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30일 월요일

"이해찬-박지원 담합 용인? 그럼 다 죽는다 문재인의 낙동강전투, 변방에서 혼자 산 것"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4-30일자 기사 '"이해찬-박지원 담합 용인? 그럼 다 죽는다 문재인의 낙동강전투, 변방에서 혼자 산 것"'을 퍼왔습니다.
[인터뷰] 김영춘 전 민주당 최고위원

▲ 부산진갑에 출마했다 아쉽게 석패한 김영춘 전 의원이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젊은 의원들이 나서야 한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짬짜미해도 된다? 만일 국회의원이나 당원이 이것을 용인한다면 민주당은 정말 죽은 정당이다. 총선에서 졌으면 아프게 다시 태어나려 몸부림을 쳐야지. 박지원 의원이 담합정치로 출마한다면 떨어질 것이다."

김영춘(51)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번 4·11 총선에서 부산 진갑구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민주당 기호 2번을 받은 바에야 꼭 성공할 것이란 보장은 없었다. 짐을 꾸려 부산에 내렸을 때, 그는 "이번엔 진다"고 생각했다. 민주당 후보에게 부산이란 지역은 만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새누리당 지지자조차도 이번엔 "김영춘"이라며 부추겼다. "진다"고 마음먹었는데, 분위기가 좋으니 "될 수 있을까?"에서 "되겠다!"로 점점 마음을 바꾸게 됐다. 믿었다, 될 것이라고. 그런데 석패했다. 100표 차이로 엎치락뒤치락하다 개표 막판 여당 지지표가 쏟아지면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는다.

4·11 총선 기간 내내 들었던 유권자들의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쟁쟁하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일어설 동력을 부산시민들로부터 찾는다. "니 또 금방 떠날 거 아이가?" 하는 불신도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면서 부산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갈 작정이다.

김영춘 전 최고위원은 아주 오랜만에 서울나들이를 했다. 선거 이후 처음 서울에 온 그는 "촌놈 된 기분으로 낯선 서울을 다니니 서울이 넓긴 넓더라!"며 웃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이해찬-박지원 투톱체제 합의'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분개했다. 민주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끼리 짬짜미해도 된다는 게 용인되는 당이 문제"라며 "민주당 국회의원이나 당원들이 이 짬짜미를 용인하면 민주당은 정말 죽은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에서 졌으면 아프게 다시 태어나려고 몸부림을 쳐야지 그냥 지도부만 연장할 생각을 해서야 되겠나"라며 "이제 국민은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라며 "그런 담합을 갖고 출마하면 박지원 의원은 떨어진다고 본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486 젊은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뜻있는 의원들이 전격 토론을 열고 이슈를 만들어야지 안 그러면 당이 죽는다"고 우려했다.

안민석 의원이 "당내 그들과 맞붙을 세력이 없다고 했다"고 하니, 김 전 최고위원은 "세력이야 모으면 된다"며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뭉치니까 자꾸 파벌이 형성되는 것인데, 건강한 세력은 이슈와 의견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고 그런 세력이 이 당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부산선거 결과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의 역할에 대해 "너무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부산 전체 선거구에서 사상구가 가장 야당세가 센 곳"이라며 "낙동강벨트는 부산의 변방에 불과한데, 문 고문 정도의 정치적 무게감과 존재감으로 부산의 중심인 연제에서 붙었어도 승리할 수 있었는데 너무 소극적으로 임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낙동강전선을 펴고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했어도 부산 선거 전체판에 울림이 적었던 이유가 그것"이라며 "문재인 고문은 자기 하나 당선되는 것에 목맬 분이 아닌데, 기왕에 나선 것, 부산 선거판을 크게 짜고 흔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 낙동강벨트는 마치 제갈공명이 촉나라를 만들 때, 강대국의 침략이 가장 어려운 사천성으로 들어가는 듯한 모양새였다"며 "보다 더 세게 했어도 됐을 텐데 아쉬움이 많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영춘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 인터뷰는 지난 27일 회의실에서 열렸다.

"민주당, '정권심판'과 '야권연대'만 있으면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

-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다. 낙선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스스로 평가하는 가장 큰 패배 요인은 노력부족이다. 부산에 내려가서 준비한 기간이 짧았다. 부산 사람들은 '피와 정'이 통하는 걸 굉장히 중시하는데, 스킨십 할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30년 만에 돌아온 아들 친구라도 '니, 이러다 금방 갈 거 아이가'라는 시선이 있다. 부산 사람들과 진정으로 '정과 마음'이 통하는 시간이 부족했다. 또, 중앙당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다. 공천, 이슈관리, 정책 모든 게 다 패배요인 아니겠나." 

- 이번 총선만큼 PK 지역을 주목했던 적이 없다. 그 정도로 부산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고 했었는데, 총선 이후 부산정치에 어떤 변화가 있나.
"바꿔야 한다는 부산 시민들의 열망이 봇물처럼 터진 선거였다. 여론조사나 총선 득표를 보면, 과거 야당 후보들이 얻었던 것보다는 크게 늘었다. 다만 그 열망을 가진 분들이 부산시민의 과반이 안 됐다. 과반이 넘어야 선거에서 이기는 데 말이다. (웃음) 워낙 많은 부산 시민들이 '바꿔야 한다'고 얘기해서, 우리는 정작 '새누리당 숨은 표'가 많을 거라는 예측을 하지 못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새누리당 숨은 표'가 상당했던 건데, 워낙 분위기가 좋아서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처음에 부산 갈 때는 이번에는 진다, 아예 이렇게 생각하고 내려갔는데, 선거 도중 분위기가 하도 좋아서…. (웃음)"

- 선거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졌나.
"옛날 같으면 후보가 민주당 명함을 돌리면 '여기가 어디라고 오냐, 빨갱이당, 전라도당' 별별 소리를 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었다. 있더라도 해프닝에 불과했다. 반면 야권 지지자들은 거침없이 '변화'를 말했다. 결과적으로 분석해보면, 민주당은 이번 선거의 정신적 헤게모니를 쥐었지만 표는 새누리당으로 쏠리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여론주도권은 빼앗겼지만 표는 다수인, 이상한 '정치지체 현상' 같은 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 이번 부산 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낙동강벨트'였다. 성과와 과오는 무엇이었나.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 선거에 도전했을 때도 늘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결과는 패배였다. 그러니 부산 민주당, 특히 부산 친노 안에는 늘 패배주의가 존재했다. 그래서 낙동강전선을 생각했다고 본다. 이건 공세적이지 않고, 방어적인 전략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최소 문재인 한 사람은 당선시켜야 한다는 전략이었다고 본다."

- 왜 그렇게 판단하나?
"부산 전체 선거구에서 사상구가 가장 야당세가 센 곳이다. 야당에 가장 좋은 선거구는 사상, 북, 북강서, 사하갑이다. 낙동강벨트 전략은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을 어떻게 해서든 당선시켜야 한다고 보고, 그를 중심에 놓고, 문성근 대행 같은 유명인사를 북강서 등에 배치한 선거다. 낙동강 연안 따라 이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싸우면 몇몇이 당선될 수 있다고 본 선거전략인데, 이건 매우 소극적인 것이다. 문 고문은 부산 전체를 놓고 싸웠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당선될 수 있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문 후보 혼자 당선되고 말았다. 조경태 의원은 자력으로 당선된 거고. 그렇기 때문에 낙동강벨트는 절반의 성공이다. 부산 전체에 울림이 적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낙동강벨트는 부산의 변방이다."


▲ 부산진갑에 출마했다 아쉽게 석패한 김영춘 전 의원이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부산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싸운 게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하는 건가?
"문재인 고문은 자기 하나 당선되는 것에 목맬 분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산 연제구에서 붙었어도 됐다고 본다. 연제는 부산의 중심이다. 시청도 법원도 다 거기 있다. 문재인의 정치적 무게감과 존재감, 자부심을 갖고 선거를 대했다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부산 선거 판을 크게 짜고 흔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번 낙동강벨트는 마치 제갈공명이 촉나라를 만들 때, 강대국이 침략하기에 가장 어려운 사천성으로 들어가듯한 그런 모양새가 됐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문재인이라도 당선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부산 선거판 전체에 대한 전략적 성패 여부는 어떻게 평가하나.
"부산은 민주당에 약한 지역이다. 약세인 부산에서 부산사람들에게 어필하려면 새누리당이 보여주지 않는 참신성이 있어야 했다고 본다. 공천과정에서부터 뭔가 민주당이 다르구나, 달라졌구나, 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경선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정치발전과 선거에 관한 관념과 인식이 더 문제였다고 본다. 해당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세속적 스펙'을 보고 공천했다."

- 이번 총선은 정권심판론이 거셌다. 그런데 민주당은 졌다. 왜 졌다고 생각하나. 현장을 뛴 후보로서 느낀 점이 많을 것 같은데. 
"결국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못 읽은 데 근본요인이 있다고 본다. 전국 모두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MB 심판은 당연하고, 그래서 너희는 뭐할 건데? 이걸 못 보여줬다. 부산에서는 '이미 바꿔봤는데 별수 없데?' 분위기가 있었다. 이건 단순히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때도 살기 팍팍하더라, 이런 게 있다. 그렇게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에 다수 의석을 쥐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걸 보여줬어야 한다. 정책뿐 아니라, 프로그램과 예산계획 등 액션프로그램을 줬어야 했는데 그게 실종됐다."

- 실행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 아닌가.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과 '야권연대'만 있으면 무조건 이긴다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이 둘을 놓고 방심하고 마음을 풀어버렸다. 그러니 만날 이 두 얘기만 하고, 우리가 다수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는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해찬-박지원 투톱? 이렇게 가면 대선 무조건 져"

- 김용민 막말 파문은 실제 부산 민심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부산에서도 컸다. 40대 무당파 중도층에서는 '민주당이 뭔가 불안하고 도덕적 신뢰감이 덜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평가의 빌미가 돼버린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인이었다면 전혀 문제 될 게 아닌데, 정치인의 영역으로 왔기 때문에 문제가 된 측면이 있다. 당이 단호하게 사퇴를 권고하는 지도력을 발휘했어야 했는데 못했다. 민주당은 지도력이 보이지 않았다."

- 한명숙 리더십 문제였다는 시각에 동의하나.
"모든 책임을 한명숙 대표 한 사람에게 모는 건 문제다. 최종 책임은 당대표가 지는 거지만, 민주당은 최고위원회라는 시스템이 있다. 항상 회의해서 결정한다. 그리고 한명숙 대표는 참 좋은 사람이다. 너무 사람이 좋기 때문에, 때로는 독하게 결정해야 할 때도 못했을 것이다. 이 사람 저 사람 이 세력 저 세력 받아주고 화합을 추구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지도력이 안 보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 점이 안타깝다. 선거 같은 전장에서는 빨리 판단하고 빨리 결정해야 한다. 선거 같은 살벌한 전장에 선한 리더십은 안 어울린다."  

- 한명숙 대표만 사임한 채 물러나고, 남은 지도부는 계속 활동한다. 어떻게 보나.
"정당은 총선에서 국회의원을 많이 당선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패배했다. 그럼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게 옳다. 한 대표만 물러나고 나머지는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실무적으로 3주지만. 나는 지금 민주당이 하는 꼴을 보면 '더 맞아 볼래?' 하는 국민 분노를 계속 자극하는 정당 같다. 이해찬-박지원의 투톱체제? 친노-호남 결합? 이게 단합이다? 이렇게 가면 대선 무조건 진다."

- 이해찬-박지원 투톱체제는 당의 여러 세력 간 단합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맞나?
"정치 공학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끼리 짬짜미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용인하는 당이 문제다. 국회의원이나 당원이 용인하면 민주당은 정말 죽은 정당이다. 총선에서 졌으면 아프게 다시 태어나려고 몸부림을 쳐야지, 그냥 지도부 연장할 생각만 해서 되겠나. 이제 국민은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를 들 것이다. 이해찬-박지원의 정치공학, 민주당에서 관철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 내달 4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박지원 후보가 떨어질 거라 생각하는 건가?
"자기들은 친노와 호남의 결합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그들끼리의 연합일 뿐이다. 그렇게 가면 친노-호남 다 죽는다. 그런 담합을 갖고 출마하면 떨어진다고 본다. 민주당 국회의원들,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다."

- 안민석 의원은 '당내 그들과 맞짱 뜰 세력이 없다'고 했다.  
"세력이야 모으면 된다.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뭉치니까 그게 자꾸 파벌이 되는 것이다. 파벌만 생각하니까 그렇다. 그런데, 건강한 세력은 이슈와 의견을 중심으로 뭉쳐 그 세력이 갖고 있는 이슈와 의견을 관철하는 것이다.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파벌만 있는 정당은 건강하지 못하다. 배격해야 할 분파주의다."

-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셈인데, 후보들을 제외하면 잠잠하다. 고작 최고위원회에서 이인영 최고와 남윤인순 최고가 지적한 게 전부다. 어떻게 생각하나.
"조심성에 사무쳐서 그럴 텐데, 조만간 일어설 것이다. 이럴 때 그나마 개혁적이라고 할 수 있는 486이 나서지 못한다면 정말 민주당은 미래가 없는 정당이다. 그런 정당에 대표로 출마해서 뭘 하겠나. 필요할 때 목소리도 못 내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서 무엇하겠나. 시대 소명에 부응할 생각이 있다면, 자각하고 나설 것이다. 새누리당은 젊은이들이 의외로 당을 건강하게 만든다. 조직에 갇혀 쇄신하지 못하면 새누리당만도 못한 격이 된다." 

- 민주당 안에서 개혁돼야 할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해찬-박지원 합의가 한심한 게, 원내대표-당대표 선거는 '일당을 기대했던 민주당이 왜 졌냐' 이런 통렬한 평가와 반성을 하고, 당이 새롭게 태어나려는 치열한 노선경쟁의 장이 돼야 한다. 그런데 담합을 해? 그런 담합이 작동해 성공하면, 이 당의 노선경쟁은 사라진다. 그러면 정말 치명적인 수렁에 빠지는 것이다. 건강한 당내 논쟁과 정책 과정이 실종된다. 그럼 민주당이 어디로 가겠나. 누가 민주당을 지지하겠나."

- 지금 출마한 원내대표 후보들은 무엇을 경쟁해야 하나.
"바로 당을 이렇게 이끌고 가겠다는, 이런 이슈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노선 경쟁을 해야 한다."

- 그런데 지금 출마한 후보들 중 누가 그런 것을 할 수 있겠나.
"젊은 의원들이 나서야 한다. 486 진보개혁모임이 유인태 후보를 밀기로 했다고 해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토론해서 유인태 후보에게 어떤 정책을 관철할 것인지 공약을 정하라 하고 그것을 관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뜻있는 의원들이 전격 토론을 열고 이슈를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당이 죽는다."

"민주당 답답하지만, 그래도 계속 고쳐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있어"


▲ 부산진갑에 출마했다 아쉽게 석패한 김영춘 전 의원이 2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이번 선거의 중심축 중 하나는 야권연대였다. 야권연대로 너무 좌로 가서 실패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의 전략노선을 수정해 중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의하나.
"원칙과 중심이 없는 이야기다. 과거 민주당이 해왔던 식대로 '원칙 없는 중도', '철학적 중심이 허약한 중도'로는 집권당이 될 수 없다. 당의 철학이 뚜렷하고 중심이 확고할 때 중도를 당길 수 있는 정책 유연성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으로는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다. 민주당이 서민의 가슴을 두드리는 정책을 못 냈다는 점을 반성해야지, 진보당과 손잡은 게 문제였다는 건 본질을 벗어난 얘기다. 좌파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나 제대로 있나?"

- 이번 선거 이후 통합진보당 역시 부정선거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주당이나 진보당이 모두 '구체제'라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남의 당 일에 대해 말하기 불편하고 곤란한데…(웃음) 80년대 운동권의 고질병 중 하나가 정파주의, 분파주의다. 여전히 진보당 안에도 그런 관성이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파벌 패권 다툼의 현상. 그것은 전혀 운동권적이지 않다. 도덕적이어야 할 진보정치세력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공학적 발상들만 보인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권모술수랄까. 그건 80년대 운동권 안에도 있었다. 그걸 쉽게 용인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진보당에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캠프에서 뛰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안철수 교수가 제3세력으로 나와 있다. 이번에도 2002년 노정 단일화처럼 그렇게 후보단일화를 할 수 있을거라고 보나.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것은 안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나도 해봤지만 제3정당은 쉽지 않다. (웃음) 나 역시도 꽤 몸부림을 많이 쳐봤지만, 잘 안 됐다. 시대정신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면 몰라도,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모였다가 실망하고 떠나는 식이 되니까 참 어렵다. 정책이나 이념으로 모인 정당은 오래가지만, 그러긴 어려울 것 아닌가. 현재의 민주당이 답답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계속 고쳐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 안철수 교수에 대해 '그는 착한 MB일 뿐'이라는 비판이 있다. 문국현 사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식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안 원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정보나 근거는 없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는 또 다른 세계다. 기업과 교수 세계와는 분명 다르다. 강단을 벗어나 정치인 안철수로 더 훈련되고 검증될 필요가 있다. 구릉 위에서 좋은 얘기를 하는 것과 진흙탕 안에서 뒹구는 것은 다른 것이지 않나. 나는 안 교수가 일찍 정당에 들어오거나 아니면 정당을 만들어서라도 정치훈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평론가들은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정작 집권해야 하는 민주당 후보들은 세력을 만드는 데만 골몰하고, 정작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안철수는 의제만 얘기한다. 둘이 만날 가능성은 없나 고민하는데, 어떻게 보나.
"오작교가 만들어지지 않겠나. 그 오작교는 분명 국민의 열망이 만들어낼 것이다. 대선 때 국민의 오작교를 통해 둘이 만나게 될 거라고 나는 예측한다. 안 교수도 현실정치를 더 이상 구릉 위에서 바라보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정당과 안철수가 더불어 함께 가면서 수렴되고 만나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권창출도 못 하고 안 교수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오작교 만드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민주당 안에서는 당내 후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민주당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내고 신뢰를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 안철수 교수가 도와달라고 요청한다면?
"우선 민주당 후보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웃음) 내가 지난번에 문국현을 돕고자 탈당했었다. 문국현의 '사람중심 진짜경제' 노선이 참 좋은데 당으로는 안 들어오겠다고 하고 당에 있으면서 그를 돕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다 생각해서 탈당했다. 민주당 안에서 그를 지지하는 건 비겁한 일이니까. 그런데, 지금 또 내가 탈당을? (웃음) 그래서 나는 이번 대선에서는 당에 충실해야 한다."

- 안 원장을 검증할 시간도 너무 짧지 않나.
"짧다. 그래서 민주당이 잘해야 한다. 민주당은 큰 정당이다.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책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또, 안철수든 누구든 결승 과정에서 민주당 정책 목표를 관철시키는 과정을 만들어 내야 한다. 경선 전에 안 교수가 제시하는 비전이 있다면 그걸 우리 당이 수용할 수 있는지 등도 묶어서 '공동의 대선강령'을 만들어야 한다. 당선 후에는 반드시 그 공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 없이 그저 인물론에 빠져 후보중심으로 생각하면 또 대선에서 지는 거다. 지나친 후보중심론은 우리 정치의 실패요인이었다. 원탁회의 원로도 싸우지 말라 했고 짬짜미에 반대했다. 원로의 충정을 아전인수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친노-비노 싸우더라도 정책 갖고 싸우라는 얘기다."

 장윤선 (sunnijang) / 남소연 (newmoon) / 이주영 (imju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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