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30일 월요일

학교급식 쇠고기조사, 슬그머니 중단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30일자 기사 '학교급식 쇠고기조사, 슬그머니 중단했다'를 퍼왔습니다.
교과부, 원산지별 사용현황조사 지난해부터 안해
광우병 발생에도 무대책…“당장 죽는건 아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서 미국산 쇠고기 안전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2008년부터 3년 동안 실시했던 전국 초·중·고교 학교급식 쇠고기 원산지별 사용실태 조사를 지난해부터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5월8일 주요 일간지에 공고문을 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학교 및 군대 급식을 중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광우병 소 발견 이후 교과부는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29일 (한겨레)가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급식 쇠고기 사용현황’을 보면, 교과부는 2008년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3차례에 걸쳐 전국 16개 시·도별 초·중·고교 60개씩 모두 960개 학교를 무작위로 표집해 학교급식 쇠고기 사용 현황을 조사했다. 3년 동안 이들 학교에선 국내산 쇠고기가 92.7%, 오스트레일리아산 6.9%, 뉴질랜드산 0.4%가 쓰였다. 미국산을 쓰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표집조사 대상 학교가 전국 1만1300여개 초·중·고의 8.4%에 불과해 조사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데다, 교과부는 2011년부터 이 조사마저 시행하지 않았다. 주명현 교과부 학교건강안전과 과장은 “2011년부터는 조용해서 그런지 조사를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뒤) 각 시·도 교육청에 전화로 좀 알아보라고는 했지만, 따로 공문이나 지침을 내려보내진 않았고 보낼 계획도 없다”며 “농림수산식품부나 보건복지부에서 수입을 중단하면 자연스레 학교에도 (미국산 쇠고기가) 안 들어간다”고 말했다. 교과부의 다른 관계자는 “2008년 약속은 농식품부와 복지부에서 발표한 것이고, 교과부는 국민이나 학교와 마찬가지로 소비자 입장”이라며 “그거(미국산 쇠고기) 먹는다고 당장 죽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처가 미온적인 상황이어서 시·도 교육청도 자체 실태조사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과 관계자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뒤) 내부통신망을 통해 전 학교를 대상으로 쇠고기 사용 현황을 알아본 결과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는 학교는 없었지만, 내부통신망 조사는 공식적인 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도에 의문이 있다”며 “정부에서 아무런 대책이 없으니 우리가 나서기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과부의 안일한 대처가 학부모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정부가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하면 일선 학교에서 급식 재료를 선택할 때 긴장감을 갖고 안전성 위주로 세심하게 신경을 쓰게 될 텐데, 교과부가 손을 놓으면서 학교의 경각심이 사라지고 있다”며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이용한다면 한 달에 한 번씩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적어도 1년에 두 차례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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