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9일 일요일

"쌍차 문제 전면투쟁 않는 민주노총 의미 없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28일자 기사 '"쌍차 문제 전면투쟁 않는 민주노총 의미 없어"'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1일 시민상주, '좌파노동자회' 이갑용

쌍용자동차 22번째 희생자 고 이윤형씨의 분향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경찰의 침탈이 있었다. 송경동 시인은 사회 각계와 시민들에게 이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사회적 타살로 인한 '죽음'을 쌍용차 노동자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며 시민 모두가 사회적 상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4월 12일 이후 시민단체와 개인이 1일 상주가 되어 대한문 분향소에 함께 하고 있다. 4월 27일 시민상주로 분향객을 맞이하고 있는 '좌파노동자회' 이갑용(현대정공 해고노동자) 시민상주를 만났다.
  
이갑용(55, 현대정공 해고노동자)이라는 이름을 듣고 그의 이력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2대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고공농성으로 현대노조 승리를 이끌어냈으며 노동자 출신으로 울산 동구청장이 된 인물이다. 울산 동구청장 재직시 전국공무원노조 파업참가자들에 대한 행정자치부의 부당한 징계요구에 전공무원노조의 노동3권 보장을 주장하며 징계하지 않아 해임됐다. 그런 강직함과 원칙을 지닌 그가 대뜸 '민주노총'에 대한 답답한 심경부터 드러냈다.


▲ 이갑용씨 전 민주노총 위원장인 이갑용씨가 1일 상주로 분향 객을 맞이하고 있다. ⓒ 이명옥

노동자 위해 '투쟁'하지 않는 민주노총 존재의미 없어

"이제 민주노총이 전면에 나서서 싸워야 할 때입니다. 희생하지 않는 노동자에겐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노동운동을 해 온 사람이라면 다 압니다. 그런데 노동운동을 한다는 노조 상층지도부가 '투쟁' 의지나 '희생' 할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노동자 전체의 문제로 바라봤다. 그런 중대한 문제를 단위노조의 문제로 여기며 적극적인 투쟁을 펼치지 않는 민주노총을 향한 쓴소리였다. 노조위원장었던 자신을 포함, 간부들 모두 감옥 갈 각오로 고공농성을 승리로 이끌었던 그로서는 현 민주노총의 태도가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라고 여겨진 것이다.


▲ 좌파 노동자회 1일 시민상주들 1일 시민상주인 조파노동자회 ⓒ 이명옥

"사람 죽기 전에 관심 가져주었으면..."

시민상주는 4~5명씩 조를 짜서 단체에서 돌아가며 하고 있다. 시민상주를 하면서 어떤 마음이고 시민들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고 묻자 그가 답했다

"내 자신이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고, 노동자 개인으로선 별 대안을 낼 수 없어 안타까워요. 하지만 쌍용차 동지들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이 느껴집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반응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어요. 지나가면서 분향을 하지 않더라도 슬그머니 모금함에 돈을 넣고 가거나 음료수나 먹을거리를 살짝 놓고 돌아가는 시민들이 늘었습니다. 그들의 눈빛에서 슬픔에 함께하고 있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음료수, 떡 등 물품도 늘어나고, 필요한 물품을 트위터로 알리면 금세 물품을 가지고 달려오더라고요. 사람이 죽고 대한문에 자리 깔고 난 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죽기 전에 관심을 가져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특히 노동자 모두를 위해 앞서 싸우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함께 해야 할 민주노총이  노동자와 노조의 정체성을 잃었다며, 또 주체적인 투쟁의지 없이 외부의 손길에 기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쌍용자동차 문제는 쌍용자동차도 정치권도, 심지어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 합니다. 노동자 자신이 해결해야 합니다. 총선 전에 정치권의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새누리당마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총선 끝나고 나니 어떻습니까? 정치권 아무도 쌍용차 문제 해결하겠다고 나서지 않습니다.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해서라고요? 그러면 과반수 넘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은 당시에 왜 쌍용자동차가 상하이에 팔리는 것을 막지 못했나요? 노사 합의 문서를 종잇조각으로 만들어 버린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투쟁 현장의 부당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입니다. 쌍용차 문제 해결되면 비정규직 양산이나 정리해고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 시민상주 좌차노동자회가 4월 27일 시민상주로 함께 했다. ⓒ 이명옥

그는 시민 사회 전체가 시민상주로 나서  대한문 분향소를 49일까지 지키는 것은 이 문제를 노동자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며 49재를 치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22명 죽음의 문제를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풀어내라고 하기엔 공장 안에 남은 사람과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그는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철저한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이 '노동문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뒷전으로 미뤄두고 선거 후원 등 정치세력화 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민주노총이 뭐하는 곳입니까? 힘이 약한 단위노조나 노동문제를 놓고 싸워 그 문제를 해결해줘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소속 출마한 김두관 선거운동만 해 줬습니다. 2년 반 동안 보궐선거 등 선거운동과 당 통합 운동만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후보로 출마한 울산 동구 선거 유세 13일 동안 4일이나 김영훈 위원장이 내려왔습니다. 울산 동구 선거가 쌍용자동차 문제보다 더 중요했나요?
  
내가 이런 소리를 안 하면 민주노총은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12월에 있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운동이나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싸우지 않을 거면 쌍용차, 재능 노조원에게 위원장 자리를 줘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 추모연대 16회 추모문화제 대한문 앞에서 추모연대의 16차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 이명옥

그는 다시 한 번 민주노총이 앞장서고 시민과 학생 모두가 연대하는 강력한 '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자본이 노동자에게 그냥  무언가를 내놓는 것 보셨나요? 노동자가 생산해내는 이윤에 타격이 가해지도록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투쟁해 쟁취하지 않으면 자본가는 아무것도 스스로 내놓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1일 시민상주로 함께 하실 분들은 분향소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대한문 분향소는 5월 18일까지 이어집니다. 범추위의 합법적인 집회 신고를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실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이 함께헤 주십시오.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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