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일 수요일

[사설]‘돈 냄새 진동’ 한나라, 언제까지 오불관언할 텐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1-31일자 사설 '[사설]‘돈 냄새 진동’ 한나라, 언제까지 오불관언할 텐가'를 퍼왔습니다.
얼마 전 물러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008년 추석 때 이른바 ‘친이계’ 인사들에게 수천만원을 살포했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증언이 나왔다는 보도다. 최 전 위원장의 최측근인 방통위의 한 정책보좌역이 200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나 최 전 위원장 자신이 직접 거론된 것은 처음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말이란 참으로 무섭다. 소문을 진실보다 더 그럴듯하게 착각하게 만든다”는 그의 퇴진의 변은 또 하나의 가증스러운 정치 어록으로 기록될 판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환골탈태를 천명한 집권 여당 한나라당의 대응이다. 자고 나면 새 의혹이 불거진다 할 정도로 ‘돈 냄새’가 여권을 휘감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려온 최 전 위원장이 측근 비리 및 자신의 연루 의혹으로 물러났지만 책임 있는 여당이라면 당연히 내놓을 법한 진상규명 촉구 논평도 없었다. ‘식물 의장’으로 전락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돈봉투 전대’를 둘러싼 침묵은 더 가관이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마침내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정조준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친정인 한나라당은 여전히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다. 이 사건 발생 초기 검찰에 수사만 의뢰해놓고는 사실상 무대응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책임 있는 행동을 해달라’고 한 것이 전부다. 현 부정부패의 고리는 이 대통령의 탓일 뿐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한나라당은 어제만 해도 4·11 총선의 공천권을 외부 인사들에게 일임한다는 취지의 공천심사위를 구성하는 등 입만 열면 ‘정치 개혁’을 외치고 있다. 그제는 이대로 가다간 한나라당의 뼈대라도 남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들 만큼 경제, 교육, 대북 정책 등 전 분야에 걸친 대변신을 약속했다. 그런 한나라당이 정작 자신들을 둘러싼 부정·비리 의혹에 대해 딴청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다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쉽사리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런 여당이 대변신을 천명했다고 해서 수구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거나, 스스로 반성하고 개혁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실로 공허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 정권의 도덕 불감증은 특권층만 감싸는 바람에 누적된 ‘1% 정당’이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한나라당을 망가트린 주요 원인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두고두고 실소를 자아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진정 국민 앞에서 뼈를 깎고 거듭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지금 눈앞에서 드러나고 있는 권력형 비리에 대해 백배 사죄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은 언제까지 당 주변에서 진동하는 돈 냄새를 두고 오불관언(吾不關焉)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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