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8일 토요일

“박영준이 파이시티 인허가 독촉”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28일자 기사 '“박영준이 파이시티 인허가 독촉”'을 퍼왔습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난해 12월 에스엘에스(SLS)그룹한테서 해외출장 중 접대를 받은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05년 서울시 관계자 “긍정의견 내달라고 요구
”다른 간부도 “당시 공무원들 시간끌며 압력 피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터를 복합물류센터(파이시티)로 개발하려는 사업자한테서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를 사고 있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이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2005~2006년 파이시티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려고 서울시 소관 부서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시 전직 고위 간부는 27일 와의 통화에서 “교통 담당 부서에서 일하던 2005년 초가을께 당시 박영준 서울시 정무국장이 내 사무실로 찾아와서,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부서 의견을 아직 내지 않았던데, 빨리 정리해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직 고위 간부는 “박 국장이 ‘인허가를 해주는 데 긍정적인 답변을 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털어놨다. 이 시기는 서울시가 서초구로부터 2004년 9월 화물터미널에 대규모 점포 입점을 허용하는 ‘시설 변경 신청’을 접수한 뒤, 교통·환경 등 관련 부서에서 검토 의견을 마련하던 때였다.
이 전직 고위 간부는 “당시 박 국장에게 ‘규모가 크고 막대한 이권이 걸린 사업이라, 영향을 차분히 따져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은 서울시 정무국장(2005년 2월~2006년 5월·계약직 가급 사회정책전문요원으로서 ‘국장급’ 대우)으로 일하던 때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2004년 서초구에 사업을 신청한 ㈜파이시티 이 대표 쪽은 인허가에 2년쯤 걸릴 것으로 보고 박 전 차관 등에게 로비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이 이 간부를 찾아오고 얼마 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파이시티 사업에 대해 간부들이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으니 원칙에 따라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회의 뒤인 2005년 11·12월, 터미널 연면적의 4배에 이르는 대규모 점포를 허용할 경우 수천억원대의 특혜가 예상되는 이 사업을 ‘경미한 사안’이라며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심의·의결 안건이 아닌 자문 안건으로 상정했다. 여러 도계위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서울시는 이듬해 5월 양재 화물터미널 터에 백화점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는 ‘유통업무설비 세부시설 변경 결정’을 고시했다.
또다른 서울시 고위 간부는 “당시 박영준 국장이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압력을 넣었다는 이야기가 서울시 공무원 사회에 돌았다”며 “(사업을 승인할 경우 닥칠 후폭풍을 우려한) 공무원들이 나름대로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압력을 피했다”고 말했다. 2006년 5월 서울시를 떠난 박 전 차관은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때인 2007년에도 강철원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에게 전화해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를 알아봐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그가 2005~2007년 파이시티 인허가를 빨리 내주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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