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2일 토요일

[사설]살아 돌아온 김진숙을 다시 감옥으로 보내지 말라

이글은 경향신문 2011-11-11일자 사설 '[사설]살아 돌아온 김진숙을 다시 감옥으로 보내지 말라'를 퍼왔습니다.
309일 고공에서 비바람을 맞은 김진숙은 엊그제 크레인을 내려온 뒤 “여러분이 저를 살렸습니다”라고 했다. 김진숙의 환한 웃음은 보는 이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정리해고는 불가피하고, 해고자의 불행은 개인 탓이며, 노사 문제에 외부세력인 시민은 끼어들지 말아야 한다는 뻔뻔한 주장들이 횡행하는 척박한 연대의 토양에서 그의 웃음은 실로 귀하고도 값진 것이었다. 김진숙의 귀환은 정리해고의 비극을 연대로 극복한 희망의 결말이자, 더 큰 희망을 위한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정리해고에 대한 시민 배심원단의 평결로 갈음할 수 있다. 법이 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해고’를 지금처럼 사용자가 ‘정리해고의 자유’로 남용하는 관행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한진중 사태의 타결은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을 서두를 때라는 사회적 합의를 상징한다. 해고의 자유와 비정규직 남발로 심화된 노동의 위기가 시민을 일깨우고, 시민은 노사문제의 ‘외부세력’이기를 스스로 거부하며 함께 저항했다. 한진중 사태가 정리해고 노동자와 김진숙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시민의 각성과 연대의 자각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동의 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노동에 관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불행을 사회적 비극으로 인정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토대가 바로 연대의 정신이다. 한진중 정리해고 노동자의 고통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한 시민의 자발적 희망버스에 색깔론을 들이대고 공권력으로 막으려 한 행태는 연대와 민주주의를 부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한진중 노사합의의 핵심은 정리해고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잘못이 인정돼 원인이 소멸한 상황에서 잘못을 잘못이라고 했대서 처벌한다는 것은 사회상규에 어긋난다. 김진숙과 희망버스 참가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당장 철회되어야 하는 이유다. 김진숙에 대한 영장 신청은 경찰이 여전히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뿐이다
이 땅에는 희망버스를 기다리는 곳이 아직도 많다.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이 잇달아 세상을 뜨고,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길거리 농성은 무려 1400일을 훌쩍 넘었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도 해를 바꿔가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웃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자신의 삶을 덜 위험하게 하는 것임을 한진중 사태가 증거했다. 한진중과 김진숙, 희망버스가 일궈낸 희망과 연대를 우리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장하는 일이야말로 새로운 희망의 출발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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