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2-11일자 기사 '깨끗하다는 삼성 공장 1급 발암물질 다수...그렇다면 90년대는?'를 퍼왔습니다.
삼성은 백혈병 문제 털고 싶다고? 털고 갈 문제 아니라 책임질 문제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하 산보연)이 지난 6일 ‘반도체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산보연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전자,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 반도체 사업장을 정밀 조사한 결과, 반도체 가공라인과 조립라인 모두에서 백혈병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이 반도체 생산 과정 중에 ‘부산물’로서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폐암과 피부암 등을 일으키는 비소의 경우는 노출기준치를 초과한다고 했다.
이 연구결과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백혈병 이슈가 처음으로 불거진 것은 2007년이니까 벌써 5년전의 일이다. 이슈가 불거지기전 이미 황유미, 이숙영, 황민웅 등 많은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이 일한 작업환경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의 일이고 지금의 반도체 작업환경과는 많이 다르다. 노후화된 라인에서 수동의 작업방법으로 직접적으로 화학물질을 취급했다. 환기도 잘 안 되어 지린냄새, 비린냄새, 알콜냄새가 짬뽕되어 구역질이 난다는 환경이었다. 밀폐된 용기가 아니라 밥그릇 같은 곳에 유기용제를 담아 솜뭉치로 반도체 이물질을 닦던 환경이었다.
그런데 이번 산보연의 연구는 과거에 피해자들이 발생할 당시의 작업환경을 재현한 조사가 아니라 2009년에서 2011년까지 가장 최근의 최신 자동화된 공정을 조사한 것이다. 또 이미 백혈병 이슈가 한참 불거지고 난 뒤에 한 조사이다. 즉 이미 깨끗해질 대로 깨끗해진 반도체 공장을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공기 중에서 1급 발암물질들이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다.
ⓒ양지웅 기자 지난해 12월1일 오후 서울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열린 '발암물질 추방, 직업성암 산재불승인 남발 근로복지공단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암 산재 승인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실로 충격적인 결과이다. 즉 산보연의 이번 조사결과는 과거에 (환경수첩 등에서 드러난) TCE 등 직접 사용한 발암물질에 더해, 공정 과정 중에 ‘부산물’로서 발암물질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그동안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단지 반도체 공장의 위험성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현재진행형이라는 이야기이다. 이 때문에 노동부에서는 이번 결과발표에 대한 조치로 반도체 공장들에 환기시설 보강 및 대체물질 사용, 후속 조사 등 시정조치를 하겠다고 하였다. 과연 얼마만큼 이 시정조치가 이행될 지에 대하여 많은 감시의 눈이 필요할 때이기도 하다.
꼭 짚고 넘어갈 것은, 노출허용기준 미만이라고 해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발암물질은 극미량의 노출로도 누군가는 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노출허용기준은 그 나라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수준을 반영한 ‘관리’ 기준일 뿐이며 노출허용기준 미만에서도 암이 발병한 사례는 많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의 경우는 벤젠 노출 허용기준을 10ppm(피피엠)에서 1ppm으로, 다시 0.1ppm으로 낮추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까지 1ppm의 관리기준을 가지고 있다. 또 이는 단일물질이 노출될 경우의 노출기준일 뿐이지 반도체산업과 같이 많은 화학물질이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 있어 노출 허용 관리기준은 아예 없는 형국이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지난해 6월 23일 삼성백혈병 1심 판결은 비록 노출허용기준 미만의 노출이라 하여도 여러 화학물질들과 방사선의 복합적이고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백혈병이 발병되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번 산보연의 조사결과 발표가 난 이후 삼성은 언론을 통해, “그룹차원에서 백혈병 문제를 털고가고 싶다”고 밝혔다. 왜 이번에는 “벤젠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지 않는지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간에 삼성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니까 진심어린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털고가고 싶다”는 태도부터 바꾸라고 말하고 싶다. 백혈병을 비롯해 수많은 삼성의 직업병 피해자들은 털어낼 대상이 아니다. 삼성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삼성이 좋아하는 표현으로 “또 하나의 가족”이었고 삼성의 막대한 부를 가져다 준 성실한 노동자들이었다. 열심히 일하다 병을 얻고 버려지고 가난의 굴레로 거액의 치료비와 생계의 고통때문에 삼성의 회유금 을 받고 산재인정 싸움을 포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말못할 속앓이를 하게 해서는 안되는 귀한 존재들이란 말이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일군 삼성이라면 그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잃는 고통을 두고 '이번에 털고간다'는 식으로 해결책을 내서는 안된다.
그간 삼성이 어떠했는가? 화학물질 정보는 죄다 영업비밀이라며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수년째 늘어만 가는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그저 다 개인질병이라 주장했고, 감광제 성분에 벤젠이 있다는 서울대 조사결과조차도 그건 조사가 잘못되었을 뿐이라고 강변해왔다.
ⓒ민중의소리 故 박지연씨는 고3때인 2004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해, 하루 12시간씩 방사선과 유독화학물질에 노출된 작업장에서 일하다 '급성골수백혈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했다. 박씨는 삼성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인정받지도 못한채 2010년 3월31일 23살의 나이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뿐만아니다. 故 박지연씨가 2010년 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여론 무마용으로 기자들을 불러모아 반도체 공장이 얼마나 깨끗한지 눈요기로 보여주었고, 해외에서 유명한 안전보건컨설팅사라며 인바이런사를 통해 백혈병이 업무와 무관하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더욱 분노스러운 것은 산재 행정소송에의 개입이다.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해달라는 피해자들의 작은 권리마저도 빼앗으려 삼성은 행정소송의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통해 수백 수천쪽짜리 방대한 자료로 공격을 해오고 있는 중이다.
삼성이 직업병 문제를 진정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소송보조참가 철회와 산업재해 인정이다. 그래야 긴 세월 울분이 켜켜이 쌓인 유족들과 피해당사자들, 삼성의 말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이 전달될 것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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