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15일자 기사 ' "출근길 김밥 아줌마를 지켜주세요"'를 퍼왔습니다.
대형 쇼핑몰, 전철역 앞 노점상 내쫓아… 경비 용역 동원 퇴거 압박, 구청은 수수방관
서울 신도림역 1번 출입구 앞. '김밥부부'로 불리는 박광석씨(47)와 김옥란씨(50)는 지난해 6월부터 이곳에서 김밥과 주먹밥을 팔고 있다. 출근시간인 오전 7시에서 두 시간 동안 간이식 테이블을 세우고 좌판을 차린다. 하루 200~300개를 싸오지만 다 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집으로 돌아가기 부지기수다. 그런데 10월부터 거의 팔지 못하고 있다. 건장한 남성들이 부부를 둘러싸고 음식을 팔지 못하게 한 탓이다. 얼마 전부터 김밥부부는 바로 그곳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김밥 대신 유인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사연은 이랬다.
대형쇼핑몰 ‘디큐브시티’로 유명한 대성산업은 2007년부터 신도림역 주변에 백화점, 호텔 등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공사를 대부분 마무리했다. 대성산업은 디큐브공원을 만들고 국가에 기부채납했고, 관할구청인 구로구청은 디큐브시티에 공원시설 관리를 위임했다.문제는 이때부터 시작했다.
김밥부부는 매일 새벽 김밥과 주먹밥을 싼 뒤 이곳에 온다.디큐브공원은 이들 부부가 일하는 지하철역 출입구와 맞닿아 있다. 시민들은 김밥부부를 지나 공원 입구에 다다른다. 지난달 20일 디큐브시티는 '인도점거', '불법 영업행위'를 이유로 자신이 고용한 경비업체 ‘에스텍시스템’ 직원 수십 명을 동원해 좌판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충돌이 잦았고 24일, 급기야 경비업체 직원 23명과 주변 노점상 7명이 연행됐다. 그러나 구로구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충돌은 계속됐고 ‘퇴거’ 압박은 심해졌다.
15일 오전 11시, 김밥부부와 노점노동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비업체 수십 명이 그곳을 넓게 둘러쌌고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줬다. 회견에 앞서 만난 부부는 “여기(디큐브시티) 회장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이건 뭐냐, 치워라’라고 얘기한 뒤 일이 시작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리어카를 끌고 와 하는 것도 아닌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우리를 무작정 쫓아내려고 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15일 오전 11시 김밥부부, 노점노동연대,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신도림역 1번 출입구, 디큐브공원 입구에는 디큐브시티 측 직원과 구로구청 건설행정과 직원도 와 있었다. 디큐브시티 유통사업부 장기석 총무팀장은 “(우리는) 구로구청으로부터 공원 관리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최소한의 질서유지를 위해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시민들을 위해 공원을 돌려주고 싶다’는 게 우리 기업의 철학이다”며 퇴거 압박을 그만두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구로구청 건설행정과 김학준 가로정비팀장은 멀찍이 떨어져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해당 사안에 대해 묻자 김학준 팀장은 “노점은 원칙상 안된다”며 “새벽에 한두 시간 장사하는 거라 그 동안 단속하지 않았지만 자꾸 민원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디큐브시티 측이 사실상 퇴거 조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디큐브에 단속권한은 없다. 우리도 그쪽도 자진 퇴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점노동연대 유의선 자문위원은 “공유지인 공원을 사적이고 폭력적으로 관리하는 디큐브시티가 ‘불법’”이라면서 “시민의 보행권이 침해되지 않았는데도 김밥부부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디큐브시티, 이를 수수방관하는 구로구청 모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신도림역 1번 출입구 앞. 경비업체 직원, 화분, 펼침막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김밥부부가 좌판을 깔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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