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07일자 기사 '한미FTA 찬성하는 음악인들, IMF의 굴욕 잊었나'를 퍼왔습니다.
[金土日의 리트윗] 가난한 소비자 앞에서, 음악인은 행복할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의제는 바로한미FTA다. 우리 사회 전 영역,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의 삶의 조건을 재구성할 만큼 거대한 파괴력을 지닌 규칙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라 그렇다. 게다가 매우 위협적이고 음흉해보이기까지 하는 새로운 삶의 규칙. 이것이 지금에서야 최고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강하다.
한미FTA, 관료들의 초대박 경거망동
이처럼 중대하고 비상한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공인들이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는 과정은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허술하다. 특히 한미FTA 통과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보수 정치권과 행정 관료, 거대 자본의 행태를 보노라면 아예 말문이 막힌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도 무책임한 사람들의 손에 우리 국민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일임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한미FTA의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조약의 체결 내용과 그것의 향후 여파를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처럼 위협적이면서도 포괄적이고 전방위적 영향력을 내포한 조약에 대해 우리 국민들에게 주어진 역할의 최대치라고는 고작 국소적인 개별 사안, 알량한 자신의 이해 여부에 국한해서 그 찬반을 생각해볼 수 있는 권리 아닌 권리뿐이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시청앞에서 열린 '한미FTA저지 촛불집회' 에 대학생들이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CBS노컷뉴스IMF, 음악산업 몰락의 추억
글로벌 시장을 주 무대로 삼는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그 어떤 경제 주체도 한국 내에서 독립적 주체로 살아갈 수 없다. 특정 업종의 개별적 이해관계로 이 사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특히 음악 창작자들의 경우, 제아무리 성실하고 도전적으로 살았다 한들 탐욕스럽고 무능한 권력과 자본의 삽질로 인해 IMF가 들이닥쳤을 때, 그저 손가락을 빨면서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국민경제가 무너질 때면 음악인들의 설자리가 제일 먼저 사라지게 되어 있다.
한편, 한미FTA 체제는 IMF 체제보다도 훨씬 영속적인 것이다. 문제는 이에 찬성하는 음악인들의 숫자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음악인들의 대표적 이익단체인 음제협과 음저협은 진작에 한미FTA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한미FTA를 계기로 좀 더 많은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는 뜻을 조용히 드러내는 음악인들의 실루엣도 지면과 타임라인 여기저기서 목격되고 있다. 저작물에 대한 보호와 통제가 강화되는 기회로 한미FTA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FTA의 체결이 음악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준다면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오랜 세월, 힘들었다면 나름 힘들었던 음악인들이 오랜만에 좋은 세월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이 조약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얄팍하게 만들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는 게 문제다. 조약이 체결되기 전, 협상의 사전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들만 보아도 그렇다. 그래서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다. 소비자의 주머니가 얄팍해질 때 음악인들이 어떤 처지에 몰리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예컨대, 유럽연합과의 FTA 추진 과정에서는 음악인들과 관계 깊은 ‘공연보상청구권’이 주요 쟁점이 된 바 있다. 이 쟁점은 한국 의회의 자발적 법 개정으로 우회하여 극복되었는데 그 내용은 간단하다.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던 음악들, 슬슬 유료화의 길을 걷게 된다는 거다.저작권 기한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연장되었다. 20세기 초반에야 비로소 대중문화가 꽃피기 시작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저작물에 내재된 공공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서비스 질의 하락 혹은 가격의 인상에 다름 아니다. 마음은 무거워지고 주머니는 가벼워진다.
당신의 침대, 내일의 제단이 될 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를 계기로 음악 저작물 권리자들의 소박한 바람은 좀 더 강한 현실적 욕망으로 전환하려 한다. 그들의 바람은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소비자의 주머니를 향해 살며시 접근하는 중이다. 한편, FTA의 내용을 검토해 본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미FTA의 여러 독소 조항들은 서민들의 목덜미를 겨냥한 망나니의 칼이 되어 춤을 추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일부 음악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어쩌면 소박하기까지 한 그들의 손이 알고 보면 망나니의 칼과 세트로 묶여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애써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게 우리 뜻대로 되면 다행이겠지만 만일 모든 게 저들 뜻대로 된다면 망나니는 다음 차례로 한국의 대중음악을 호출할는지 모른다. 문제는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 심지어는 저들의 예측마저 후자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음악인들은 자신과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 한미FTA를 거부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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