리하게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빈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는 공공부문에 무분별한 해고를 자제토록 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