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9일 일요일

최원정 아나운서 “결방으로, KBS 파업효과 리셋”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28일자 기사 '최원정 아나운서 "결방으로, KBS 파업효과 리셋"'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문대성·김형태 KBS 보도 "내가 봐도 낯뜨거워"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아래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가 최원정 KBS 아나운서를 인터뷰한 것입니다.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편집자 말
  
"여의도공원에서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많은 분들이 'MBC만 파업하는 줄 알았는데 KBS도 하네' 그리고 '김인규가 누구예요? 왜 파업해요?' 이러면서 물으세요. 너무 많은 분들이 파업에 대해 모르시는데 대신, KBS 파업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BS 근처 커피숍에서 만난 최원정 아나운서는 총선 결과에 "멘붕(멘탈 붕괴, 정신적 혼돈) 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특정 당의 승리를 위해 파업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면서 "총선 때가 파업의 전반전이었다면 후반전은 더 강경하고 잘하고 있다"는 말로 투쟁 결의를 다졌다.
  
총선 기간 KBS 편파보도 논란에 대해 최 아나운서는 "그동안의 공정하지 못한 보도가 이런 결과를 낳았구나. 언론장악 잘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파업의 정당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공정보도와 총선 결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지만 언론이 공정보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것도 언론인들의 자만이 아닐까한다"며 "야권은 왜 졌는지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 같고 우리도 역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면 거기에 반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 YB밴드의 '흰수염고래'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 최원정 KBS 아나운서(왼쪽)와 문지애 MBC 아나운서(오른쪽) ⓒ MBC 노동조합

(명작스캔들) 진행 파업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나운서는 보통 '방송사의 얼굴'이라고 불리는 직군이다. 이러한 관념이 혹시 파업 참여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은 아닐까?
  
최원정 아나운서는 "그간 인터뷰를 하거나 SNS에 글을 남기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 되는 경우가 있어서 되도록 안 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아나운서가 다른 직종에 비해 파업을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인터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KBS에서 첫 해고자(최경영 기자)가 나온 것과 관련해 최 아나운서는 "별 사건 없이 시간이 지나면 파업 동력이 떨어진다. 근데 때마침 파업 동력에 불을 붙이는 격이라 고마울 따름이다"란 말로 오히려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KBS 시사교양 프로인 의 진행을 맡고 있었지만, 파업 참여로 현재는 마이크를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최 아나운서는 "은  입사 이후 가장 애정을 갖고 진행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파업을 들어갈 때 이걸 놓는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앞을 가렸다"면서도 "다행스럽게도 파업을 지지하시고 멘토같은 대선배님이 맡아주셔서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KBS 최원정 아나운서와 일문일답


▲ KBS본부 대구경북지부 새노조 조합원들과 포항 MBC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오후 포항 남구 KBS 포항방송국 앞에서 4.11 총선 기간 동안 김형태 당선자의 '제수 성추행' 의혹과 관련 편파보도한 KBS를 규탄하며 검은 정장을 입고 블랙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문대성·김형태 당선자 KBS 보도, 낯뜨겁다"
  
-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했습니다. 노조 분위기는 어떤가요?
"11일에 총선 개표방송을 다같이 봤어요. 개표 이후 보니 잠을 못 잔 사람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우리가 특정 정당의 승리를 위해 파업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 세력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우리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전략을 잘 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외부에서는 '이번에 야당이 참패를 해서 언론사 파업하는 사람들 어떡해?'나 '불쌍해'라고 트위터에 올린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그게 계기가 되어서 내부를 더 단단하게 하는 것 같아요."
  
- 그래도 야권이 이겼다면 지금보다는 더 편한 환경이 되지 않았을까요?
"물론 그랬겠죠. 야권이 과반수를 넘었다면 저희가 원하는 사장 선임에 관련한 법 개정이나 언론 청문회 같은 것을 쉽게 얻어낼 수 있었겠죠. 하지만 오히려 야권의 패배로 사람들에게 더 호소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파업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고 오히려 더 잘됐다고 봅니다. 여당이 과반을 획득했기 때문에 야당 의원을 설득해야 하는 거잖아요. 여야 관계없이 한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언론이 왜곡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가 안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KBS 경우 공영방송임에도 공정보도는커녕 편파왜곡 보도를 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가) 언론장악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찌 보면 파업의 정당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선거 후에도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회사의 보도가 낯뜨거울 정도로 편파적으로 흐르고 있잖아요.
  
만약 총선에서 야권이 이겼다 하더라도 '눈 가리고 아웅'일 수 있었다고 봐요. 대선까지 잠잠하다가 대선 직전에 본색을 드러낼 사람들이라면, 지금부터 그걸 드러나게 한 것도 좋다고 봐요. 우리가 왜 파업을 하는지 알도록 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지난 4.11 총선 당시 최원정 아나운서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아들과 투표 인증샷' ⓒ 최원정

"사측, 아나운서 트위터 활동에도 반감"
  
- 총선에서 SNS 영향이 의외로 적었다고 하는데, 원인이 무엇일까요?
"참 의외였어요. 왜냐하면 거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지방선거 만큼이나 대박이었잖아요. SNS가 젊은 사람들, 그리고 진보층에 한정된 커뮤니케이션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요. 보수층이나 나이 드신 분들은 오히려 여기에 반감이 크더라구요. 아나운서들이 트위터에 자기 의견을 올리는 것에도 회사는 반감을 가지고 있어요."
  
- 왜요?
"정치적으로 비춰지는 게 부담스러운 거죠. 개인의 의견을 마치 회사의견처럼 오해할 수 있으니, SNS를 자제하란 얘기를 자주 들어요. 근데 파업을 하기 전에도 전 소소한 일상이나 좋아하는 책에 대한 얘기를 올리고, 맛있는 음식을 올리기도 하고 그랬어요.파업을 시작한 마당에 어떻게 어느 음식점에 뭐가 맛있는지 혹은 오늘의 날씨 이런 것만 올릴 수는 없잖아요.
  
우리 스스로가 파업을 알릴 의무가 있고요. 그래서 파업과 관련상황이나 기분을 언급하고 있어요. 사측에선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파업 기간에는 SNS를 멈추지 않을 거예요. 그것도 저희 투쟁의 수단이에요. SNS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
  
- MBC 파업에 비해 KBS 파업은 많이 안 알려 졌잖아요. 서운하지 않으세요?
"MBC 경우는 방송 파행이 많이 이뤄지고 있잖아요. 뉴스도 단축되고 그 잘나가던 도 12주째 결방 되는데 저희는 방송에 아무 지장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근데 차차 지난주부터 (1박2일)도 그렇고 다수의 프로그램 PD들이 빠져서 사람들이 '왜 방송 안 하지?' 방송사에 무슨 문제가 있나 인식하겠죠."


▲ 지난달 16일 '방송3사 공동파업 콘서트-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에서 동료들과 YB밴드의 '흰수염고래'를 부르고 있는 KBS새노조 최원정 아나운서와 MBC노조 문지애 아나운서 ⓒ 권우성

오상진과 전현무 '식스팩' 논란 "비판 아니라 안타까움"
  
- 기자들은 자기 기사에 대해 먼 훗날 자기 아이들이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써야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아나운서는 어떤가요?
"파업 초기에 방송 3사가 함께 파업 콘서트를 했잖아요. 거기서 오상진 아나운서와 오프닝을 했었어요. 그때 제가 했던 말이 '부끄럽지 않은 엄마, 그리고 당당한 언론인이 되기 위해 파업에 참여한다'는 말을 했어요. 저희는 언론 항쟁이라고 하는데 2012년 3월부터 시작된 파업이 먼 훗날 역사로 기록될 때, 그때 아나운서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아나운서 후배들이 얼마나 선배들을 부끄러워하겠어요. 적어도 역사적 사건에 함께 참여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 지난달 MBC 오상진 아나운서가 KBS 전현무 아나운서를 비판해 논란이 있었는데 선배로써 어떻게 보셨습니까?
"사실 그게 비판은 아니었어요. 오 아나운서가 개인적으로 '전현무 파업참여 안 해, 개념 없어' 이런 게 아니라 다른 KBS 아나운서들이 방송을 못하고 있는데, 전 아나운서가 식스팩 자랑을 하는 말을 한 게 안타깝다라는 정도였어요.
  
딱 그 마음인 것 같아요. 안타까운 것이지 파업을 참여 안 하는 아나운서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할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개개인이 선택하는 것이지 그걸 절대 비판해서도 안 되고요. 다만 이쯤 되면 해고도 됐고 많은 사람들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되어 동료들이 피를 흘리고 있는데 거기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
  
- 최 아나운서에게 언론은 무엇입니까?
"언론은 아프고 사회의 어두운 구석구석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불어서 저희는 리포트를 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도 있잖아요. 그래서 즐거움을 주는 아나운서가 굳이 파업에 나가 심각한 얘기를 해야 하고 정치적인 색깔을 들어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 시점에서는 즐거움보다는 공영방송 회복이라는 대의가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 KBS 새노조(2노조)가 52일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개념광장에서 열린 전국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새노조 조합원들이 부산지부 조합원들의 파업갈매기 응원을 따라하며 "마"를 외치고 있다. 이날 새노조 조합원들은 김인규 사장의 퇴진과 부당징계 철회 등을 요구하며 KBS 본관 앞 여의도공원에 텐트를 설치하고 'OCCUPY KBS' 1박 2일 일정으로 노숙투쟁에 돌입했다. ⓒ 유성호

"MBC 계약직 채용, 세상에서 가장 못난 짓"
  
- MBC는 계약직 기자와 앵커를 모집했습니다. 기자와 앵커 등을 계약직으로 뽑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파업이 50일을 넘으면서, 내 프로를 다른 사람이 진행하는 걸 보면 불편하다는 말을 많이들 했어요. 그래서 드는 생각은 '우리가 이 정도면 MBC 아나운서는 어떨까?'에요. 업무 복귀 명령이 떨어지면 '내가 지금 가면 복귀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번뜩 들다가도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게 MBC 덕분이에요. 그들은 80일 넘게 하고 있잖아요. 굉장히 큰 힘이 되요.
  
계약직으로 기자를 뽑는 사상초유의 사태는 아마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만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식의 말도 안 되는 대체근로로 프로그램을 유지하면 프로그램 질이 얼마나 떨어지겠어요. MBC를 파멸로 몰고 가는 세상에서 가장 못난 짓이라고 생각해요."
  
- KBS에서는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나요?
"잘 아시다시피 새노조는 1200명밖에 안 되고 구노조는 3000명이 넘잖아요. 충분히 대체 가능한 인력이 있어요."
  
- 다음주부터 구노조도 파업에 들어가지 않나요?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제가 알기론 방송은 다하고 대신 가슴에 뱃지를 달고 하는 걸로 알아요. 아마 방송 파행은 안 생길 거예요."
  
- 끝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즘에는 회사에서 집회하는 것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을 많이 갖는데 많은 분들이 KBS 파업 상황을 잘 모르세요. 파업 소식을 접한 분들이라도 저희 보고 귀족노조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죠. 정치권과 결탁해서 정치파업으로 몰아 붙이는 분도 있고요.
  
저희가 파업을 하는 이유는 편파방송, 관제 방송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더불어 공정방송을 쟁취하기 위함입니다.  파업 모토가 '리셋KBS , 국민만이 주인이다'잖아요?. 공영방송의 주인은 KBS 사장이나 직원이 아니고, 권력자도 아니고, 바로 국민이에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겁니다. 저희가 왜 이 싸움에 나서게 되었는지  꼭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이영광(kwang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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