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8일 토요일

[사설]정부, 여론에 귀막고 ‘광우병 촛불’ 부추길 셈인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27일자 사설 '[사설]정부, 여론에 귀막고 ‘광우병 촛불’ 부추길 셈인가'를 퍼왔습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에서까지 나오는 마당에 정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괴담이나 유언비어 수준으로 폄하하는가 하면, 서규용 농림식품부 장관은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무책임한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4년 전처럼 민심을 무시하고 미국 눈치보기로 ‘광우병 촛불시위’를 부추길 셈인지 묻고 싶다.

농림식품부는 어제 광우병 대응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국내 쇠고기 수급문제, 미국과의 협상, 외국 동향 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현시점에서 정작 해야 할 긴급 수입제한 조치는 제쳐둔 채 국민들에게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모습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그제 2008년 정부가 낸 광고에서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중단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대해 “광고문구는 생략되고 압축적인 것”이며 “괴담식 유언비어는 자제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비판여론을 자극했다. 서 장관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해야 한다’ 대신 ‘수입중단할 수 있다’고 돼 있는 것은 수입중단에 대한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한 것”이라며 법 취지를 외면한 주장을 폈다.

정부가 이처럼 국민 건강보다 미국의 이익을 먼저 챙기고, 국민을 상대로 했던 약속을 뒤집는 대응으로 민심이 악화할 조짐이 보이자 여권 인사들까지 나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제한을 주문하고 있다.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을 이끌었던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광고에서도 청문회에서도 제가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면서 정부가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농어촌공사 사장 출신의 홍문표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도 “선 수입중단 조치 후 미국에 실사단을 파견해 수입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뒤늦게 즉각적인 검역중단을 요구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수입제한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서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어제 경기도 용인의 한 쇠고기 검역 현장을 방문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광우병 정보를 신속히 알리겠다”며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다. 2008년 촛불시위의 교훈을 까맣게 잊은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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