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5일 화요일

뭐가 두려워 역사를 감추려 하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1-15일자 기사 '뭐가 두려워 역사를 감추려 하나'를 퍼왔습니다.
[미디어 초대석] 민주당 김영진 국회의원(한국교육과학발전연구회 이사장)

지난 2001년 4월, 일본 후쇼사판 역사 교과서가 일부 학교에서 채택되었다는 소식이 현해탄을 건너 왔을 때,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어졌다. 침략을 정당화하고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한 것은 언제든지 역사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섬뜩한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임기를 1년여 남겨 놓은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때문에 온 대한민국이 들끓고 있다. 친일청산과 민주주의의 역사가 모조리 삭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이승만 독재, 박정희 5·16 군사정변, 전두환 신군부정권도 모두 삭제되고 말았다. 그 자리를 슬그머니 차지하고 들어 온 것은 학계의 숱한 논란을 빚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이다.
11개 역사학회, 교과부 ‘집필기준’ 부당성 비판
이 과정에 참여했던 학자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역사학계의 항의가 빗발쳤다. 8월16일에는 역사교육과정개발 정책연구위원회 위원 24명 중에서 21명이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9월19일에는 교과부장관의 자문을 맡고 있는 역사교육과정개발 추진위원회 위원 20명 중 9명이 항의의 뜻으로 사퇴했다. 

10월26일에는 집필기준 공동연구위원장이 교과부와 국사편찬위원회의 일방적인 행태에 항의하며 사퇴했고, 11월5일에는 한국역사연구회 등 11개 역사학회에서 집필기준 부당성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교과서 집필기준도 삭제됐다. 5·18은 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하려는 국민들의 노력으로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해 왔다는 것이 그동안 정부와 학계 모두가 인정해 온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이었다. 당연히 광주의 민심도 들끓어 오르고 있다. 우리는 지난 9월5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엔·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5·18은 세계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 근현대사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공인되었으며, 동아시아 반독재 민중항쟁을 추동해 낸 세계사적 사건이라는 데에 국제사회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음을 목도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명박 정부는 이를 역사에서 지우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 그대로 응시해야

옛날 당태종은 이 세상에 세 가지 거울이 있는데 구리거울(銅鏡), 사람거울 마지막으로 역사거울이 그것이라고 했다. 지나간 시간들을 통해 오늘날을 되새겨보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역사의 내용이 어떠한 것이든 역사서는 지나간 우리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처럼 있는 그대로를 응시해야 한다. 그런데 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역사를 감추고 숨기기에 급급하는가? 

대한민국의 역사는 거울을 비추는 모습 그대로 알려져야 하고 물려져야 한다. 역사를 숨기고 덧칠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집필기준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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