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1-11-02일자 사설 '한 전 총리 무죄 판결에 정신 못차린 검찰'을 퍼왔습니다.
검찰이 그제 “한명숙 전 총리 판결은 표적판결”이라며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검찰은 별도의 보도자료까지 내 “객관적으로 인정된 사실만으로도 유죄를 판단하기에 충분한데, 법원이 경험칙을 무시한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윤갑근 서울지검 3차장검사는 “봐주기 위해서 결론을 내 놓고 증거를 조각내서 본 것 아닌지 의문”이라는 막말까지 했다. 기대와 달리 한 전 총리에 대해 잇따라 무죄가 선고된 데 따른 당혹감의 발로이겠지만 검찰의 비이성적 대응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의 무죄 선고 이유는 한 전 총리가 건설업자 한만호씨로부터 9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돈을 줬다는 한씨의 검찰 자백만 있을 뿐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고, 그나마 돈을 줬다는 진술도 한씨가 번복했는데 어떻게 유죄라고 하느냐는 취지다. 열 도둑 놓쳐도 억울한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법원의 무죄 선고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 뇌물 전달자의 진술과 ‘객관적 정황’이 있는데 왜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주장은 구태의연한 편의주의적 태도일 뿐이다. 재판부에 대한 검찰의 문제제기 방식도 부적절했다. 1심 판결에 불만이 있다면 다음 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내면 된다. ‘표적판결’ 운운한 것은 항소심 재판부를 압박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더구나 윤 차장검사는 “최근 똑같은 사안을 두고 항소심에서 번복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재판부의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힌 사례를 열거했다. 부적절한 여론몰이로 오로지 증거로 말해야 할 검찰의 자세가 아니다.
검찰은 돈을 줬다는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피의자의 유죄를 받아내려는 관행과 결별해야 한다. 엄벌주의에 집착해 억울한 피해자를 내지 말고 인권을 중시하는 흐름에 적응할 때가 됐다. 검사와 피의자가 법정에서 치열하게 유무죄를 다투는 공판중심주의하에서 범죄 사실의 입증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 전 총리의 지난번 무죄 선고에서 검찰은 도대체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검찰은 몰이성적 태도로 법원을 비판만 할 게 아니라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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