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2일자 사설 '[사설]설득력 없는 정권말 ‘KTX 민영화’ 밀어붙이기'를 퍼왔습니다.
수서발 고속철도(KTX)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의 반대는 물론 여당의 견제 움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법 개정 사안이 아니므로 (정치권이 반대하더라도) 정부 의지로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오만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며칠 전 새누리당이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는 서신을 보냈음에도 지난 19일 ‘수서발 KTX 운송사업 제안 요청서’ 최종안을 발표해 민영화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다만 사업자 선정 시기에 대해서는 애초의 ‘상반기 중 선정’ 방침 대신 ‘준비기간을 감안해 선정할 계획’이라며 모호하게 넘어갔다. 일방적 추진, 졸속 추진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국토부가 20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KTX 민영화 정책의 새 이름 공모에 나선 것도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피해보려는 얄팍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국토부 산하 철도시설공단이 직원들에게 인터넷 포털 등에 민영화 찬성 댓글을 달도록 해 찬성여론 조작에 나섰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KTX 민영화 방안의 핵심은 2015년 개통 예정인 서울 수서~부산, 수서~목포 KTX 구간 운영을 15년간 민간에 임대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시설을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운영권만 주는 것이므로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을 펴지만 시설 매각만이 민영화라는 논리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15조원 혈세로 건설한 철도 인프라의 운영권만 민간 기업에 넘겨 15년 동안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계획이 특혜 논란에 휩싸이지 않을 수 없다. 철도 차량도 철도시설공단이 사들여 빌려주게 돼 민간 기업은 막대한 자금 부담 없이 KTX사업에 발을 들여놓는다. 국토부는 컨소시엄의 대기업 지분을 절반 이하로 줄여 특혜의혹을 불식하겠다지만 어떻게 하든 알짜노선 운영권을 넘겨줘 민간 기업의 배를 불리는 구조는 피할 수 없다.
국토부는 KTX 요금인하 효과를 전면에 내세워 민영화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 선로 사용료도 철도공사보다 더 많이 받아내고, 요금도 현행보다 10% 이상 낮춘다는 것이다. 수익을 최우선하는 민간 기업이 선로 사용료도 많이 내고, 요금도 낮추려면 비정규직 확대 등 인건비 절감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결국 운행 안전을 포함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담보로 한 요금인하인 셈이다.
알짜노선을 넘겨준 철도공사의 수입 감소분은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수서발 KTX 이용자가 보게 될 요금인하 혜택을 위해 국민의 세금부담은 늘게 되는 구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TX의 민영화가 철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체제 도입’이란 명분 아래 국가기간 교통망의 흑자노선만 떼어 민간 기업에 사업권을 넘겨주려는 시도는 철회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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