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30일 월요일

[기고] 성추행 보도 사라졌던 KBS, 우리가 파업하는 이유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30일자 기사 '[기고] 성추행 보도 사라졌던 KBS, 우리가 파업하는 이유다'를 퍼왔습니다.
"KBS가 새누리당 김형태는 살리고 공영방송을 죽였다"


ⓒ민중의소리 집회에서 한 시민이 김형태 당선자의 국회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파업 50일차! 지난 4월 24일 우리는 포항을 찾았다. 

‘포항스럽다’, ‘성(?)누리당’ 등 각종 신조어를 탄생시킨 ‘김형태 당선자 사퇴 촉구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포항시민을 만나기 이전 우리가 들린 곳은 바로 우리의 일터인 KBS 포항방송국이다. 제수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김형태 후보를 당선에 일조한 게 바로 KBS 포항방송국이기 때문이다. 포항 KBS는 자사 출신 김형태 후보를 위해 선거 기간 의도적인 축소 은폐보도로 포항시민의 올바른 선택을 가로막았다. 제대로 KBS에 항의하고 포항시민께 사과하지 않고서는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제 식구 감싼 KBS 뉴스. 포항시민께 사죄합니다.”

포항 KBS는 피해자의 기자회견(4월8일), 김형태 후보 반박 기자회견(4월9일), 성폭행 미수 입증 녹취록 공개(4월9일) 등 일련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두 줄짜리 단신을 보도하는 게 전부였다. 그것도 모든 언론사가 김형태 당선자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했는데도 유독 KBS만 익명으로 처리했다.


ⓒ리셋 KBS뉴스 9 5회 캡쳐 KBS 새노조는 4월18일자 파업특보 '리셋 KBS뉴스 9' 5회 '총선 편파보도를 벗긴다' 편에서 KBS의 총선보도에 대해 '편파의 종결자라고 평했다. KBS 새노조는 “8일 공개된 김형태(사진) 새누리당 후보 지금은 당선인의 제수 성추행 의혹은 KBS 뉴스에 소개되지 않았으며 기자회견 다음날 포항방송국에서 2줄짜리 단신으로 익명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총선을 하루 앞둔 4월10일은 더 가관이다. 선거판세 리포트를 보도하면서 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성추행 의혹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선거 막판 주요 변수가 될 만한 사안이고 녹취록까지 공개된 마당에 최소한 ‘성추행 논란’, ‘성추행 의혹 선거 막판 변수’로 보도해야 하는 게 상식인데 말이다. 지역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를 무시하는 것은 언론사임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선거에 변수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KBS의 해명인데, 그럼 KBS는 김용민 막말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키워서 보도했나?

“아픈 가족사(?) 기자 입에서 나올 말인가?”

총선 뒤 무려 5분 넘게 할애한 김형태 당선자와의 대담은 더욱 가관이다. KBS 포항방송국장은 4월13일 김형태 당선자를 스튜디오에 불러 황당한 질문을 했다. “유세기간 아픈 가족 이야기가 폭로돼 애를 먹었다.”라며 뉴스 시간 방송될 내용에 아픈 가족사를 운운하면서 마치 김형태 당선자를 변호하는 듯한 표현을 쓰는 게 기자로서 타당한 질문인지 묻고 싶다. 

이 질문에 힘을 받았는지 김형태 당선자는 “이 같은 흑색선전을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답했다. 쿵짝이 너무 잘 맞다. 기자 출신 방송국장이 성추행 의혹의 핵심인 당선인에게 온정적인 질문을 한 자체가 KBS의 수치고 KBS 뉴스 역사에 오명을 남긴 사례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공정방송 사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선거기간 우리가 파업하는 이유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들이 점령한 지상파 방송은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공기’라 할 수 없다. 진실이 왜곡된 편파보도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이번 선거 결과가 뚜렷하게 보여줬다. 언론인들의 싸움인 공정방송 사수! 이는 특정인의 이해로부터 자유롭고 오로지 진실만 보도할 수 있는 그런 언론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 시작이 바로 KBS 김인규, MBC 김재철, YTN 배석규 등의 낙하산 사장을 몰아내는 것이다. 즉 어떤 정권이 집권해도 더 이상 낙하산 사장이 내려올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찾는 싸움은 우리만의 싸움이 아니다. 지금 KBS 앞에서는 2년 만에 다시 촛불이 켜졌다. 그리고 5월 2일부터는 여의도 광장을 점령할 것이다. 1%의 세상을 바꾸기 위해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 모인 월가의 99%의 반란처럼. 광우병 사태로 시작된 촛불이 세상을 바꿨다면, 이제 언론인들이 시작한 촛불이 세상을 바꿀 시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 여러분들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여의도를 가득 매우는 촛불 밖에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대구경북지부 이재교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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